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보수 성향의 언론매체들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4~5차례의 시리즈 기사로 ‘네이버 때리기’에 나섰고, 정치권은 ‘슈퍼 갑’ 네이버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행위가 없는지 조사하는 칼을 빼내 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검색의 공정성’을 따져보는 연구모임을 발족시킨 상태다. 도대체 네이버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모든 길은 네이버로 통한다. 국민 열명 중 일곱은 인터넷 검색을 할 때 네이버에 접속한다. 뉴스, 쇼핑, 부동산 거래, 음악 듣기와 웹툰 보기 등등 웬만한 일은 네이버가 쳐놓은 ‘그물’ 안에서 해결된다. 편하니까 이용자들은 몰리고, 네이버라는 ‘가두리 양식장’ 안에는 더 많은 콘텐츠가 쌓이고, 다시 네이버 쏠림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진다. 회원수 3300만명, 하루 페이지뷰 10억회, 검색점유율 78%, 2조원대 매출에 영업이익률 29%.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설립 14년 만에 네이버는 대한민국 인터넷 시장을 평정했다.
■ 네이버는 슈퍼 갑?
‘네이버 제국’은 오직 한국에서만 통한다. 전세계 검색 시장의 왕좌는 구글이 갖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한 구글이 5% 미만의 점유율로 고전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정도다. 국내 이용자들은 네이버식 통합검색 방식을 선호한다. 구글이 ‘웹의 개방성’을 강조하며 원본 위주로 사이트를 찾아준다면, 네이버는 뉴스·블로그 등의 영역별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네이버 데이터베이스(DB) 내부자료 검색을 우선하는 폐쇄적 방식이다. 이러한 네이버의 전략은 ‘양날의 칼’이다. 네이버라는 울타리 안에 이용자들을 가둬두고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 중개, 가격비교 서비스 등으로 발을 넓혀갈 수 있었지만, 네이버는 줄곧 ‘웹의 기본정신인 개방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두 얼굴의 네이버>를 쓴 김인성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는 “네이버의 불공정한 검색 방식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법복제한 자료를 네이버 내부에 쌓고, 정작 콘텐츠를 생산한 사람이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는 굶어죽는다”고 말했다.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뒤처진 야후코리아, 엠파스, 프리챌 등의 포털업체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다음(검색점유율 15%)·구글(4%)·네이트(1%)가 남았지만, 2006년 이후 벌어진 네이버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검색점유율 78%·1일 PV 10억회
설립 14년만에 30대 기업 진입
통합검색 ‘폐쇄적’ 방식 시장 평정
‘공룡 포식자’ ‘슈퍼 갑’으로 낙인 네이버의 독주가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러 신규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네이버와 관계를 맺는 수많은 ‘을’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키워드 검색광고, 지식쇼핑, 부동산 중개 등에선 “수수료를 너무 많이 뗀다”, “광고 단가가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매달 검색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 11만~12만명 가운데 90% 이상이 광고비 100만원 미만의 중소상공인들로, 이들의 75%는 ‘광고가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다”(한종호 네이버 전략담당이사)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공룡 포식자’, ‘슈퍼 갑’이라고 낙인찍혔다. 벤처업계에서는 ‘맏이’ 네이버가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자본력을 앞세워 자사 제품을 띄운다고 하소연한다.
■ 네이버‘만’ 뭇매?
이런 논란은 사실 새삼스럽진 않다. 네이버가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 50%가량을 차지하며 독주를 시작한 2006년께부터 계속돼온 얘기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묘하다. 언론이 “네이버를 규제해야 한다”고 총대를 메면,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사격을 해주는 모양새다. 같은 포털업체로 비슷한 사업 행태를 보이는 다음이나 네이트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비난의 화살은, 엔에이치엔(NHN)의 창업자이자 막후 실력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 개인한테까지 쏟아졌다. 관련 업계에선 신문사들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한다.
지난 4월 네이버는 첫 화면에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창을 띄워놓는 ‘뉴스스탠드’라는 뉴스 서비스 방식을 도입했다. 그런데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각 언론사 누리집 트래픽양이 급감했다. 가뜩이나 온라인에서 네이버에 주도권을 뺏긴 신문사들로선 속이 탈 노릇이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방송통신융합학)는 “신문사들이 네이버 규제를 통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탈규제 시장인 인터넷 기반 위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자간의 싸움을 제도적인 규제로 해결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문사들이 ‘네이버 길들이기’를 통해 뉴스 콘텐츠 유료화, 포털의 뉴스 전재료 인상 등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지나친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네이버 규제법’ 움직임
눈엣가시 포털 길들이기 지적도
네이버, 자세낮추고 개혁방안 고심
“혁신해야 산다” 목소리 갈수록 커져 현재로선 네이버를 규제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공정거래법이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네이버가 판도라티브이(TV) 등과 계약을 맺을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판도라티브이 등의 사업활동(광고 게재)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이유로, 네이버에 과징금 2억여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클릭 한번이면 다른 사이트로의 이동이 자유롭고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산업 특성상, 단순 매출·검색 점유율만으로 시장 독과점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네이버가 경쟁사업자한테 설사 피해를 끼쳤다 해도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문제 삼지 않는 게 경쟁법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는 바람에 다른 중소사이트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소비자가 허위 부동산 매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도록 큰 도움을 줬다면 법 위반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아예 새로운 ‘네이버 규제법’을 만들 태세다. 