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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당신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검색·쇼핑 데이터 꿰찬 빅테크

등록 2023-09-06 05:00수정 2023-09-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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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 기부, 스포츠·레저, 여행, 육아에 관심이 많은 33살 여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는 내 관심사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을까? 기자가 지난달 네이버에 ‘개인정보 처리 현황 열람’을 신청해 받은 ‘맞춤형 광고 목적 개인정보 처리 현황’, ‘맞춤형 서비스 목적 개인정보 처리 현황’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며, 빅테크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밥에 최근 재미가 들렸고, 운동을 좋아해 관련 의류와 용품 쇼핑을 즐겨 하며, 출산한 친구도 부쩍 늘어 아기용품 선물 할 일이 많아진 터였다.

이 같은 관심사 추출은 기자가 네이버에 가입하며 제공한 개인정보와 검색, 쇼핑, 페이먼트(결제) 등 서비스를 이용하며 남긴 ‘행동 데이터’ 때문에 가능하다. ‘맞춤형 광고 목적 개인정보 처리 현황’ 엑셀 파일에는 기자가 그동안 산 상품 유형(카테고리)과 결제 금액을 포함한 구매 정보 50여건이 적혀 있었다. 비교를 위해 들여다본 상품 70여건의 유형과 카페·지식인에서 살펴본 게시글 주제도 나열돼 있었다.

관심 상품·콘텐츠 추천과 같은 개인화 서비스에는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쓰이고 있었다. ‘맞춤형 서비스 목적 개인정보 처리 현황’ 파일은 검색 기록 200여건, 구매·클릭·마음에 (저장)둔 상품 100여건의 품목명과 가격, 상품 페이지 주소, 네이버 앱과 웹에서 방문한 누리집 1000여 곳 주소 등이 빼곡했다.

이용자는 누구나 네이버 등 빅테크에 이런 정보를 요청해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보인권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개인정보 처리 현황 열람을 요구했지만, 전혀 상관없거나 우회적인 답변만 받았다”며 지난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진보넷은 개인정보위 분쟁 조정이 시작된 8월 중순에야 두 회사로부터 관련 내역을 받는 데 성공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개인 등은 이용자 요청이 있으면 10일 안에 수집한 개인정보의 내역과 그 활용 내용을 알려주도록 정하고 있으나 ‘법 따로 현실 따로’였던 셈이다.

여전히 정보 요청 과정은 쉽지 않다.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다. 네이버는 고객센터에 ‘문의 접수’를 해야 하고, 카카오는 개인정보관리책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답변에 걸리는 시간도 달랐다. 네이버는 9일(업무일 기준) 만에 요청 정보를 줬지만 카카오는 지난달 17일 신청 이후 “확인 과정에 시일이 다소 소요되고 있다”는 안내를 한 차례 한 뒤 5일 현재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오병일 진보넷 대표는 “메타, 구글 등 국외 기업들은 개인정보 설정 메뉴 등에서 해당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이용자들이 ‘맞춤형 광고 알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기업들도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가 지난 3월 공개한 ‘2022년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조사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 사이 개인정보 열람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시민은 10.6%에 그쳤다.

네이버는 한겨레에 “현행법에 따라 창구를 마련해 두고 이용자 문의가 있을 경우 성실하게 안내하고 있으며, 다양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이용자들 요구가 있다면 개인정보 활용 내역 열람 신청 절차에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와 개인화 서비스는 빅테크가 점찍은 미래 성장 동력이다. 앞으로 검색형 챗봇이나 음성 비서 등에 개인별 서비스 추천을 더하면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4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인공지능 추천 기술을 고도화한 결과 쇼핑, 콘텐츠 등 거래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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