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국 워싱턴디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인공지능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출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 영역에서 엑스(X)와 스레드를 통해 경쟁하고 있다. 워싱턴D.C./AFP 연합
소셜미디어 업계에 단문메시지 플랫폼 경쟁시대가 열렸다. 지난 7월5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왓츠앱을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공룡 메타가 스레드를 출시하면서, 2006년 이후 트위터가 주도해온 영역에 실질적 경쟁이 시작됐다. 트위터도 달라졌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해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고 유료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서비스 이름과 로고도 ‘엑스(X)’로 바꿨다.
거품 꺼진 스레드 출시초 관심
스레드 앱은 출시 2시간 만에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서고, 5일 만에 사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보급된 서비스’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관심과 사용자 참여도는 급락했다. 리서치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7월 말 스레드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최고치에 비해 82% 감소한 800만명에 불과했다. 사용 시간도 이용자 평균 하루 2.4분으로 나타나, 7월초에 비해 8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비해 엑스(트위터)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2억명,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30분에 달한다.
엑스는 콘텐츠 정책도 바꿨다. 머스크는 표현 자유를 강조하며 콘텐츠 정책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인물들의 계정을 속속 복원시켰는데 혐오나 극우적 글이 늘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다음달 폭력선동 혐의로 영구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원했다. 런던대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내용의 게시물(트윗)이 크게 늘었다.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내용의 트윗(#기후사기 등)은 2020년 22만건, 2021년 65만건에서 2022년 85만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머스크가 콘텐츠 관리팀을 해고하고,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트럼프,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등의 계정을 복원한 게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디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인공지능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오른쪽)가 출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 영역에서 엑스(X)와 스레드를 통해 경쟁하고 있다. 워싱턴D.C./AFP 연합
인터넷 여론 지형에 끼칠 영향
거대 기술기업들의 소셜미디어 경쟁은 인터넷 여론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엑스와 스레드는 뛰어난 기술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모회사를 두고 있으며, 카리스마를 지닌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지난 7월 오프라인에서 만나 격투기로 결투하는 방법을 여러 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상대에 대한 강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머스크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게 된 데에는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결정의 배경이 된 사연도 최근 출간된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를 통해 알려졌다.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에 따르면, 머스크는 유색인종·성소수자 등 사회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미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큰 아들 자비에르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머스크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머스크는 이런 배경에 인터넷상의 ‘정치적 올바름’ 분위기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보수적 여론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했다.
스레드의 콘텐츠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스레드는 지난주 검색 기능을 선보였지만,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사용자들이 ‘코로나', ‘롱코로나' 관련 콘텐츠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표시되지 않고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팝업이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스레드가 민감한 콘텐츠를 검색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내용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포인트는 엑스와 메타 모두 자유로운 의사소통 플랫폼보다는 중독성과 유해성을 무릅쓰는 강력한 상업적 목적의 업체라는 점이다.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 비즈 스톤이 트위터의 정체성을 정보 플랫폼으로 만들어온 관행·역사와 대조된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뒤 뉴스피드를 둘로 구분했다. ‘추천’과 ‘팔로중’으로 나눠서 게시글을 보여주는데, ‘추천’이 기본으로 설정된다. 이전의 트위터에서는 내가 팔로하는 이들의 소식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구조였는데, 알고리즘과 운영진이 설정한 콘텐츠가 ‘추천’ 형태로 우선 제공되면서 운영진이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레드도 마찬가지로 뉴스피드에서 ‘추천’과 ‘팔로잉’을 제공하는데 기본설정이 ‘추천’이다. 즉 이용자의 선택보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피드를 우선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용자의 정보선택권이 약화된 구조다. 페이스북의 잇단 내부고발 사례에서 보듯, 메타는 사용자 데이터와 사용 패턴을 바탕으로 참여도, 사용 시간, 타겟 광고 가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 위주로 재구성하여 사용자들의 중독성을 높이는 기업이다. 점유율과 수익 확대를 위해서 중독성 강한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자들에게 제공될 우려가 높다.
거대 기술기업들의 단문메시지 서비스 경쟁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요구가 필요해지는 까닭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