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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카카오 ‘폴서비스’ 개발했나 베꼈나

등록 2013-03-05 20:24수정 2013-03-06 10:54

지난달 미국과 일본에서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카카오폴 앱이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폴 앱(왼쪽)과 두잇서베이의 오백인 앱(오른쪽)은 오른쪽 상단 버튼(네모 표시)을 눌러 새로운 질문을 형성하는 등의 서비스 방식이 비슷하다.
지난달 미국과 일본에서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카카오폴 앱이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폴 앱(왼쪽)과 두잇서베이의 오백인 앱(오른쪽)은 오른쪽 상단 버튼(네모 표시)을 눌러 새로운 질문을 형성하는 등의 서비스 방식이 비슷하다.
벤처 제안거부 뒤 같은 서비스
두잇서베이 “상도의 저버려”
카카오 “제안 특별하지 않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앱 개발 벤처업체의 서비스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사업 제안을 받고 협력을 거부하더니, 얼마 뒤 자신들이 직접 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쪽은 ‘제안 내용이 특별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벤처업체는 “상도의를 저버린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 “카카오, 서비스 베껴” 카카오는 지난 달 미국과 일본에서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는 투표 카카오폴’ 베타(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폴은 투표 앱이다. ‘신혼여행 어디가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올리면, ‘로맨틱한 유럽’, ‘지상낙원 하와이’ 등 후보지 가운데 하나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투표 현황은 보기 편하게 차트로 그려지고, 이용자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궁금하거나 조언이 필요할 경우, 친구 또는 누리꾼 다중의 집단지성을 모으는 앱인 셈이다.

카카오폴 서비스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리서치분야 벤처업체인 ‘두잇서베이’는 지난 달 1일 카카오 쪽에 “카카오폴 서비스는 2011년 6~8월 카카오 쪽에 제휴를 제안한 내용과 핵심 아이디어를 비롯해 서비스 기획, 기능, 메뉴 이름, 운영 방법이 매우 흡사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자신들이 제안한 내용을 베낀 것 아니냐며,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두잇서베이는 2011년 6월 폴(투표) 서비스 제휴를 위해 카카오 쪽과 접촉해 제휴안을 냈고, 실무자들 미팅을 거쳐 그 해 8월에는 이제범 대표를 직접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는 제휴 거절 의사를 최종 통보했고, 두잇서베이는 지난해 3월 카카오폴을 자체적으로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다. 이후 카카오 쪽에서 상표권 침해를 지적해 ‘모바일 무료투표’로 이름을 바꿨고, 올해 초부터는 ‘오백인’이라는 새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다.

■ “운영방법 일치”-“일반적 서비스” 2년 전 두잇 쪽의 제안서와 카카오폴의 실제 서비스를 보면, 최신 및 인기 기준으로 질문 리스트를 보여주고, 질문마다 댓글 수와 참여인원을 표시해주는 서비스 방식이 일치한다. 폴에 댓글을 달아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폴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두잇의 오백인 앱과 카카오의 카카오폴 앱은 더욱 유사하다. 설문 참여 대상자 범위(친구 또는 누리꾼 일반) 지정, 복수 응답하거나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 기능, 투표하기 버튼 누른 뒤 투표결과 조회 화면 이동,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의 연동 등 세부적인 서비스 내용의 상당 부분이 일치한다.

최종기 두잇 대표는 “2011년 제안 당시 이제범 대표와 담당 직원은 제안 설명을 들은 뒤 ‘폴 관련 서비스를 진행할 여력도, 관심도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더니, 우리가 제안했던 기획은 물론 카피까지 유사한 카카오폴 서비스를 내놨다. (현재 카카오폴 서비스는) 디자인 외에 우리 쪽 제안서 내용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쪽은 “카카오폴은 2012년 6월 인수해 카카오랩으로 이름을 바꾼, 카이스트 출신 젊은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아이씨유란 회사에서 개발했다. 카카오에는 수많은 제안이 접수되는데, 가능한 성실하게 검토하고 원할 경우 대표이사 미팅도 이뤄진다. 두잇 쪽 제안은 당시 카카오가 고민하고 있던 방향과 맞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두잇은 (실제 서비스를 내놓은 게 아니라) 제안서를 냈을 뿐이어서, 지금의 카카오폴과 무엇이 어떻게 같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 ‘공룡’ 카카오, 걸맞은 책임은? 결국, 논란의 핵심은 도용인지 여부인데, 개연성은 높아 보이지만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두잇 쪽의 제안 내용이 특허처럼 법적 보호대상인지도 불명확하다.

문제는 카카오가 이런 서비스 모방과 관련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엔에이치엔(NHN)의 ‘라인’이 카톡의 이모티콘, 기업 계정 개설, 게임 탑재 서비스 등을 따라한 것과 관련해 “시행착오를 거쳐 사업 모델을 만들면 엔에이치엔이 그대로 따라 한다. 벤치마킹이야 할 수 있지만 저쪽은 인력과 자금이 많은 회사고 우리는 신생 기업인데 너무 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피해자 처지일 때는 ‘서비스 모방’을 거세게 항의하면서, 자신이 가해자 처지인 경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는 스스로를 신생기업이라고 표현했지만, 모바일 세상에서는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이르는 강자이다.

두잇 쪽은 지난 달 1일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8일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카카오는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IT 아이디어 도용하면 외국에서는? 

인터넷·벤처 업계에서의 아이디어 도용은 외국에서도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창업 자체가 도용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올림픽 조정선수인 캐머런 윙클보스·타이런 윙클보스 형제는 하버드대 동창인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페이스북을 창업했다며 2004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는 “아이디어만으로 페이스북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고 반박했지만, 법원의 화해 결정에 따라 2011년 현금 2000만달러와 주식 등 6500만달러(약 750억원)를 윙클보스 형제에게 줬다. 이 사안은 페이스북 창업을 다룬 영화 <더 소셜네트워크>에서도 다뤄졌고, 윙클보스 형제가 보유하고 있던 페이스북 주식 가치는 3억달러 수준까지 올라 뉴스를 타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최근에도 사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전송된 사진·동영상을 상대방이 확인하면 5~20초 뒤 자동 삭제해 주는 기능이 덧붙여진 스냅챗이란 메신저 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난해 12월 이를 그대로 모방한 ‘포크’란 앱을 출시한 것이다. 이에 스냅챗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에반 슈피겔은 ‘환영한다 페이스북. 진심으로’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는 1981년 아이비엠(IBM)의 개인용 피시시장에 진출하자, 애플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환영한다, 아이비엠. 진심으로’란 전면광고를 낸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아이비엠은 몇년 못가 개인용 피시시장에서 손을 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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