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최다 검색어는 공교롭게도 경쟁사인 ‘다음’이다. 지난 10일 오후 5시 네이버 최다 검색어 순위는 ‘다음’, ‘국민은행’, ‘농협인터넷뱅킹’ 차례로 1, 2, 3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순위는 평소에도 대체로 유사하다. 검색 수 상위권은 보통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일상적인 검색어들이 차지한다는 게 네이버쪽의 설명이다. 그러나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이 검색량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계산 원칙 등을 발표하고 앞으로 검색서비스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요 포털 5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해 검증을 받기로 했다. 이 보고서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자동완성’, ‘연관검색어’ 등을 정하는 원리와 운영원칙, 처리 내역 등을 담을 계획이다.
김상헌 엔에이치엔 대표는 “우리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외부기관에 내역을 공개하는 것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 이슈를 종결할 확실한 방법으로, 외부기관에 관련 서비스 운영 자체를 단계적으로 넘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직접 키보드로 입력하거나 자동완성된 단어를 클릭한 검색어들을 상대로 집계한다. 동일 아이피(인터넷 서버주소)에서 짧은 시간안에 검색한 횟수는 1회로 집계하며 엔에이치엔 회사 안에서 검색한 횟수는 포함하지 않는다. 특정 상황마다 감점을 줘서 현재 이슈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어제 검색횟수가 크게 오른 검색어가 오늘 그 횟수가 줄면 순위에 감점을 준다. 이슈가 일정 지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 중 특정 시간대마다 검색횟수가 크게 오르는 특정 검색어에 대해서도 조정한다. 예를들어, 시중은행은 평일 오전 9~10시에 검색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오전마다 맥락없이 시중은행을 순위에 올리지 않기 위해 감점을 준다. 화면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뜬 검색어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검색 횟수가 늘어나므로 이 또한 조정한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이같은 원리에 따라 15초마다 순위를 매긴다. 총 검색횟수는 10분동안 집계한다. 자동완성 단어는 현재 1000만개 가량의 단어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고, 24시간 단위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실시간 급상승 키워드의 경우 15분마다 자동완성 단어에 반영된다. 연관검색어 또한 24시간 단위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1시간 단위로 수정해 반영한다.
이날 한성숙 네이버 검색본부장은 “검색 관련 수식과 업데이트 주기 등을 공개하게 된 이유는 1000만개 단어를 만드는 복잡하고 수많은 과정에서 특정 키워드 하나를 끼워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본부장은 “그동안 전문 법조인의 자문을 거쳐 검색서비스 제어 원칙을 수립해왔지만 저희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투명성 리포트’를 만들어 외부 검증을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최근 두달동안 누리꾼들로부터 검색어 ‘정우택 성상납’와 ‘안철수 룸싸롱’ 등에 대한 검색 서비스를 원칙없이 임의로 차단하거나 노출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네이버는 다음달중 검색 결과에서 원본이 복사본이나 퍼온 글에 견줘 페이지 위쪽에 노출될 수 있도록 ‘문서 원본 판별 시스템’을 보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검색어의 오르내림을 보여주는 ‘네이버 트렌드 서비스(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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