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톡 :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
최근 카카오톡의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4일 서비스 개시 뒤 소비자들의 환영과 이동통신 업계의 경악이 교차하더니, 망중립성 문제로 불똥이 튀어 방송통신위원회도 골치 아파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동통신 3위 업체인 엘지유플러스(LGU+)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허용하겠다며 허를 찌르고 나왔다.
이렇듯 최근 일주일 사이 보이스톡 후속 반응과 조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대목도 여럿이다. 각자가 속앓이하는 사정, 서로의 진짜 노림수 등이 그것이다. 보이스톡을 둘러싼 새로운 관전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 “무료통화를 무료통화라 못하는…”
카카오는 보이스톡을 선보이며 “절대 무료통화가 아니며 전화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이석우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보이스톡은 음성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무료통화가 아니다. 음성채팅 서비스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엄밀하게 살펴보면 이는 말장난에 가깝다. 기존 이동전화 대신 보이스톡을 이용해 통화한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한적이나마 이동전화 대체재로서 성격이 분명한데도, 이를 애써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채팅’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음성으로 대화 또는 잡담을 한다는 뜻일 텐데, 전화 통화의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무료통화를 무료통화라 부르지 못하는 카카오의 속사정도 있다. 우선 이동통신사와 정부 당국 눈치를 봐야 한다. 만약 카카오가 ‘그래 맞아. 우리 무료통화야’라고 인정하면, 이동통신사들이 요구하는 망 투자비용 분담 논의에 나서지 않을 논리적 근거가 약해진다. 또 이동통신사들처럼 정부로부터 여러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마케팅 전략 면에서도 무료전화 부인 전략이 유리하다. 보이스톡을 무료 이동전화라고 선전하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져 ‘이동통신사 통화보다 못하다’며 타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전화가 아니니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하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을 떨어뜨린다. 서비스가 좀 부실해도 ‘공짜인데 이게 어디야’라고 고마워한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1997년 출시됐던 케이티(KT) ‘시티폰’이 반면교사다. 시티폰은 공중전화 반경 50m 정도 안에서만 터지는 발신 전용 이동전화 서비스였다. 문자메시지와 함께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 옮겨가는 중간 단계 서비스였던 셈인데, 가입비와 통화료가 이동통신사의 3분의 1~5분의 1에 불과했지만 출시된 지 3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나도 이동전화’라고 나섰다가 기능과 품질 면에서 이동전화와 비교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가격만을 유일한 선택기준으로 삼지는 않는 존재인 것이다.
카카오, 무료통화 아니라는데…
망 투자비 분담·규제 피할수 있고
통화질 낮아도 소비자 항의 적어 이통사, 매출 잠식당한다는데…
요금제 차등해 무제한 사용 불가능
동정심 유발 요금인하 맞대응 성격 ■ 이동통신사들의 이유 있는 엄살
보이스톡 서비스가 시작되자 이동통신사들은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진 듯했다. 문자메시지에 이어, 최대 수익원인 음성통화까지 카카오에 잠식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사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는 ‘오버액션’의 혐의가 짙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는 “해외 주요국 이동통신사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차단하거나, 이를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요금 수준에서 부분 허용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통신사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허용하거나 차단했다. 지금은 철회했지만, 엘지유플러스는 접속 자체를 금지했고,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3세대(G) 망에서는 5만4000원 이상, 4세대인 엘티이(LTE·롱텀이볼루션) 망에서는 5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서만 허용했다. 그것도 요금제 수준에 따라 사용량에 차등을 둬, 무제한 사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자신들 판단에 따라 부분적으로 허용해왔으면서도, ‘대책 없이 전면 허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몽니를 부린 것이다. 이는 소비자나 정부 당국의 동정심을 유발해, 자신들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요금인하 요구에 선제대응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동전화 요금 인하론이 제기됐고, 그 결과 이동통신 3사는 기본요금을 1000원씩 낮췄다. 기본요금 1000원 인하에 따른 이동통신 3사의 연매출 감소액은 60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동전화 요금 인하론이 또다시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동통신사들이 보이스톡 덕분에 요금인하론에 대해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된 셈이다. ■ 톰과 제리의 대결…당국도 고심
