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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등장 뒤 태어난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들은 ‘터치’에 반응하지 않는 노트북 화면을 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한다. 웅장한 화면과 소리가 ‘무기’인 고사양 게임을 할 때나 고해상도 그래픽·영상 편집 작업을 할 때면 노트북 성능으로는 부족해 데스크톱(책상 위 컴퓨터)을 쓴다. 노트북이 이대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2024년 트렌드 키워드가 ‘분초사회’(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 분초를 다투며 산다는 의미)다. 젊은 소비자들은 내 시간을 아주 소중하게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 피시’(AI PC)는 이런 시대 변화에 답하고 있다.” 지난 18일 인텔이 마련한 새 프로세서 소개 기자간담회에 선 엘지(LG)전자의 공혁준 정보통신고객경험(CX)담당은 이렇게 말하며 ‘2024년형 그램’ 노트북을 소개했다. 기존 노트북 모델 ‘그램’과 모양은 똑같지만 성능은 역대 최고인 인공지능 피시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지난 15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 내년 1월 출시할 ‘인공지능 노트북’을 공개했다. 정식 출시에 앞서 한정 수량을 미리 판매하는 행사도 열었다. 인공지능 피시의 중추가 되는 고성능 프로세서 ‘인텔 코어 울트라’를 개발한 인텔은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피시 제조사들이 출시할 인공지능 피시가 230종에 이른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노트북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인공지능 노트북은 어떤 기능을 제공하기에 ‘인공지능’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일까? 우선 노트북의 개념을 되짚어보자. 휴대할 수 있는 개인용컴퓨터는 ‘노트북(공책 크기)’이나 ‘랩톱’(무릎(lap) 위(top)에 올려놓고 쓸 수 있음)으로 불린다. 입력장치가 ‘화면(터치스크린)’뿐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비교하면 키보드를 통해 안정적으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고, 책상 위에 두고 쓰는 ‘데스크톱’에 견줘서는 훨씬 단출하고 휴대가 가능해 학습용이나 업무용으로 선호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비교하면 노트북에는 포기해야 하는 지점이 많았다. 단순 문서작업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기능은 인터넷에 연결돼야 제 성능을 내는 노트북 쪽에서는 갈수록 ‘마법 같은 기능’을 더해 진화하는 모바일 기기가 질투가 났을지 모른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2024년형으로 내놓은 인공지능 노트북은 모바일 기기의 속성을 흡수하고 각종 주변기기(디바이스)와의 연결성도 강화했다.
삼성전자 인공지능 노트북 ‘갤럭시 북4 시리즈’는 노트북 화면 전체에 ‘터치스크린’과 ‘자동 밝기 조절’을 적용해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다. 최고 사양인 ‘갤럭시 북4 울트라’, 화면이 360도 회전하는 ‘갤럭시 북4 프로 360’, 기본 모델 ‘갤럭시 북4 프로’ 등 3개 모델이 출시된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갤럭시 북4 울트라’는 고화질 게임·그래픽·영상 작업도 가능하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가 피시 사용량을 분석해 동작이 필요하지 않는 부분은 끄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이고 배터리 소모를 최적화한다.
노트북의 자체 기능으로, 영상통화 중 배경을 가려주고, 내 움직임을 감지해 화면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는 ‘오토 프레이밍’도 제공된다. 스마트폰에서 편집하던 영상을 이어서 불러내 작업할 수 있는 ‘삼성 스튜디오’, 오래된 사진을 고화질로 복구하는 ‘포토 리마스터’, 이어폰 ‘갤럭시 버즈2 프로’ 연결 중에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연결하는 ‘오토 스위치’도 기본 탑재했다.
엘지 인공지능 노트북은 스마트폰과의 ‘연결’을 강조했다. 엘지 그램 자체 소프트웨어 ‘그램 링크(gram Link)’를 통해서다. 안드로이드나 아이오에스 등 운영체제가 다른 노트북과 스마트폰 간에도 인터넷 연결 없이 파일이나 사진 등의 전송이 가능하다. 또 사용자 얼굴을 감지해 인식하고, 분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미리 정의한 인물·시간·장소 등 38개의 분류지표별로 사진과 영상을 분류하는 기능도 가졌다. 작업 편리성을 높여주는 노트북 키보드를 모바일 기기에서 쓸 수 있게 해주는 기능도 있다.
인공지능 피시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대중화 전례를 따라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방형(오픈소스)으로 시장을 키우고, 개발자의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 창작 욕구를 자극해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이다. 인텔의 예상대로 내년에 인공지능 피시가 230종 이상 출시돼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2028년까지 피시 시장의 80%를 점유하면, 인공지능 피시 전용 ‘마법 같은 기능’의 애플리케이션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