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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지향하는 바를 축약한 구호가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국정지표는 ‘정의사회 구현’이었으며, 그 뒤를 이은 ‘쿠데타 동지’ 노태우 대통령은 ‘보통사람 보통시대’를 강조했다. ‘정의’나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먼 불의와 특권층이 판친 시절이었기에 ‘정의사회 구현’과 ‘보통사람 보통시대’는 국정의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국민 눈속임을 위한 말장난에 가까웠다.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표방하고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은 좀더 구체적인 구호를 내세웠다. 바로 ‘녹색성장’이다. 멀쩡한 강을 헤집어 판 4대강 사업과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 등이 녹색성장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여하튼 이 대통령은 ‘녹색’을 강조했다.
구글트렌드에서 ‘녹색성장’의 검색 흐름을 살펴봤다. 전혀 검색되지 않다가 2008년 말부터 빈도가 크게 늘어나더니, 2009년 말~2010년 초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해 지금은 바닥을 기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운명을 같이한 셈이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미래에 무게중심을 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이후 녹색성장위원회가 꾸려지고, 6차 회의가 열린 2009년 11월 검색량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정권이 교체된 지금도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자리를 ‘창조경제’가 대신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검색 흐름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전혀 검색되지 않다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둔 2013년 초부터 검색이 잦아졌다. 정권 초기에 급격히 증가하는 모양새는 ‘녹색성장’의 그것과 비슷해 괜스레(?)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아직 세월이 얼마 흐르지 않아 장기적인 추세를 말하기는 일러 보이는데, 과연 ‘창조경제’의 생명력은 얼마나 될는지 궁금해진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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