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보안업체 노드브이피엔(VPN)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19개국의 인기 상위 20개 누리집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석했더니, 우리나라가 가장 짧고, 독일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상위 20개 누리집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평균 4678개 단어로 이뤄져 있다. 1분에 238단어를 읽는다고 가정하면, 누리집당 19분37초가 걸리고, 20개 누리집 것을 다 읽는다면 6시간30분이 걸리는 셈이다. 한국인 한명이 월 평균 96개 누리집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대입하면, 방문하는 누리집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다 읽어보고 숙지하려면 월 31시간40분을 할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간 동안 일을 한다면 국내 최저임금 기준으로 43만원을 벌 수 있다.
독일이 누리집당 평균 44분으로 가장 길었다.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길다. 2018년 공식 도입돼 유럽연합 국가에 적용 중인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개인의 사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조직이 준수해야 할 규정을 모아 놓은 지침을 누리집마다 반드시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드브이피엔은 “조사 대상 나라 중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읽는데 한국이 가장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할지라도 꼼꼼히 읽으면 최소 31시간 이상이 걸린다. △웹사이트에서 수집하는 데이터 확인 △‘판매’, ‘공유’, ‘제3자’, ‘계열사’ 등의 위험 신호 키워드 유무 확인 △신뢰 가능한 누리집만 이용하기 등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성우 노드브이피엔 한국지사장은 “누리집을 가입할 때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다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그럴 때 개인정보를 다른 곳에 ‘판매’하거나 ‘공유’한다는 ‘위험 신호 키워드’를 찾고, 그 누리집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기본적으로 신뢰할만한 누리집인지, 개인정보보호 정책 페이지를 구비하고 준수하는지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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