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에이아이(OpenAI)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에 외부 서비스를 연동하는 플러그인 기능을 내놓은 데 이어 ‘앱 장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인공지능 챗봇이 지금의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상으로 다른 기업 서비스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오픈에이아이는 챗지피티에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익스피디아와 카약 등 외부 서비스를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러그인’ 기능을 지난 4월 처음 선보였다. 6월 말 현재 400여개 서비스가 플러그인을 통해 챗지피티에 연동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러그인 기능은 챗지피티가 단순히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대신 찾아 주는 ‘궁금증 해결사’를 넘어, 일상 생활과 업무 중에 필요한 과업을 대신 수행해 주는 ‘비서’로 거듭나게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월 20달러의 사용료를 내면, 챗지피티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고 여러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한 인공지능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챗지피티에게 음식 레시피를 물어보거나 여행 계획을 짜 달라고 하면 매우 그럴싸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플러그인 기능을 통하면, 챗지피티에게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해도 이용자에게 필요한 식재료를 ‘인스타카트’ 같은 외부 쇼핑 서비스에서 주문하거나, 항공권을 ‘트립닷컴’에서 예약해 주는 등의 과업까지 모두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한 형태의 앱 장터 출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여행 예약 등 개인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부터 금융 사기 추적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기업 고객들을 위한 전문적인 서비스까지, 특정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특화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사고파는 플랫폼 역할까지 도맡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가 최근 런던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 개발자회의에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오픈에이아이가 앱 장터 입점 서비스들에 수수료를 부과할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챗봇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들이 모바일 시대에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가졌던 영향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자들이 기존에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그들의 취향과 선호를 학습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골라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모바일 시대에 국외 빅테크 기업들에 앱 장터 주도권을 내준 일을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되풀이하지 않으려 자체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고도화 및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서비스뿐 아니라 외부 서비스와도 플러그인 형태로 연동 가능한 ‘대화형 에이전트’를 오는 8월 출시하기 위해 내부 검증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브레인 경영진을 각자대표 체제로 개편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버티컬(특정분야 전문) 서비스들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외부 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플러그인 기능 출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연구소장은 25일 <한겨레>에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플랫폼들이) 어떤 우선순위 잣대를 갖고 어떤 앱을 실행해주는지에 따라 수수료가 됐든 다른 어떤 형태가 됐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며 “초거대 언어모델을 가진 기업들 입장에선 다른 앱들로 넘어가는 ‘메인 게이트웨이’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이어 “현재 모바일 앱 장터 생태계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종속되다 보니, 이들이 앱 수수료를 올려도 (앱 개발사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이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재현되지 않으려면, 초기에 생태계 구축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필요하다면 외부 서비스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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