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기본으로 승부하다 l 통신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사장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 해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업 쪽에서 보면, 이럴 때일수록 ‘기업가 정신’과 ‘기본’으로 무장된 ‘선장’이 절실히 요구된다. 실제로 이런 경영자를 둔 기업들은 불황기에 오히려 진가를 발휘한다. 이처럼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짚어보고 그들의 새해 경영 구상을 들어본다.
ICT 시대는 한국이 주인공
거래관행 나빠져 시장 열악
일자리 창출의 해답은
인력투입형 중기·벤처에 소탈한(?) 얼굴에 작업용 점퍼를 입은 모습이 시골 방앗간 주인장을 떠올리게 했다. 악수를 하며 ‘시골 아저씨 같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금세 ‘반박성 답변’이 돌아왔다. “에이, 제 눈동자를 잘 보세요. 히딩크를 좀 닮지 않았나요? 그리고 남씨 성이 주로 해안가에 표류한 외국인에게 주어진 성씨예요. 그래서 저는 이국적인 피가 흐르는 것 같은데요. 그런 (혈통) 융합이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기르게 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52) 대표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집무실을 울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1세대 벤처기업인인 그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 판교 사옥에서 만났다. 벤처기업협회장이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을 맡아서인지, 그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기업풍토 얘기부터 꺼냈다. “정보통신기술(ICT)만큼 우리나라 사람들 기질과 맞아떨어지는 산업이 없습니다. 제조업 시대에 독일과 일본이 잘 나갔다면, 정보통신기술 시대는 한국이 주인공이 될 겁니다. 그런데 시장은 너무 열악해요. 통신 쪽은 대-중소기업 거래관행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습니다. 동반성장 한다는데 실제는 (납품업체를) 더 옥죄고 있죠. 통신사들도 형편이 안좋잖아요.” 현실은 비관적인데 미래는 긍정적이다? 잿빛 현실 속에서 장밋빛 미래를 일구는 게 벤처기업인이라지만,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다행히 자세한 설명이 뒤따랐다. “제조업은 ‘10년 대계’를 세우고 기술 개발하고 축적시켜 나가면 돼요. 독일이나 일본 사람들 스타일이잖아요. 정보통신기술 쪽은 워낙에 변화가 빨라 ‘1년 대계’도 세울 수가 없어요. 유연성과 신속성, 임기응변 능력이 필수죠. 한국이 여기에 딱 맞잖아요. 다만, 국내 시장 상황은 어려워요.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고, 경쟁을 거쳐 일부는 성장해 대기업이 되고, 그런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끊임없는 도전, 창업, 벤처정신이 필요한데, 누가 창업한다면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풍토나 문화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일 같아요.” 그는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일자리다. 그렇다면, 자본투입형인 대기업은 한계가 있고, 인력투입형인 중소, 중견기업과 벤처가 답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구축된 통신·인터넷 장비의 절반가량을 공급했다’는 얘기를 듣는 다산네트웍스는 올해 3월 창사 20돌을 맞는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연결 장비인 소형 라우터를 국산화하고, 2000년에 세계 최초로 리눅스 기반 라우터를 상용화하며 ‘대박’을 쳤다. 초고속인터넷 장비와 인터넷 셋톱박스, 인터넷 전화기, 무선랜 장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며 간판 벤처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10년 1900억원까지 올랐던 매출은 2011년 1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실적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적자전환은 아니지만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수치와 달리, 남 대표의 얼굴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2년 동안 사업을 재편하며 해외 진출에 공을 들였고, 이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란 얘기였다. 스마트카 시대 시너지 효과 내려
자동차부품사·SW사 인수
“올해 창립 20돌 행사는 생략
10년 뒤도 살아남아 대기업 전설로” 다산네트웍스는 2011년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핸디소프트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판도라티브이(TV)와 합작해 팬더미디어를 설립했고, 자동차 부품회사인 동명통산도 인수했다. 회사 매출은 주는데 되레 덩치를 키운 셈이다. 통신장비 ‘한우물’ 전략을 포기한 걸까?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퇴직하고 1991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게 소프트웨어 쪽이었어요. 그 다음이 대우차 때부터 관여했던 자동차 시험장비 개발이고, 세번째로 소프트웨어를 다루며 알게 된 통신장비 쪽으로 사업영역을 넓혔죠. 그런데 통신장비 쪽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원래 하던 소프트웨어와 자동차 부품 쪽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자동차 부품회사라지만 스마트카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통신장비와 엮일 수밖에 없어요.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분야란 얘기죠.”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자동차 부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과 함께,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등 외국에서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올리고 있지만, 최근 중국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4명으로 시작해 임직원 1000여명에 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그룹사로 키워낸 남 대표에게 ‘창사 20돌 행사’에 대해 물었다. “생략하기로 했어요. 대신 5년 뒤 매출 1조원 넘기고 25주년 행사를 크게 하려고요. 30돌에는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겨) 공정위 지정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이 창업하면 2~3년 안에 절반이 망하고, 10년 뒤엔 10개 중에 한두개 살아남죠. 30년 뒤까지 살아남아 대기업이 된다? 이것은 기적을 뛰어넘어 전설입니다. 한번 두고 보세요.”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거래관행 나빠져 시장 열악
