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처분 직후에도 과다지급 등
SKT·KT·LGU+에 총 53억 부과
이통사들은 서로 책임 떠넘겨
헛바퀴 도는 정부규제 논란에
방통위, 과징금 상향조정 검토
청와대 직접개입엔 ‘과잉’ 뒷말
SKT·KT·LGU+에 총 53억 부과
이통사들은 서로 책임 떠넘겨
헛바퀴 도는 정부규제 논란에
방통위, 과징금 상향조정 검토
청와대 직접개입엔 ‘과잉’ 뒷말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 과다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보조금 문제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보조금 과당경쟁을 근절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헛바퀴를 돌고 있다는 반증이다. 청와대의 ‘과잉 개입’ 등 정부 쪽 대응을 두고서도 혼선 논란이 일고 있다.
■ 방통위, 이통 3사에 과징금 53억원 부과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휴대전화 보조금을 과다 지급한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에 총 53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25일~올해 1월7일 사이 이뤄진 가입 건수 111만여건 가운데 6만여건을 조사했는데, 48%가 보조금 가이드라인(대당 27만원)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 과징금은 에스케이텔레콤 31억4000만원(위반율 49.2%), 케이티 16억1000만원(48.1%), 엘지유플러스 5억6000만원(45.3%)이다.
방통위 전영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지난해 12월25~31일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올해 1월1~7일은 케이티가 주도적으로 보조금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두 회사를 가중처벌하기로 했다. 순차적 신규모집 금지 처분이 가입자 뺏기를 통한 시장 과열을 부추긴 만큼, 가입자 모집 금지 대신 과징금 부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4일 방통위가 이통 3사에 과징금 118억9000만원과 66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이튿날부터 버젓이 보조금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과징금 부과 기준도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높였다. 이날 회의에서 김충식 부위원장과 김대희 상임위원 등은 “보조금 제재 이후 바로 (보조금) 과열 경쟁이 일어나다니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강하게 통신사들을 비판했다. 홍성규 상임위원도 “방송국에서 텔레비전 파는 것 봤느냐? 제도적 개선이 아니라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기 이용자보호국장은 “(3사를 함께 처벌하면 징벌 효과가 없는 만큼) 앞으로는 주도적 위반 사업자를 가려내 강하게 제재하도록 하겠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청와대 엄포에 통신사 ‘납작’…과잉개입 논란도 방통위가 통신 3사에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14일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연말 방통위의 통신사 제재가 끝난 다음날이다. 엘지유플러스(1월7~30일), 에스케이텔레콤(1월31일~2월21일), 케이티(2월22일~3월13일) 등 이통 3사의 ‘릴레이 영업정지’ 기간 중 번호이동 전쟁에서는 엘지유플러스가 16만여명 늘어 승리했고,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각각 8만여명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의 영업이 정상화된 첫날 시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1~2월 번호이동 건수는 시장 과열 기준(하루 2만4000건)을 훌쩍 뛰어넘어 하루 4만건에 육박했지만, 이날 이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13일 청와대가 보조금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행 대변인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전하며 “최근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다 지급이 사회문제화됐다. 이에 따라 제재 방안과 근절 방안 마련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방통위 한 관계자는 “(현행 법률 체계상 통신사 제재는) 엄연히 위원들이 회의에서 결정할 사안인데, 전원위 의결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가 뭐라고 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방통위가 잘 처리할 것’이란 얘기도 아니고, 청와대가 직접 뭘 준비한다는 듯이 발표한 것은 이해가 안 되더라”고 말했다. ‘통신사 제재 안건 상정을 한 주가량 미루려 했으나 청와대가 나서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절차 문제를 탓하기에는 방통위가 너무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있다. 이날 과징금 부과를 두고 에스케이텔레콤은 “번호이동 보조금 경쟁은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의 2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부 조사방식 개선을 요구했고, 케이티는 “마케팅 방어 차원에서 대응해온 우리까지 경쟁 주도 사업자로 함께 지목했다”고 불편해했다. 결국, 통신사는 서비스 품질 경쟁 대신 보조금 전쟁을 치르고, 당국은 절차상 혼선 등 문제로 스스로 위신을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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