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안 유선인터넷 속도 100배 빠르게”
네트워크 투자·하드웨어 육성 계획만 밝혀
실명제 등 제도개선 언급없어…업계 “황당”
네트워크 투자·하드웨어 육성 계획만 밝혀
실명제 등 제도개선 언급없어…업계 “황당”
방통위, 미래 10년 청사진 제시
정부가 미래 인터넷 환경에 대비해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내에서 세계적 인터넷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앞으로 10년 안에 인터넷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29일 청와대에서 ‘미래를 대비한 인터넷 발전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방통위는 국내 네트워크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세계적 인터넷 기업이 없고 기술도 선진국에 3∼4년 뒤져 있어, 10년 안에 인터넷 강국에서 밀려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밝힌 청사진은 하드웨어 육성과 네트워크 투자만을 언급할 뿐, 국내에만 존재하는 제도적 문제점은 피해갔다. 인터넷 기업들이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하는 과제에 눈을 감은 것이다.
■ 세계 최고 네트워크? 방통위가 마련한 안은 크게 △세계 최고 네트워크 구축 △스마트 인터넷 기술 개발 △글로벌 테스트베드 조성 △미래 선도형 서비스 모델 발굴 △인터넷 산업기반 강화 △보안성·신뢰성 강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100메가(Mbps)인 유선 인터넷 속도를 2012년 1기가(Gbps), 2020년엔 10기가로 높여 10년 안에 100배 빠르게 하고, 무선인터넷용 주파수도 현재의 1.8㎓와 2.1㎓에서 3.5㎓와 700㎒ 대역을 포함해 모두 370㎒ 대역폭으로 넓힌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네트워크 가상화와 분산화를 적용해 상황에 따라 전송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담겨 있다. 차세대 통신기술 투자와 함께 분산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는 스마트노드도 개발해 국내 장비산업도 키울 계획이다. 뛰어난 초고속망을 이용해 한국을 세계적 인터넷기술 시험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산업기반 강화를 위해선 클라우드, 사물지능통신, 근거리무선통신(NFC), 위치기반서비스, 모바일 콘텐츠 등도 키우기로 했다.
그럼에도 통신망 투자와 인터넷 보안 등의 영역에 투자할 주체가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란 측면에서 정부 주도의 육성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로 지속적 망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상황과 기술 발전에 따라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실명제 속 세계적 인터넷 기업? 방통위는 이날 국내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기업이 없다며 구글과 네이버,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를 비교했다. 구글의 매출은 네이버의 17배에 이르고, 페이스북의 가입자는 싸이월드의 30배가 넘는다는 게 방통위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내 인터넷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책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포털업체 임원은 “인터넷사업자로서 국내의 네트워크가 뒤져서 글로벌 기업으로 크기 어렵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인터넷의 본질이 글로벌 표준인데,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국내 인터넷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원천적 규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포털과 모바일 게임업체 등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업계는 국내에만 있는 인터넷실명제, 위치정보법, 오픈마켓 게임물 사전심의제 등을 글로벌기업으로의 성장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해왔다. 특히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인터넷실명제와 일방적인 인터넷 게시물 블라인드 정책은 국내 인터넷 환경을 글로벌 표준과 동떨어지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인터넷 기업인은 “제도 개선없이 망 투자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을 만들겠다는 정부 대책이 이번 정권 초기 이명박 대통령이 ‘우린 왜 닌텐도 같은 것 못만드냐’고 질책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