일자리 창출의 해답은
인력투입형 중기·벤처에 소탈한(?) 얼굴에 작업용 점퍼를 입은 모습이 시골 방앗간 주인장을 떠올리게 했다. 악수를 하며 ‘시골 아저씨 같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금세 ‘반박성 답변’이 돌아왔다. “에이, 제 눈동자를 잘 보세요. 히딩크를 좀 닮지 않았나요? 그리고 남씨 성이 주로 해안가에 표류한 외국인에게 주어진 성씨예요. 그래서 저는 이국적인 피가 흐르는 것 같은데요. 그런 (혈통) 융합이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기르게 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52) 대표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집무실을 울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1세대 벤처기업인인 그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 판교 사옥에서 만났다. 벤처기업협회장이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을 맡아서인지, 그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기업풍토 얘기부터 꺼냈다. “정보통신기술(ICT)만큼 우리나라 사람들 기질과 맞아떨어지는 산업이 없습니다. 제조업 시대에 독일과 일본이 잘 나갔다면, 정보통신기술 시대는 한국이 주인공이 될 겁니다. 그런데 시장은 너무 열악해요. 통신 쪽은 대-중소기업 거래관행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습니다. 동반성장 한다는데 실제는 (납품업체를) 더 옥죄고 있죠. 통신사들도 형편이 안좋잖아요.” 현실은 비관적인데 미래는 긍정적이다? 잿빛 현실 속에서 장밋빛 미래를 일구는 게 벤처기업인이라지만,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다행히 자세한 설명이 뒤따랐다. “제조업은 ‘10년 대계’를 세우고 기술 개발하고 축적시켜 나가면 돼요. 독일이나 일본 사람들 스타일이잖아요. 정보통신기술 쪽은 워낙에 변화가 빨라 ‘1년 대계’도 세울 수가 없어요. 유연성과 신속성, 임기응변 능력이 필수죠. 한국이 여기에 딱 맞잖아요. 다만, 국내 시장 상황은 어려워요.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고, 경쟁을 거쳐 일부는 성장해 대기업이 되고, 그런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끊임없는 도전, 창업, 벤처정신이 필요한데, 누가 창업한다면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풍토나 문화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일 같아요.” 그는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일자리다. 그렇다면, 자본투입형인 대기업은 한계가 있고, 인력투입형인 중소, 중견기업과 벤처가 답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구축된 통신·인터넷 장비의 절반가량을 공급했다’는 얘기를 듣는 다산네트웍스는 올해 3월 창사 20돌을 맞는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연결 장비인 소형 라우터를 국산화하고, 2000년에 세계 최초로 리눅스 기반 라우터를 상용화하며 ‘대박’을 쳤다. 초고속인터넷 장비와 인터넷 셋톱박스, 인터넷 전화기, 무선랜 장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며 간판 벤처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10년 1900억원까지 올랐던 매출은 2011년 1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실적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적자전환은 아니지만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수치와 달리, 남 대표의 얼굴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2년 동안 사업을 재편하며 해외 진출에 공을 들였고, 이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란 얘기였다. 스마트카 시대 시너지 효과 내려
자동차부품사·SW사 인수
“올해 창립 20돌 행사는 생략
10년 뒤도 살아남아 대기업 전설로” 다산네트웍스는 2011년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핸디소프트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판도라티브이(TV)와 합작해 팬더미디어를 설립했고, 자동차 부품회사인 동명통산도 인수했다. 회사 매출은 주는데 되레 덩치를 키운 셈이다. 통신장비 ‘한우물’ 전략을 포기한 걸까?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퇴직하고 1991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게 소프트웨어 쪽이었어요. 그 다음이 대우차 때부터 관여했던 자동차 시험장비 개발이고, 세번째로 소프트웨어를 다루며 알게 된 통신장비 쪽으로 사업영역을 넓혔죠. 그런데 통신장비 쪽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원래 하던 소프트웨어와 자동차 부품 쪽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자동차 부품회사라지만 스마트카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통신장비와 엮일 수밖에 없어요.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분야란 얘기죠.”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자동차 부품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과 함께,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등 외국에서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올리고 있지만, 최근 중국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4명으로 시작해 임직원 1000여명에 매출 3000억원에 이르는 그룹사로 키워낸 남 대표에게 ‘창사 20돌 행사’에 대해 물었다. “생략하기로 했어요. 대신 5년 뒤 매출 1조원 넘기고 25주년 행사를 크게 하려고요. 30돌에는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겨) 공정위 지정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기업이 창업하면 2~3년 안에 절반이 망하고, 10년 뒤엔 10개 중에 한두개 살아남죠. 30년 뒤까지 살아남아 대기업이 된다? 이것은 기적을 뛰어넘어 전설입니다. 한번 두고 보세요.”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