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플레이북·HP 터치패드…
태블릿PC 신제품들 ‘전멸’
가격 경쟁력·완성도 완패
199달러 킨들파이어 선전
태블릿PC 신제품들 ‘전멸’
가격 경쟁력·완성도 완패
199달러 킨들파이어 선전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연초에 개막하는 국제 전시회답게 새로운 기술흐름을 보여주고 그해에 출시될 혁신적 제품들이 자웅을 겨룬다.
지난해 이 전시회에서는 주요 전자업체들이 내놓은 스마트 텔레비전과 태블릿피시(PC)가 언론과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열어젖힌 태블릿피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출사표를 내건 글로벌 정보기술업체들의 전시관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구글이 태블릿피시 전용 운영체제로 개발한 허니콤을 처음 적용해 만든 모토롤라의 줌과 리서치인모션(RIM)의 플레이북은 아이패드와 확연히 구분되며 기대를 모았다. 애플이 태블릿피시 시장을 개척했지만, 스마트폰시장처럼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요구가 생겨나고 시장은 다변화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아이패드 대항마들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를 취재한 언론은 ‘2011년은 태블릿피시 본격 경쟁의 시기’라고 전망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이패드 킬러’임을 자임했던 태블릿피시들의 성적은 무참할 정도다. 아이패드가 여전히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출시된 아마존닷컴의 킨들 파이어가 유일한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둘 모두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선 만날 수 없던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태블릿피시 시장에서 아이패드는 73%를 차지하고 갤럭시 탭 5%, 모토롤라 줌 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림의 플레이북이나 휼렛패커드(HP)의 터치패드 등은 각각 ‘사망한 채 도착’(DOA), ‘사업 철수’의 비운을 맞았을 정도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최근호는 태블릿피시 제조사들이 지난 1년간의 실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다뤘다.
첫째는 가격이다. 모토롤라 줌은 아이패드보다 높은 성능의 부품을 사용하고 다른 운영체제를 제공하면서 아이패드보다 비싼 가격표를 붙였지만, 소비자는 외면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 10인치 화면, 외부 입출력장치(HDMI, SD카드 슬롯) 등이 제조원가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가격 수준은 애플이 지난해 3월 아이패드2를 출시할 때 성능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올리지 않음에 따라 경쟁력을 잃게 됐다. 휼렛패커드는 피시 제조업체로서의 노하우를 살리고 독자 운영체제(웹OS)를 탑재한 태블릿피시 터치패드를 내놓았지만, 불과 49일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제품 가격을 500달러에서 100달러로 내려 ‘떨이’에 나섰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세라 엡스는 “모토롤라, 삼성, 휼렛패커드, 림 등은 설익은 제품에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표를 붙였고,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태블릿피시의 성공요인은 엘티이(LTE)나 다중 프로세서,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운영체제가 아니다”라며 “기기를 쓰면서 경험하게 되는 가치”라고 지적했다.
둘째는 완성도다. 아이패드의 성공을 지켜본 업체들은 서둘러 태블릿피시 개발과 출시에 나섰지만, ‘출시 먼저, 업그레이드 나중에’ 전략은 패착으로 이어졌다. 업체들은 일단 출시한 뒤에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사용자들은 포장을 뜯었을 때부터 제대로 된 제품을 기대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고 아이패드를 선보이기까지 3년반 동안 모바일 운영체제를 다듬으며 숙성시켰지만, 구글은 물론 림이나 휼렛패커드도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태블릿 운영체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철수한 뒤 아직까지 재진출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 아이패드에 위협이 될 만한 실적을 보여준 태블릿피시는 11월 출시 이후 매주 100만여대씩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가 유일하다. 하지만 킨들 파이어는 아이패드와 시장이 사뭇 다르다. 킨들 파이어는 7인치 화면에 카메라도 없는 199달러짜리 저사양 제품이다. 하지만 킨들 파이어는 아마존닷컴의 방대한 콘텐츠를 통해서, 여느 고사양 태블릿보다 다양한 사용성을 제공한다는 게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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