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세상보기 / 남녀 인터넷 뉴스 소비 분석해보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세계 각국에서 1000만부 넘게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책 제목이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을 정도로 크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남녀의 평소 관심사는 어떻게 다를까? <한겨레>는 포털 다음의 협조를 얻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뉴스 소비와 관련한 남녀 차이의 일면을 짚어봤다.
■ 남성 70% 이상 1110개, 여성 70% 이상 171개
누리꾼들이 뉴스를 접하는 주된 창구는 포털이다. 포털 가운데 다음 쪽 협조를 얻어, 남녀 취향이 갈리는 기사들을 분석해봤다. 네이버의 경우는 초기 화면 뉴스캐스트의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돼 별도 분석이 어려워 배제됐다. 다음에서는 한해 700만건가량의 기사가 서비스되는데, 이 가운데 ‘어느 정도 읽힌 기사’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체 클릭 횟수가 5만 이상인 기사(3만6000건가량)만 걸러냈다. 또 남성 또는 여성 취향이 극명하게 갈린 뉴스를 찾기 위해 어느 한쪽 비율이 30%에 못 미치는 기사들을 추려낸 결과, 1281개의 뉴스가 남았다. 여성 독자가 30% 이하인 뉴스는 1110개, 남성 독자가 30% 이하인 경우가 171개였다.
여성 기피(남성 선호) 뉴스가, 남성 기피(여성 선호) 뉴스보다 6~7배가량 많은 셈이다. 55 대 45가량인 인터넷 이용자의 남녀비율(2010년 코리안클릭의 ‘인터넷 이용자 특성’ 등)에 비해 격차가 너무 난다. 이와 관련해 다음 쪽은 “남성들의 관심이 높은 군대와 자동차 등은 여성들의 관심이 거의 없지만, 여성들이 선호하는 연예나 라이프 쪽 뉴스는 남성들도 함께 읽는 확률이 높아, 남성 인기기사의 치우침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81개의 기사는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쪽이 많이 봐서라기보다는 어느 한쪽이 덜 봐서 추려진 기사들인데, 비관심 분야에 대한 관심 수준이 여성이 더 낮아, 여성 기피 기사의 개수도 많다는 것이다.
또 군과 자동차 등 남성 취향 분야는, 헤비 블로거 등이 관련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걸어두고 남성 방문자들이 이를 클릭하게 되는 점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여성 클릭비중 높은 뉴스 171개
그중 166개가 연예 관련 기사
성·범죄 분야 ‘여성 외면’ 뚜렷 남성 비중 높은 기사 1110개
정치·테크·문화 등 분야 다양
배우 동정기사 선호도 낮은 편 “남성이 뉴스에 더 적극적 참여”
‘여성 이슈 무관심’ 일반화 안돼 ■ ‘뉴스 편식’ 여성이 훨씬 심하다? 기피의 정도에서도 남녀 차이는 컸다. 여성 독자의 기피가 가장 심한 기사는 ‘신형 M1A2 에이브람스 탱크, 부산 도착’이라는 연합뉴스 사진기사로, 여성 독자 비율은 9%에 불과했다. 남성 기피가 가장 강한 기사는 ‘예비 새내기…‘꿀피부’ 원한다면 화장 이렇게’라는 기사였는데, 남성 독자 비율은 21%였다. 결국, 여성이 기피하는 뉴스 범위도 광범위하고 기피하는 정도도 더 심한 셈이다. 여성 기피(남성 선호) 뉴스는 전체 개수가 많은 만큼 종류도 다양했다. 분야별로는 사회 321건, 정치 268건, 경제 178건, 국제 167건, 연예 115건, 테크(기술) 37건, 문화·생활 24건 순이었다. 구체적 이슈별로 살펴보면, 사회 분야에서는 성 또는 범죄 분야가 두드러졌다. ‘성폭력’, ‘성매매’, ‘나체’ 등 성과 관련된 뉴스가 50개가량이었고, 폭력(조폭, 김태촌, 양은이파 등) 관련 뉴스도 20건이 넘었다. 여성 기피 뉴스 가운데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했던 이슈와 관련된 뉴스들도 여럿이었다. 정치인과 관련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뉴스가 30여개로 많아 눈에 띄었는데, 이 가운데는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던 ‘박 시장 아들 신체검사 조작 의혹’에 관한 게 10여건이었다. 이외에도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 파동 관련 기사가 20건에 가까웠고,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 남편(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관련 기사도 10건이 넘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과 서기호(진보정의당 의원) 전 판사 재임용 탈락 등 사법부의 치부와 관련된 기사도 10건 가까이 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억대 뇌물수수(여성 독자 비율 16%),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차명계좌 실토(18%)와 검찰 소환(19%) 소식도 상대적으로 여성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남성 기피(여성 선호) 기사 171건 가운데는 연예 관련이 166건으로 압도적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관한 기사가 100건이 넘었다. ‘김수현’과 ‘여진구’ 등 출연 배우들에 대한 동정 기사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아내의 자격’(5개), ‘내일이 오면’(4건), ‘태양의 신부’(4건), ‘신들의 만찬’(3건) 등 드라마가 남성 기피 뉴스 상위에 올랐다. 연예 분야가 아닌 뉴스로는 건강과 뷰티 등 문화·생활 쪽이 5건 있었다.
