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서비스 사업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제출받아 국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공표하는 정보·수사기관 대상 통화내역(통신사실확인자료) 및 통신자료 제공 현황 통계 수치가 발표 때마다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인권단체들은 “정보·수사기관이 이의제기 등 방식으로 사후 개입하는 것 아니냐. 투명성이 의심된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 ‘통신자료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등 현황’ 자료에 각각 담긴 최근 4개 반기분 통계 수치를 보면, 같은 기간 동일 항목의 통계 수치가 다르게 표시돼 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보도자료의 지난해 상반기 통신자료·통화내역 제공 현황 수치가 다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상반기 통신사업자들이 검찰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전화번호 수 기준)가 지난해 12월 발표 자료에는 55만9774건이라고 표시돼 있는데, 올해 7월 발표 자료에는 55만9874으로 돼 있다. 같은 기간 통신사업자들이 경찰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도 지난해 12월 발표 자료엔 149만4927건, 올해 7월 발표 자료엔 149만7728건으로 집계돼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통화내역 건수 역시 발표 때마다 수치가 다르다. 지난해 12월 발표 자료엔 2022년 상반기 통신사업자들이 검찰에 제공한 통화내역 건수가 4만4871건으로 집계돼 있는데 비해, 올해 7월 발표 자료엔 4만4901건이라고 돼 있다. 같은 기간 통신사업자들이 경찰에 제공한 통화내역 건수도 지난해 12월 발표 자료엔 25만4421건, 올해 7월 발표 자료에 25만4741건으로 돼 있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7월과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보·수사기관별 통신자료 제공 현황. 2021년 상·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항목별 수치가 다르게 표시돼 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7월과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수·수사기관별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현황. 2021년 상·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항목별 통계 수치가 다르게 표시돼 있다.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신자료는 통신 이용자의 인적사항, 통화내역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이메일 등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개인 사생활까지 엿볼 수 있는 민감한 정보지만, 국가정보원·검찰·경찰·기무사령부 등 정보·수사기관들은 법원 영장도 없이 통신사업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들은 법에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점을 들어 정보·수사기관들의 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있으나, 통신사업자들은 달라는 대로 내어주고 있다.
통신제한조치(감청) 협조를 요청할 때처럼 통화내역 제공 요구도 법원 영장을 받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여전히 서면 요구(통신자료)와 검사장급 승인 요청(통화내역)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정보·수사기관들의 감청 협조 및 통신자료·통화내역 제공 요청 투명성 제고와 국민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2000년 과기정통부로 하여금 반기별로 통신사업자들로부터 관련 통계를 보고받아 국회와 공유하고 언론에 공표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계 수치가 발표 때마다 다른 이유에 대해 <한겨레>에 “신생 통신사업자 등이 나중에 추가로 보내오거나 오류를 사후에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큰 수치 변동이 아닌 미미한 변동이기에 별도로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통계를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국민 알권리를 위한 것일 뿐 법적 의무는 없다. 사소한 부분까지 문제삼으면 통계 자체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수치 변동이 크지 않더라도, 정부와 통신사업자, 정보·수사기관 사이에 ‘통계 마사지’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정원, 검찰 등이 해당 통계 수치에 이의제기를 해 온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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