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언론사 누리집 실명인증
‘셧다운제’ 등도 사실상 본인확인
업계 “시스템 개선 착수 아직…”
‘셧다운제’ 등도 사실상 본인확인
업계 “시스템 개선 착수 아직…”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한 인터넷 실명제만 폐지됐을 뿐, 법률적으로 강제되는 인터넷 실명제는 여럿이다.
■ 인터넷 모든 댓글 익명화? 아님!
‘실명제 족쇄 풀린 인터넷/12월 대선 악성댓글 비상’. 헌재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소식을 1면에 전한 <중앙일보>의 지난 24일치 기사 제목이다. 실명제가 사라져 선거판에 음해와 비방성 댓글이 넘쳐날까 걱정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는 틀린 지적이다. 공직선거법의 인터넷 실명제 규정은 멀쩡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82조의 6)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의 누리집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과 동영상 등을 게시할 때에는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위헌 결정과 별개로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나 정당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려면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의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의견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 ‘헌재 위헌 결정의 취지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관위의 의견일 뿐, 법률 개정의 칼자루를 쥔 것은 어디까지나 국회다. 선거운동 때의 이런저런 말들에 민감해하는 국회의원들이 선관위 의견을 따를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만약 선관위 바람과 달리 12월 대선까지 공직선거법의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엔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된다. 일반 기사 댓글은 실명인증이 필요 없고 선거 관련 기사 댓글만 실명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용자 편익은 물론 기술적인 조처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정치 기사에 정치 관련 내용의 댓글을 쓰는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의 불완전한 폐지가 부를 수 있는 부작용인 셈이다.
■ 포털들 “실명제 폐지 맞긴 한데…” 고민
결국 인터넷 업계는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실명제가 일부만 폐기돼 기술적으로 더 복잡해질 수도 있는데다, 실명제 폐지로 악성 댓글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수 색깔 매체들의 여론몰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말고도 인터넷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 하는 경우는 또 있다.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때 실명과 나이 확인 의무를 규정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또 청소년보호법에서는 자정~새벽 6시 사이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데(셧다운제), 이 또한 나이와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해 사실상 실명제다.
인터넷포털 ‘다음’의 홍보팀 강현구 매니저는 “실명제를 폐지한다는 원칙만 정해졌을 뿐, 실명인증을 안 할 경우엔 뭘 어떻게 해나갈지 논의중이며, 시스템 개선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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