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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알뜰폰 2년, 안 뜨는 이유 있다

등록 2013-07-14 20:35수정 2013-07-15 15:32

“과다한 통신비” 여론 빗발치자
중장기 해법으로 내놨지만…
소수 저가상품 소비자용 그쳐
통신시장 전체 영향은 미미
“전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가입자의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고, 문자메시지(SMS) 50건을 무료 제공하게 된다. … 앞으로도 재판매사업자(MVNO·알뜰폰) 시장 활성화, 블랙리스트(단말기 자급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통신비 부담 감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2011년 6월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통신요금 경감 대책이다. 앞서 그 해 초 과다한 통신요금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방통위는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석달 동안 논의를 거쳐 태스크포스팀은 단기적으로는 기본료 1000원 인하, 장기적으로는 재판매사업과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를 그 해법으로 내놨다. 2년이 지난 지금 중장기 해법으로 제시된 재판매사업과 단말기 자급제는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알뜰폰, 저가 고객들만의 별도 리그?

알뜰폰이란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가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사(MNO)로부터 망을 빌려 자체 브랜드로 제공하는 이동통신서비스를 가리킨다. 월 기본료가 3300원부터 시작하는 등 기존 통신사에 비해 가격이 30~40%가량 싸다.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에 시장지배적사업자(에스케이텔레콤)의 망 도매제공 의무 조항이 신설됐고, 2011년 7월 실제 서비스가 시작됐다.

알뜰폰 가입자는 5월 말 현재 174만명(시장점유율 3.2%)에 이른다. 국민 수보다도 가입자가 많을 만큼 이동통신시장이 포화 상황임을 감안하면, 나름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질적인 면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화시간이나 매출 기준 점유율은 1% 전후에 그친다.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하면 기존 통신사들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전체적인 요금 인하·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이 소수 저가 상품 이용 고객들만의 ‘별도 리그’로 자리매김하면, 통신시장 전체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단말기·보조금 문제…통신사 태도도

알뜰폰의 질적인 부진 요인으로는 단말기 수급과 보조금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가 하나로 묶여 돌아간다. 단말기 유통시장을 통신사들이 지배하고, 소비자는 보조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알뜰폰 쪽은 단말기 공급과 보조금 사용에 있어서 통신사들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쇼핑몰 등에서 이용자가 별도로 단말기를 구입한 뒤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래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보조금 과다·차별 지급을 금지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고, 알뜰폰 업체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단말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조사들과 논의 중이다. 곧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종류 다양하지 못하고
보조금 지급도 제한적
거대통신사 ‘갑’ 눈치 보느라
요금제 등 서비스 맘대로 못해
휴대전화 본인인증 안돼
“알뜰폰 활성화 갈 길 멀다”

통신사들의 태도도 문제다. 통신사 망을 빌려 영업하는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사의 ‘을’이다. 서비스나 요금제를 내놓을 때 ‘갑’인 통신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통신사들에 알뜰폰에 협조하라며 압력을 가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갑을)관계라는 게 있다. 요금제나 서비스를 우리 마음대로 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정부)는 형(통신 3사)에게 동생(알뜰폰 업체)을 보살피라고 강조한다지만, 어머니가 없는 곳에서 형은 동생들을 쥐어박고 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 본인확인 불가로 속앓이

알뜰폰 활성화의 또다른 숨은 암초는 휴대전화 본인인증 문제다. 올해 2월 인터넷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금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주민번호 대신 휴대전화와 범용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인증을 받아야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거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와 달리 휴대전화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자본금 80억원 이상’ 등 휴대전화 본인확인 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계열 알뜰폰 업체 가입자의 본인확인을 대행해주고 있지만, ‘잠재적인 불법’ 논란을 안고 있어 언제 중단될 지 모른다. 그나마 에스케이텔레콤은 본인확인 대행조차 거부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서비스를 해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알뜰폰 활성화 이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강화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김정렬 과장은 “알뜰폰 업체들은 지정 요건 완화를 요구하지만, 공인인증서 발급기관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기준을 허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본인인증 기관은 엄격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유출 등 사고 때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알뜰폰 업체들이 그런 자세나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종합해보면, 알뜰폰은 싸고 좋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통신시장의 구조적 문제, 통신사와의 관계, 법률적 문제 등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이용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부 김경만 과장은 “알뜰폰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의지는 강하다. 하지만 갈길이 멀다. 통신 3사가 알뜰폰 업체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지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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