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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플랫폼 의존도 높아졌는데…이젠 돈 내고 써야 한다

등록 2023-06-27 10:00수정 2023-06-27 10:11

넷플·트위터·페북 유료화 본격 시동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가 넷플릭스 대표 자리에 오른 뒤 첫 방한 행사여서 2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서랜도스 대표는 <오징어 게임> 등 ‘케이(K) 콘텐츠’에 대한 애정과 넷플릭스의 향후 한국 투자 계획 등에 대해 발표했지만, 기자들의 첫번째 질문은 단연 ‘계정 단속’에 관한 것이었다.

“계정 공유 (단속) 방식을 전 세계적으로 지속할 것이다. 오늘 특별히 발표할 것은 없다.” 서랜도스 대표는 단호했다. 그의 답변은 지난 2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단속 지역을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로 확대한 뒤 불안해하는 한국 사용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내놓았던 넷플릭스의 공식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2017년에는 ‘계정 공유는 사랑’이라는 트위트를 날렸던 넷플릭스의 변심인 셈이다.

■ 이젠 돈을 내라는 빅테크

친숙하게 사용하던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빅테크 플랫폼이 슬금슬금 이용자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 큰 마음 먹고 돈을 내고 있던 곳에는 더 낼 상황도 생긴다.

트위터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가짜 계정 방지를 위해 인증이 완료된 공인에게 붙이던 ‘파란색 체크마크’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돈 내느니 아예 파란색 체크마크를 거부하겠다는 이들이 많아 유료화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지난 3월 전세계 모든 국가에 유료 서비스 ‘트위터 블루’ 도입을 밀어붙였다.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에 대해 ‘엄선된 기능을 먼저 사용해볼 수 있는 선택형 유료 구독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트위터 블루 피시(PC)버전 이용료는 월 1만400원, 연간으로는 10만9천원이다. 모바일은 구글과 애플에 내는 수수료를 포함해 조금 더 비싼 월 1만4300원, 연간 15만원이다. 트위터는 기업용 인증인 ‘골드 체크마크’도 시범 운영 중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가짜’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돈을 주고 ‘인증’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 사용자에게 무료 사용자가 경험할 수 없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미 게시된 트위트의 수정 권한을 더 주고, 타임라인의 광고 노출을 50% 정도 줄여준다. 긴 트윗(최대 4천자)도 쓸 수 있고, 최대 60분 길이의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도 있다. 트위터는 “트위터의 무료 버전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 블루 사용자에게 새로운 수준의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유료 서비스를 전세계로 확대하기 직전인 지난 2월에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이 트위터 내부 자료를 입수해 1월 기준 트위터 블루 사용자가 미국 18만명, 전세계 29만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굴하지 않고 유료 서비스를 키우고 무료 서비스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최근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 가입자들의 트윗 수정 가능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렸다. 또 무료 사용자들에게는 다이렉트 메시지(DM) 발송 횟수를 제한하는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움직임이다.

메타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조가 트위터의 경우와 엇비슷하다. 지난 2월19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에 “이번주 우리는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메타 베리파이드’는 본인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으로부터 자신의 진짜 계정을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3월에는 미국, 5월에는 영국과 캐나다, 6월에는 인도와 브라질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메타 관계자는 <한겨레>에 “한국 도입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메타 베리파이드에 가입하고 정부 발행 신분증을 제출하면, 메타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인증 표시 ‘블루 배지’를 부여한다. 이후에는 사칭 계정으로부터 보호를 강화해주고, 계정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메타가 직접 지원에 나선다. 또 검색·댓글·추천 같은 영역에서 더 눈에 띄게 배치되고 도달 범위도 늘어난다.

비용은 미국 기준으로 모바일 사용자는 월 14.99달러(2만원), 페이스북만 제공되는 웹 버전은 11.99달러(1만5천원)다. 메타는 지난 7일 인도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며 “우리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를 한 뒤 좋은 결과를 확인한 후 유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미지·영상·음성까지 가짜로 생성할 수 있어 가짜 계정으로부터 내 계정을 보호하는 ‘시장’은 앞으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오픈에이아이(OpenAI)는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생성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 이용자 수가 2개월 만에 1억명 이상으로 증가하자, 2월에 유료 서비스 ‘챗지피티 플러스(Plus)’를 내놨다. 월 20달러(2만6천원)의 구독료를 내면, 접속자가 많은 시간대에도 접속이 끊기지 않고, 최신 버전(GPT-4) 적용 등 새 기능을 먼저 사용할 수 있다. 오픈에이아이는 챗지피티 플러스를 포함한 수익이 올해 2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플랫폼 의존성과 네트워크 효과

빅테크 플랫폼의 과금 정책 변화가 이용자 수나 이용 패턴에 어떤 영향을 줄까? 넷플릭스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 3월 한국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공개에 맞춰 계정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던 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놨다. 20~50대 넷플릭스 이용자 1천명을 조사해보니,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이 도입되면 가입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응답이 79%로 나타났다. 과금 정책 변경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엿보이는 결과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일 오티티 분석업체 안테나는 미국에서 계정 단속이 시작된 뒤 4일 동안 일일 신규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신규 가입자 수가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3일 미국에서 기존 계정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추가하려면 월 7.99달러(1만원)를 내게 한 터였다. 과금 강화 정책이 가입자 증대로 나타난 모양새다.

앞서 넷플릭스는 일부 국가에서 계정 공유를 금지해본 뒤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 기반을 보장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같은 자신감은 이미 전세계 1위 오티티로서 독점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지난 22일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 퍼스트맨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는 “최근 국내 드라마 시장이 어려운 시기와 맞물려 모든 작품(대본)이 넷플릭스로 몰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돈 내라고 하면 안쓰면 그만인데, 우리는 왜 그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지 못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네트워크 효과’란 개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플랫폼의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사용자들이 해당 플랫폼을 통해 얻는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사용자가 늘수록 연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 그룹의 성장에 따라 다른 그룹의 효용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플랫폼이 유료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시점이 이용자들이 해당 플랫폼 의존을 벗어나기 어려운 시점과 맞물리는 까닭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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