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 이용자 가운데는 진보적인 성향이 많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각종 사안을 두고 보수와 진보가 대등한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상대방의 비판이나 약점 등 네거티브와 관련된 이슈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후보 스스로 제시한 주장이나 비전 등이 차지하는 몫이 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홍보대행사 미디컴(www.medicompr.co.kr)과 에스엔에스 여론분석 사이트인 SNS민심닷컴(www.snsminsim.com)은 5일 월간 단위 ‘대선 후보별 트위터 이슈어’ 분석 결과를 내놨다.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 후보들을 언급한 트위터에서 어떤 단어(이슈어)가 함께 거론됐는지를 조사해 그 순서를 매긴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9월 트위터 민심은 ‘과거사 전쟁’으로 요약된다. 박 후보에 관한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최대 이슈어는 ‘박정희’였고, ‘과거사’, ‘아버지’, ‘인민혁명당 사건’, ‘이명박’ 등이 뒤를 이었다. 박 후보는 그 달 10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 판결이 두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고, 24일에는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 달 민주통합당 후보로 확정된 문 후보에 관한 트위터 최대 이슈어는 ‘노무현’이었고, ‘손학규’, ‘단일화’, ‘서울대’, ‘김두관’ 등이 뒤를 이었다.
10월엔 과거사 문제가 주로 언급되면서도 이념 문제가 가세했다. 우선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의 최대 이슈어로 올라서며 ‘박정희’를 한 단계 밀어냈다. 이는 그 달 15일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문화방송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문화방송 지분 매각을 몰래 논의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난 게 영향을 끼친 결과로 보인다. 이외에 ‘대한민국’, ‘정치’, ‘엔엘엘’ 등도 박 후보와 자주 함께 검색됐다. 문 후보는 ‘노무현 엔엘엘(NLL) 발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 달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엔엘엘 무력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문 후보와 관련된 트위터 최대 이슈어는 ‘단일화’였지만, 그 뒤를 ‘노무현’, ‘엔엘엘’, ‘무소속’, ‘정부’ 등이 뒤를 이었다.
대선을 한달여 앞둔 11월엔 ‘단일화’가 다른 모든 이슈들을 압도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최대 이슈어가 ‘단일화’였다. 안철수-문재인 단일화가 문 후보는 물론, 박 후보에게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이명박’, ‘TV토론’, ‘대한민국’, ‘박정희’ 등이 5대 이슈어에 이름을 올렸고, 문 후보는 ‘정치’, ‘노무현’, ‘다운계약서’, ‘의자’ 등이 ‘단일화’ 뒤를 이었다.
9~10월에 비해 ‘박정희’, ‘아버지’, ‘노무현’ 등 과거사 이슈가 상대적으로 힘을 잃었고, ‘대한민국’, ‘TV토론’, ‘정치’ 등 무색 무취하거나, 각 후보들이 자신을 언급하며 다루는 단어들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보수와 진보가 의외로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박 후보는 10월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문화방송 지분 몰래 매각 논란과 관련해 “정수장학회와 관련 없다”고 발언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두고 트위터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 박 후보를 비판하는 의견과 옹호하는 의견이 대등했다.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를 언급한 6704건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후보가 관련 있다’고 보는 여론이 49.2%였고, 관련이 없다고 보는 여론이 49%였다. 중립 여론은 1.8%였다.
미디컴은 “박근혜 후보가 11월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트위터 상에서는 박 후보가 육영수 여사의 가정적이고 검소한 모습을 닮았다며, 어머니와 같은 여성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의견이 형성됐다. 박 후보에게 임신 및 육아 등 여성 관련 정책을 기대하는 트윗이 많았으며, 여성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우호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문재인 후보는 11월 내내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트윗 찬반 여론이 거셌다. 23일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면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단일화 실패로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굳혀졌다’는 의견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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