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 대만의 ‘WBC’ 구글 검색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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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야구클래식(WBC)이 지난달 20일 도미니카공화국의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과거 짜릿한 명승부를 펼치던 한국 대표팀은 이번엔 안타깝게도 예선에서 탈락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야구 강국’이 아닌, 도미니카가 우승컵을 들어올려 그나마 대리만족을 느낀 야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계야구클래식에 관한 나라별 관심도는 얼마나 될까. 구글트렌드를 이용해 한국, 미국, 일본, 대만에서의 ‘WBC’ 검색량 추이를 살펴봤다. 2006년 첫 대회 때는 중반기 한국에서의 높은 검색량이 눈에 띈다. 야구 선진국인 일본을 2번 꺾으며 6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번째 대결에서 일본에 고배를 마셨고, 그즈음엔 일본의 검색량이 높았다.
2009년 대회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다섯번이나 맞붙으며 분전했다. 4번째 대결까지 2승 2패로 팽팽한 맞수 대결을 펼치자, 두 나라가 경쟁하듯이 높은 검색량을 보였다. 다섯번째 대결인 결승전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최고 검색량도 일본의 몫이 됐다. 올해 대회에서 한국팀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한국에서 WBC 검색량도 바닥을 기었다. 대신 초·중반 활약을 보인 대만에서 검색빈도가 높아 눈길이 간다.
종합해 보면, 한국·일본·대만에서는 자국팀의 선전이 검색량과 비례했다. 그런데 미국은 다르다. 거의 항상 무관심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를 운영하는 나라이지만, 유독 세계야구클래식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장 많았을 때도 최고 검색량 대비 3% 수준이다.
왜 그럴까? 일단 성적이 좋지 않다. 미국팀 최고 성적은 2009년 대회 때 4위다. 세계야구클래식이 개최되는 3월은 스프링캠프 기간으로 한해 몸값이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주요 메이저리거들이 출전을 꺼리거나 부상을 우려해 몸을 사린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에서 3월은 또다른 인기 스포츠인 농구와 하키 시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사정은 한국이나 일본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거꾸로 아시아권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국가 대항전 경기에 민감해한다는, 스포츠에 국가주의가 더 투영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은 세계야구클래식에 언제나 무관심한데, 아시아권 국가들은 항상 관심있는 게 아니라 자국팀이 선전할 때만 많은 관심을 보인다. 세계야구클래식 자체가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승리에 열광한다는 얘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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