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왕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
`김용철씨, 비자금 폭로’ 때 사퇴
지난해 6월 삼성전자 고문으로
지난해 6월 삼성전자 고문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 이후 삼성을 떠났던 이종왕(사진)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이 삼성전자 고문으로 복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 삼성전자 쪽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2007년 11월 사직한 뒤 2년7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삼성전자 고문으로 복귀해 근무중이다. 이 고문의 삼성 복귀는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선 뒤의 일로,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은 주로 개인 사무실에서 머무르다가 1주일에 2~3일가량 이 회장이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는 날이면 회사에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고문에게 특정한 업무가 주어진 것은 없고 다양한 문제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장급 임원은 퇴직 후 2~3년간 고문을 지내며 예우를 받는데, 이 고문은 당시 이런 과정이 없어서 뒤늦게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관행적으로 퇴임한 임원을 고문으로 위촉할 경우 재임 당시 약 70% 수준의 대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사의 필요에 따라 일부 임원들은 장기간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 고문은 법무실장 사직 당시 “(법무실에 있던 김용철 변호사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법무책임자로 책임을 지고 법무실장직을 그만둔다”며 “다시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직 당시 변호사 자격증도 변호사협회에 반납했으며, 이후 법무 관련 일을 해오지 않았다.
이 고문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쳐 국민의 정부 시절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재직하다가 ‘옷로비’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퇴임했다. 이후 김앤장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그는 재벌 관련 재판의 변호를 여러 건 수임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해 기소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의 사건을 맡으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7기 ‘8인회’ 동기로,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삼성 퇴임 당시에도 강한 만류가 있었을 정도로, 이건희 회장의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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