■ ‘여성, 시사문제 무관심’ 일반화는 어려워
이런 결과만 두고 보면, 여성들이 정치·사회 이슈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섣부른 일반화일 수도 있다. 다음 정지은 홍보팀장은 “주요 뉴스의 경우는 (매체가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다루는 뉴스가 수십개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을 전하는 사실상 동일한 기사가 여럿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을 여성들도 클릭했는데, 가끔 한두개 기사에서 여성 독자 클릭률이 떨어질 뿐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통계 전문가는 “누리꾼들은 댓글을 달기 위해 로그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성이 뉴스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이런 편차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로그인을 한 뒤 본 기사들만 체크돼 (표본 채집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그인 여부에 있어 남녀 차이가 있다는 근거도 없다는 반론도 가능해 보인다.
남성 기피 뉴스에 연예 관련 뉴스가 여럿인 점을 두고 ‘여성들만 연예뉴스에 관심이 많다. 남성들은 연예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또한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여성 연예인들에 관한 남성들의 높은 관심 등을 고려하면, 전체 연예뉴스 소비량에서는 남성이 앞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는 남성 기피 뉴스 대부분이 ‘해를 품은 달’ 등 몇몇 드라마에 몰려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예뉴스 일반에 대한 남녀 취향 차이보다는, 해당 드라마에 대한 호응도 차이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같은 드라마를 두고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했지만, 여성들은 ‘클릭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더 노출하고자 하는’ 팬덤 문화가 발동할 정도로 높은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연구위원은 “(남녀 기피 뉴스의) 숫자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난다. (개별 기사단위 분석에 더해) 정치·경제·사회 등 카테고리별로 남녀 이용자 현황을 함께 살펴보면 좀더 정확한 뉴스 이용의 남녀 차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그중 166개가 연예 관련 기사
성·범죄 분야 ‘여성 외면’ 뚜렷 남성 비중 높은 기사 1110개
정치·테크·문화 등 분야 다양
배우 동정기사 선호도 낮은 편 “남성이 뉴스에 더 적극적 참여”
‘여성 이슈 무관심’ 일반화 안돼 ■ ‘뉴스 편식’ 여성이 훨씬 심하다? 기피의 정도에서도 남녀 차이는 컸다. 여성 독자의 기피가 가장 심한 기사는 ‘신형 M1A2 에이브람스 탱크, 부산 도착’이라는 연합뉴스 사진기사로, 여성 독자 비율은 9%에 불과했다. 남성 기피가 가장 강한 기사는 ‘예비 새내기…‘꿀피부’ 원한다면 화장 이렇게’라는 기사였는데, 남성 독자 비율은 21%였다. 결국, 여성이 기피하는 뉴스 범위도 광범위하고 기피하는 정도도 더 심한 셈이다. 여성 기피(남성 선호) 뉴스는 전체 개수가 많은 만큼 종류도 다양했다. 분야별로는 사회 321건, 정치 268건, 경제 178건, 국제 167건, 연예 115건, 테크(기술) 37건, 문화·생활 24건 순이었다. 구체적 이슈별로 살펴보면, 사회 분야에서는 성 또는 범죄 분야가 두드러졌다. ‘성폭력’, ‘성매매’, ‘나체’ 등 성과 관련된 뉴스가 50개가량이었고, 폭력(조폭, 김태촌, 양은이파 등) 관련 뉴스도 20건이 넘었다. 여성 기피 뉴스 가운데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했던 이슈와 관련된 뉴스들도 여럿이었다. 정치인과 관련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뉴스가 30여개로 많아 눈에 띄었는데, 이 가운데는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던 ‘박 시장 아들 신체검사 조작 의혹’에 관한 게 10여건이었다. 이외에도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 파동 관련 기사가 20건에 가까웠고,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 남편(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관련 기사도 10건이 넘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과 서기호(진보정의당 의원) 전 판사 재임용 탈락 등 사법부의 치부와 관련된 기사도 10건 가까이 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억대 뇌물수수(여성 독자 비율 16%),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포털 다음에서 지난 1년동안 서비스한 기사(클릭수 5만 이상) 가운데, ‘신형 M1A2 에이브람스 탱크, 부산 도착’ 기사는 여성 독자 비율이 9%로 제일 낮았다. 남성 독자 비율이 제일 낮은 기사는 ‘예비 새내기…‘꿀피부’ 원한다면 화장 ‘이렇게’’라는 기사였는데, 남성 독자 비율이 21%였다. 비관심분야에 대한 무관심 정도는 여성이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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