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이 28일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다시 선다고 발표했다. 새 당근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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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세요?”
길에서 갑자기 들어도 낯설지 않은 말이다. 풀이하자면 “저와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거래하기로 한 분 맞으세요?”란 뜻이다. 중고거래 서비스 앱 당근마켓이 서비스 출시 8년만에 3500만명의 국민이 사용하는 앱으로 성장하면서 ‘당근’은 이제 중고거래의 대명사가 됐다. 이 신조어는 “그 물건 버리지말고 당근해”, “이 책상 당근한거야” 등으로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일상과 언어를 점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한 당근마켓이 28일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다시 선다고 발표했다. 당근마켓은 서비스명을 ‘당신 근처’를 뜻하는 ‘당근’으로 줄이고, ‘지역, 연결, 삶’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에 집중한 지역밀착(하이퍼로컬)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당근마켓은 전국을 6577개 지역으로 쪼개 거주 지역 인증을 기반으로 이웃끼리 중고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지역 연결 서비스를 보다 더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디지털 시대에 동네 사람들끼리 만나 거래를 한다는 ‘당근마켓’의 성장은 그동안 주목받아 왔다. 올해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500만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가구수를 넘어섰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00만명을 기록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한달 동안 서비스를 쓴 이용자 수를 말하는데 1000만명 이상이면 시장에서 주도적인 플랫폼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근마켓은 지난 한해 동안 1억6400만 건의 ‘이웃간 연결’이 발생했고 1000만건의 무료 나눔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같은 성장에 힘입어 당근마켓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2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근마켓이 24일 서비스명을 ‘당근’으로 변경하고 마스코트 당근이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함께 사는 방법’이라는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당근마켓 서비스의 시작은 2015년 7월 ‘판교 장터’였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근무했던 김용현 대표이사가 정보기술 기업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를 실험실로 ‘판교인’들끼리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내놓은 게 시작이었다.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리는 소비자군)’ 성향의 판교인들이 크게 호응했고 3개월 뒤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18년부터 전국 서비스로 확대했다. 이후 당근마켓은 앱 내 송금·결제 기능을 담은 ‘당근페이’를 출시했고 중고차 직거래, 당근 모임, 당근 알바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왔다. ‘당근’이란 브랜드 인지도가 커지면서 서비스의 형태도 확장된 것이다.
이같은 당근의 변화에는 약한 수익기반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가 성사되어도 이용자에게 중개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지역 광고만이 당근마켓의 수익원인데 몇년째 적자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영업손실 규모는 564억원에 이른다.
황도연 당근마켓 대표는 이날 “당근과 함께 더욱 풍요로운 동네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읍·면·동 단위, 가게 반경 300m, 걸어서 5분 거리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지역 광고 시장과 지역 기반 서비스를 공략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