보이스톡 서비스를 둘러싼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의 대립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한다. 만화 속 고양이 톰은 덩치도 크고 힘도 세지만 조그만 쥐 제리에게 매번 휘둘린다. 현실에서도 판세를 주도하는 것은 기업 규모나 역사 면에서 이동통신사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카카오다. 양쪽 진영의 스타일도 톰과 제리만큼 차이가 난다. 이동통신사는 ‘국익 저해’, ‘투자여력 위축’, ‘서비스 품질 하락’ 등 근엄한 문어체를 동원하지만, 카카오톡은 ‘잘 안된다 싶으면 말해주세요..(부끄)’, ‘남친/여친에게 10시간 이상 계속 보이스톡 하자고 조르지 않기’ 등 가벼운 구어체를 구사한다. ‘통신사 분들께 항상 감사하는 카카오팀 드림’, ‘(보이스톡 접속 전면 허용해줘) 사랑해요 엘지’ 등 풍자스럽기까지 하다. 시청자들이 톰과 제리 가운데 제리를 더 좋아하듯, 소비자들도 카카오 쪽에 기울어져 있다. 여론 시장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약자다. 그래서 겉으로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 화를 삭인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솔직히 카카오는 벤처기업도 아니다. 이동통신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데이터 통화료를 낮게 가져간 상황을 악용한 무임승차자일 뿐이다. 하지만 대응책이 쉽지 않아 고민이다.”(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 톰이 심통이 나면 만화가 재미없어지듯, 이통사들이 삐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음성통화 요금을 비싸게 받는 대신 트래픽이 더 많이 발생하는 데이터는 싼값에 이용하도록 해왔다. 인터넷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결국, 음성통화 영역을 잠식당하면 이동통신사들은 쓰는 데이터에 비례해 돈을 받자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평한 방안이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콘텐츠 이용을 가로막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당국이 몽니를 부리는 이동통신사들을 쉽사리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재철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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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내곡동 사저 무혐의에 “독창적인 반띵철학”
■ 10년만의 가족여행, 여친 때문에 안 간다고?
카카오는 보이스톡을 선보이며 “절대 무료통화가 아니며 전화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이석우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보이스톡은 음성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무료통화가 아니다. 음성채팅 서비스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엄밀하게 살펴보면 이는 말장난에 가깝다. 기존 이동전화 대신 보이스톡을 이용해 통화한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한적이나마 이동전화 대체재로서 성격이 분명한데도, 이를 애써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채팅’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음성으로 대화 또는 잡담을 한다는 뜻일 텐데, 전화 통화의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무료통화를 무료통화라 부르지 못하는 카카오의 속사정도 있다. 우선 이동통신사와 정부 당국 눈치를 봐야 한다. 만약 카카오가 ‘그래 맞아. 우리 무료통화야’라고 인정하면, 이동통신사들이 요구하는 망 투자비용 분담 논의에 나서지 않을 논리적 근거가 약해진다. 또 이동통신사들처럼 정부로부터 여러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마케팅 전략 면에서도 무료전화 부인 전략이 유리하다. 보이스톡을 무료 이동전화라고 선전하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져 ‘이동통신사 통화보다 못하다’며 타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전화가 아니니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하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을 떨어뜨린다. 서비스가 좀 부실해도 ‘공짜인데 이게 어디야’라고 고마워한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1997년 출시됐던 케이티(KT) ‘시티폰’이 반면교사다. 시티폰은 공중전화 반경 50m 정도 안에서만 터지는 발신 전용 이동전화 서비스였다. 문자메시지와 함께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 옮겨가는 중간 단계 서비스였던 셈인데, 가입비와 통화료가 이동통신사의 3분의 1~5분의 1에 불과했지만 출시된 지 3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나도 이동전화’라고 나섰다가 기능과 품질 면에서 이동전화와 비교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가격만을 유일한 선택기준으로 삼지는 않는 존재인 것이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망 투자비 분담·규제 피할수 있고
