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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 ‘힐링 전도사’ 나선 까닭

등록 2013-06-26 19:44수정 2013-06-27 18:29

김 의장
김 의장
“성공 거둔 순간 길을 잃어버려”
2년간 ‘나’를 찾는 시간 보낸 뒤
“마음이 건강한 사회 만들고파”
정혜신 박사와 손잡고
1000만 직장인 힐링사업 나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순간,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다.”

김범수(47)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한게임, 엔에이치엔(NHN) 대표로 승승장구하다가 훌쩍 미국으로 떠났던 2007년 무렵을 떠올리며, 그는 “그땐 멈춰야만 했다”고 말했다. ‘성공한 시이오(CEO)’ 김범수로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인간 김범수를 잃어버렸던 탓이다. 1년간 혼자, 그 다음 1년간은 온전히 가족들하고만 지냈다. ‘나’를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러고나니 길이 보였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이 진정한 성공”임을 깨달은 것이다.

26일 김 의장이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섰다. 다소 ‘엉뚱한’ 자리였다. 최근 카카오와 관련한 인터뷰는 한사코 마다하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먼저 기자들을 서울 역삼동 ‘마인드프리즘’ 사옥으로 불렀다. ‘마인드프리즘’은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가 대표로 있는 심리치유 전문 컨설팅기업이다. 기업, 엔지오(NGO) 등을 상대로 심리검사, 문화심리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지난해 김 의장은 이 회사의 지분 70.5%를 인수했다. 그 뒤 600문항의 질문 항목을 통해 개개인의 심리를 심층분석해 책으로 펴내주는 ‘내마음보고서’ 사업을 시작했다. 검사비용은 8만원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으로 잔잔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까지 5천여명이 나만을 위한 맞춤 심리보고서를 받아봤다.

김 의장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하듯이, 누구나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방황 뒤 그의 마음 속엔 ‘더 나은 사회’라는 화두가 단단히 자리잡았다. 정혜신 박사와의 끈끈한 인연도 한몫했다. 엔에이치엔 시절 정 박사한테 여러차례 상담을 받은 그는 “빨간불이 켜졌단 경고를 들었다”고 한다. “전 마음이 넓어서 사람들이랑 한번도 싸우지않고 살아왔어요”라고 자랑했다가, “그게 바로 감정억제의 대표적인 유형”이라는 설명을 들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분노를 억제하면서 잘 웃지도 울지도 않고 있었다. 그게 평온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정 마비의 초기단계라는 걸 깨달았다.” 더 깊이 심리분석에 들어가니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와 마주쳤다. 8남매였던 그의 집은 가난했다. 방 하나에 온식구가 모여살던 시절,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술 마시고 들어온 아버지가 어머니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던 순간에 느꼈던 무력감, 이게 감정억제의 실체였다.”

대한민국 직장인 대부분은 김 의장처럼 자기를 감추는 ‘감정억제’에 익숙하다. 승무원, 백화점 판매원, 전화상담원 등의 감정노동자들은 특히 더 그렇다. 이날 정혜신 대표는 “감정노동자 500명에게 <내마음보고서>를 무료 체험하게 하고 심리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직장인 마음건강캠페인-사회적 가면 속 내 마음 들여다보기’의 시작이다. 대상자는 방송·연예인, 성직자, 공무원, 사회복지사, 교사 등으로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1000만 직장인의 마음을 ‘힐링’시킨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김 의장은 “마인드프리즘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며 “이후 회사를 사회적 기업, 나아가 재단의 형태로까지 발전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마인드프리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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