“가입은 은근슬쩍, 탈퇴는 어렵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마존이 이용자들을 속여 유료 회원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게 한 뒤 탈퇴(가입 취소)는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어렵게 하는 ‘다크패턴’으로 연방거래법과 온라인 신뢰회복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아마존 프라임은 월 12.99달러(1만6804원) 혹은 연 139달러(17만9827원)에 아마존의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프라임 회원들은 아마존에서 쇼핑한 물품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추가 비용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2억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눈속임 설계’(다크패턴)를 사용했다고 봤다. 아마존이 “특정 행위를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기만적인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으로 이용자를 속여, 자동 갱신되는 프라임 회원제에 가입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이 아닌 경우 물건 구입을 어렵게 하고, 탈퇴 과정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지난 4월 탈퇴 절차를 일부 개선하기 전까지, 이용자들이 프라임 회원을 탈퇴하기 위해서는 평균 4개 누리집 화면에서 6번의 클릭과 15가지의 옵션 취소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프라임 회원 가입은 한두 번의 클릭으로 가능했다.
연방거래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아마존 임직원들은 복잡한 탈퇴 절차를 ‘일리아드’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제목을 본딴 것인데, 탈퇴 절차를 트로이 전쟁만큼이나 ‘길고 고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 의장은 성명을 내어, “아마존이 이용자들을 본인 동의 절차 없이 반복 구독을 하도록 붙잡아둠으로써 이용자들을 실망시켰을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까지 지불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크패턴을 악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 규제당국도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다크패턴 유형을 상세히 분석해, 현행법으로 규제가 어려운 유형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법 개정 전까지는 어떤 사업자가 다크패턴을 많이 활용하는지 실태를 조사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국회도 나섰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등이 다크패턴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다크패턴 방지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이용우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다크패턴 관련 소비자상담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다크패턴과 관련해 가장 많이 접수된 민원은 ‘클릭 피로감 유발’(172건), ‘거짓 추천’(135건), ‘숨은 갱신’(106건) 등이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