통화질 낮아도 소비자 항의 적어 이통사, 매출 잠식당한다는데…
요금제 차등해 무제한 사용 불가능
동정심 유발 요금인하 맞대응 성격 ■ 이동통신사들의 이유 있는 엄살
보이스톡 서비스가 시작되자 이동통신사들은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진 듯했다. 문자메시지에 이어, 최대 수익원인 음성통화까지 카카오에 잠식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사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는 ‘오버액션’의 혐의가 짙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는 “해외 주요국 이동통신사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차단하거나, 이를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요금 수준에서 부분 허용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통신사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허용하거나 차단했다. 지금은 철회했지만, 엘지유플러스는 접속 자체를 금지했고,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3세대(G) 망에서는 5만4000원 이상, 4세대인 엘티이(LTE·롱텀이볼루션) 망에서는 5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서만 허용했다. 그것도 요금제 수준에 따라 사용량에 차등을 둬, 무제한 사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자신들 판단에 따라 부분적으로 허용해왔으면서도, ‘대책 없이 전면 허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몽니를 부린 것이다. 이는 소비자나 정부 당국의 동정심을 유발해, 자신들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요금인하 요구에 선제대응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동전화 요금 인하론이 제기됐고, 그 결과 이동통신 3사는 기본요금을 1000원씩 낮췄다. 기본요금 1000원 인하에 따른 이동통신 3사의 연매출 감소액은 60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동전화 요금 인하론이 또다시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동통신사들이 보이스톡 덕분에 요금인하론에 대해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된 셈이다. ■ 톰과 제리의 대결…당국도 고심
보이스톡 서비스를 둘러싼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의 대립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한다. 만화 속 고양이 톰은 덩치도 크고 힘도 세지만 조그만 쥐 제리에게 매번 휘둘린다. 현실에서도 판세를 주도하는 것은 기업 규모나 역사 면에서 이동통신사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카카오다. 양쪽 진영의 스타일도 톰과 제리만큼 차이가 난다. 이동통신사는 ‘국익 저해’, ‘투자여력 위축’, ‘서비스 품질 하락’ 등 근엄한 문어체를 동원하지만, 카카오톡은 ‘잘 안된다 싶으면 말해주세요..(부끄)’, ‘남친/여친에게 10시간 이상 계속 보이스톡 하자고 조르지 않기’ 등 가벼운 구어체를 구사한다. ‘통신사 분들께 항상 감사하는 카카오팀 드림’, ‘(보이스톡 접속 전면 허용해줘) 사랑해요 엘지’ 등 풍자스럽기까지 하다. 시청자들이 톰과 제리 가운데 제리를 더 좋아하듯, 소비자들도 카카오 쪽에 기울어져 있다. 여론 시장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약자다. 그래서 겉으로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 화를 삭인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솔직히 카카오는 벤처기업도 아니다. 이동통신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데이터 통화료를 낮게 가져간 상황을 악용한 무임승차자일 뿐이다. 하지만 대응책이 쉽지 않아 고민이다.”(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 톰이 심통이 나면 만화가 재미없어지듯, 이통사들이 삐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음성통화 요금을 비싸게 받는 대신 트래픽이 더 많이 발생하는 데이터는 싼값에 이용하도록 해왔다. 인터넷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결국, 음성통화 영역을 잠식당하면 이동통신사들은 쓰는 데이터에 비례해 돈을 받자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평한 방안이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콘텐츠 이용을 가로막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당국이 몽니를 부리는 이동통신사들을 쉽사리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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