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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휠체어 좌석을 허하라

등록 2023-06-26 14:18수정 2023-06-26 14:30

델타항공이 선보인 휠체어 좌석은 기존 좌석 개조없이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델타테크옵스.
델타항공이 선보인 휠체어 좌석은 기존 좌석 개조없이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델타테크옵스.

국내외 주요 항공사들은 몸이 불편한 승객들을 위한 휠체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항공권 예약시 미리 요청하면 개인 맞춤 휠체어로 승객을 ‘모시는’ 서비스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탑승구까지 이동, 비행기 좌석에 앉을 때까지 각 동선마다 특수 제작된 휠체어를 지원한다. 기내용 휠체어도 마련돼 있다. 비좁은 항공기 통로를 이동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일부 항공사는 탑승 계단을 오르기 힘든 승객에겐 대체 탑승 방법을 제공하고, 기내에 개인 휠체어를 보관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기내에 반입 가능한 휠체어는 접이식 휠체어처럼 종류가 한정됐고, 그나마도 ‘비행기 1대당 휠체어 1개’ 식으로 제한됐다. 그대신 미국 주요 항공사를 비롯해 국제선 항공사들은 공항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비롯해 개인 휠체어나 스쿠터를 짐칸에 싣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동 과정에서 휠체어가 파손되는 사고가 잦았다. 미국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휠체어나 스쿠터의 기내 파손 사고는 지난 한 해 동안 1만1389건, 올해 1월에만 871건에 이른다. 휠체어 100대당 1.6대 꼴로 취급 사고가 일어난다.

보행이 어려운 승객들은 휠체어를 탄 채로 비행할 수 있는 좌석을 꾸준히 요청했다. 파손 위험도 적고 여행도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사는 난색을 표시해 왔다. 좁은 비행기 통로를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휠체어가 들어가도록 좌석을 특수 설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행기보다 큰 휠체어를 위한 좌석을 마련하면 그만큼 일반 좌석 수는 줄어든다. 결국 비용 문제였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휠체어 승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좌석을 마련할 수 없을까. 델타항공의 실험이 눈길을 끈다. 이달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 2023’에서 델타항공프로덕트(DFP)는 기내 휠체어 전용 좌석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기내 실내 장식을 전문으로 하는 델타항공 자회사다.

이 휠체어 좌석은 기존 좌석을 뜯어내거나 개조하지 않고도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평소엔 일반 좌석으로 쓰다가 휠체어 탑승객이 쓸 땐 시트를 떼내고 좌석을 접어 휠체어를 고정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비행 중엔 기내 바닥에 달린 잠금장치로 휠체어를 고정하고, 분리와 부착도 쉽게 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선 휠체어 승객을 위한 추가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니 투자 부담이 적다. 평소엔 일반 좌석으로 활용하면 되니 수익이 줄어들 걱정도 없다. 개발사는 영국 에어포올온더시트와 새 디자인을 고안했고, 특허도 획득했다. 휠체어 좌석을 도입하기 위해 미국 연방항공청과 논의도 시작했다고 한다.

개인 휠체어에 앉아 비행기에 타는 풍경이 바로 실현되긴 어려울 수 있다. 비행기 좌석보다 큰 휠체어엔 여전히 탑승구가 열리지 않는다. 또 주요 항공사들은 화재 위험 때문에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전동장치의 기내 탑재를 금지하고 있다. 전동휠체어는 보행 편의를 위해 예외로 두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배터리를 장치에서 분리해 따로 보관해야 한다.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전동휠체어가 기내 문턱을 자유롭게 넘나들기엔 걷어내야 할 걸림돌이 여전히 적잖다. 그래도 보행 장애인의 비행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조금씩 굴러간다. 어제보다 한 바퀴씩 앞으로.

이희욱 미디어랩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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