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또 뚫리고 위치기반 서비스는 막히고…
넥슨 1320만명 정보 유출
“규정상 어쩔수 없이 수집”
지도는 국외반출 못하게 해
아이폰·윈도폰 검색기능 ‘반쪽’
넥슨 1320만명 정보 유출
“규정상 어쩔수 없이 수집”
지도는 국외반출 못하게 해
아이폰·윈도폰 검색기능 ‘반쪽’
#1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은 지난 28일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320만명의 주민등록번호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고 밝히고 임원진이 사과했다. 주 이용자가 청소년층인 점을 고려하면 다수의 미성년자가 사회 진출에 앞서 신상정보부터 노출된 것이다. 지난 4월 현대캐피탈에서 175만명, 7월 싸이월드에서 3500만건 등 올해 일어난 3건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피해규모만도 5000만건이다.
#2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4에스(S)와 운영체제(iOS5)의 기능이 국내에선 ‘반쪽짜리’ 신세다. 미리 장소와 내용을 입력해놓으면 위치정보를 인식해 자동으로 할 일을 알려주는 ‘미리 알림’ 기능은 국내에서 쓸 수 없다. 인공지능형 음성인식 안내인 ‘시리’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커피전문점이 어디 있지?” 영어로 물어도 “한국에서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변만이 돌아온다.
#3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가 손잡고 윈도폰7.5 운영체제를 이용해 만든 ‘망고폰’이 다음달 국내 출시 예정이지만 그늘이 드리웠다. 윈도폰이 사용자 환경을 통일시켜 첫 화면에 ‘뒤로 가기, 홈, 검색’ 등 주요한 세개의 기능키만 남겼는데, 국내에선 검색이 반쪽짜리다. 엠에스의 ‘빙’ 검색은 길안내 등 위치정보 기반의 서비스가 특징인데, 한국은 지도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해 국내에서 관련 서비스를 쓸 수 없다.
스마트폰 본격 보급 2년 만에 2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기술 환경을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보기술 규제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잇단 개인정보 유출과 거래로 인해 국민 상당수가 아이디 도용과 전자금융 사기(피싱) 전화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정보기술 환경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인해, 첨단 기기의 주요 기능을 국내에선 쓸 수 없는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서민 넥슨 대표는 지난 28일 해킹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해 해킹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민번호를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해킹 이후 이용자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넥슨은 사정이 다르다. 청소년 심야게임 차단(셧다운)제에 따라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또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규정상 주민번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 싸이월드 해킹 때 인터넷상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을 제한하고 개인정보 유효기간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넥슨처럼 상당수 인터넷업체는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이다. 해킹의 안전지대는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유를 최소화하는 것이 대책인데 국내에선 주민번호를 수집하게 하는 서비스가 많다.
지도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게 하는 군사기밀보호법 등의 규정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신 기기의 성능을 차단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 어스 등 위성사진은 국내법이 미치지 못해 자세한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네이버·다음 등도 국내 지도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글이나 엠에스 등은 세계 각국의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한국은 국경 밖에선 지도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한국을 방문할 여행자들은 1960년대 작성돼 잠실과 난지도가 섬으로 표기된 낡은 지도(사진)만 접할 수 있다. 보안상 효과는 거의 없고, 여행객과 사업자만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국엠에스 관계자는 “빙 검색 등 국내에서 윈도폰의 제 기능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출시 때까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국엠에스 관계자는 “빙 검색 등 국내에서 윈도폰의 제 기능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출시 때까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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