새누리당은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11일 ‘인터넷 포털산업 독점’ 관련 정책간담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입법 검토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에선 정치권이 촛불집회 등의 국면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포털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네이버의 해법은? 네이버 쪽은 일단 자세를 낮췄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그동안 선도 벤처기업으로서 잘못해왔던 부분을 인정한다”며, 스타트업 창업 지원과 적극적인 엠앤에이(M&A), 자잘한 앱 분야에서의 철수 등을 약속했다. 모바일 메모장 앱인 ‘솜노트’를 만든 벤처기업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이사는 “네이버가 중소벤처와 비슷한 앱을 만든 다음에 포털을 통해 띄우기에 나서면, 우리 같은 중소벤처는 살아남기 힘들다. 네이버가 장기적으로 벤처 생태계 살리기를 위해 뭘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최근 구글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쟁당국이 검색결과와 광고간 혼동되는 편집을 문제 삼으려 하자 발빠르게 자진 시정을 약속했다. 네이버 역시 정부나 정치권이 규제하기 전에 다양한 자구책을 먼저 내밀어볼 수 있다. 이상승 교수는 “네이버 규제 방안은 일단 자율에 맡기고, 그걸로 부족하면 공정위 제재, 또 그걸로 부족하면 입법 순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인터넷 검색업체 고위 관계자 역시 “구글의 웹 개방성이냐, 네이버의 콘텐츠 쌓기냐,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하고 정부가 독과점을 규제하는 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실명제, 공인인증서 의무화 등 그동안 정부가 해온 인터넷산업 규제 대부분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웃음을 사왔다. 네이버 규제라고 해서 과연 다를까? 그렇다고 네이버가 당장 소나기(규제)만 피한다고 끝날 일은 아니다. 네이버에 관련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제국’은 꼭 외부의 공격이 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노량진 참사 희생자들, 물 차오르는 터널서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 겁쟁이 기자의 폐가 체험 동행기…밤 12시, ‘삐그덕’ 빈집의 문이 열렸다
■ 전두환 장남, 금융실명제 직후 미술사업…은닉재산 세탁 가능성
■ 여기자들 앞에서 “처녀가 임신하는…”, 민주당 의원 또 ‘망발’
■ [화보] 경복궁에서 ‘한·일 투견대회’가…그시절 경복궁에선 별의별 일들이
설립 14년만에 30대 기업 진입
통합검색 ‘폐쇄적’ 방식 시장 평정
‘공룡 포식자’ ‘슈퍼 갑’으로 낙인 네이버의 독주가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러 신규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네이버와 관계를 맺는 수많은 ‘을’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키워드 검색광고, 지식쇼핑, 부동산 중개 등에선 “수수료를 너무 많이 뗀다”, “광고 단가가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매달 검색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 11만~12만명 가운데 90% 이상이 광고비 100만원 미만의 중소상공인들로, 이들의 75%는 ‘광고가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다”(한종호 네이버 전략담당이사)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공룡 포식자’, ‘슈퍼 갑’이라고 낙인찍혔다. 벤처업계에서는 ‘맏이’ 네이버가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자본력을 앞세워 자사 제품을 띄운다고 하소연한다.
눈엣가시 포털 길들이기 지적도
네이버, 자세낮추고 개혁방안 고심
“혁신해야 산다” 목소리 갈수록 커져 현재로선 네이버를 규제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공정거래법이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네이버가 판도라티브이(TV) 등과 계약을 맺을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판도라티브이 등의 사업활동(광고 게재)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이유로, 네이버에 과징금 2억여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클릭 한번이면 다른 사이트로의 이동이 자유롭고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산업 특성상, 단순 매출·검색 점유율만으로 시장 독과점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네이버가 경쟁사업자한테 설사 피해를 끼쳤다 해도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문제 삼지 않는 게 경쟁법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는 바람에 다른 중소사이트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소비자가 허위 부동산 매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도록 큰 도움을 줬다면 법 위반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아예 새로운 ‘네이버 규제법’을 만들 태세다. 새누리당은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11일 ‘인터넷 포털산업 독점’ 관련 정책간담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입법 검토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에선 정치권이 촛불집회 등의 국면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포털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네이버의 해법은? 네이버 쪽은 일단 자세를 낮췄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그동안 선도 벤처기업으로서 잘못해왔던 부분을 인정한다”며, 스타트업 창업 지원과 적극적인 엠앤에이(M&A), 자잘한 앱 분야에서의 철수 등을 약속했다. 모바일 메모장 앱인 ‘솜노트’를 만든 벤처기업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이사는 “네이버가 중소벤처와 비슷한 앱을 만든 다음에 포털을 통해 띄우기에 나서면, 우리 같은 중소벤처는 살아남기 힘들다. 네이버가 장기적으로 벤처 생태계 살리기를 위해 뭘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최근 구글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쟁당국이 검색결과와 광고간 혼동되는 편집을 문제 삼으려 하자 발빠르게 자진 시정을 약속했다. 네이버 역시 정부나 정치권이 규제하기 전에 다양한 자구책을 먼저 내밀어볼 수 있다. 이상승 교수는 “네이버 규제 방안은 일단 자율에 맡기고, 그걸로 부족하면 공정위 제재, 또 그걸로 부족하면 입법 순서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인터넷 검색업체 고위 관계자 역시 “구글의 웹 개방성이냐, 네이버의 콘텐츠 쌓기냐,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하고 정부가 독과점을 규제하는 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실명제, 공인인증서 의무화 등 그동안 정부가 해온 인터넷산업 규제 대부분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웃음을 사왔다. 네이버 규제라고 해서 과연 다를까? 그렇다고 네이버가 당장 소나기(규제)만 피한다고 끝날 일은 아니다. 네이버에 관련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제국’은 꼭 외부의 공격이 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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