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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미래부는 창조했는데…‘창조경제’ 개념 아직도 애매모호

등록 2013-07-25 22:17

박근혜 대통령이 4월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현판 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장서연 미래부 신임사무관, 최문기 미래부 장관, 박 대통령, 오준호 미래부 신임사무관, 한선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4월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현판 제막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장서연 미래부 신임사무관, 최문기 미래부 장관, 박 대통령, 오준호 미래부 신임사무관, 한선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겨레 기업특집|창조경영
역대정권과 달리 육성산업 없어
창조경제 개념 및 구체성 떨어져

미래부 역할·업무도 자리못잡아
단독 성과 없이 인사비리 망신살

농업·스포츠 시너지 내겠다지만…
부처간 조율능력·리더십 회의적
“성급한 비관론 자제를” 목소리도

“과학기술하고 아이시티(ICT·정보통신기술)가 창조경제의 밑거름으로 작용을 하고, 그다음에 이 과학기술과 아이시티가 다른 산업기술들과 융합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창조경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뭔가요?”(전병헌 민주당 의원)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는 것입니다.”(최문기 후보자)

“답변이 참으로 공허하다. ‘달리기에서 1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1등으로 달리면 된다’는 얘기하고 똑같은 것 아닙니까?”(전병헌 의원)

지난 4월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오간 대화의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예고했지만, 주무 장관조차 공허한 동어반복을 해댈 정도로 그 개념은 불명확했다. 경제정책의 정체가 이처럼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첫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창조경제는 과연 성공할까?

■ 구체적인 종목 대신 방식만, 가능할까? 역대 모든 정부는 나름 자신들만의 경제정책을 내세웠다. 이와 비교해보면, ‘창조경제’가 왜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는지 파악할 수 있다.

1998년 초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정보기술(IT)에 바탕한 벤처기업 육성을 정책의 전면에 내세웠다. ‘창조적 지식기반 국가’를 모토로 삼았고, 정보기술·바이오기술·나노기술 등 ‘6대 기술’(6T)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선정했다. 뒤를 이은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혁신을 강조하며 지능형 로봇과 차세대 반도체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을 지정하고, 육성책을 폈다. 이명박 정부는 ‘활기찬 시장경제’와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처럼 앞선 세 정부도 ‘지식기반’, ‘혁신’, ‘녹색’ 등 추상적 구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특정 산업 분야를 ‘미래 먹거리(신성장동력)’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는 것이었다. 예산 지원과 각종 행사를 통해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독려해가며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방식이었다. 관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비효율, 전시행정, 과대포장 같은 부작용은 있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이나 성과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는 구체적인 산업 분야를 지정하지 않았다. 정보통신·과학기술을 얘기하지만, 목적이라기보다는 전 산업에 접목(융합)시켜 뭔가를 만들어내는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 결국, 창조경제는 ‘가보지 않은 길’인 셈이다.

■ 애매한 포지셔닝 미래부, 성과 낼까? 창조경제의 성패는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창조경제만큼이나 미래부도 그 성격이 애매모호하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등 담당 분야는 분야대로 꾸리면서, 전체 부처(산업)를 상대로 조율·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이런 임무를 떠안은 부처는 없었다.

잘될 수 있을까? 우선 부처 조율·조정 부분을 살펴보자. 경제부처 한 관료(과장급)의 말이다.

“기획재정부를 두고 스테이플러 부처라고 한다. 경제정책, 예산, 세제 등 총괄 조정권을 가지고 다른 부처들을 쪼거나 격려해가며 뭔가 해오면 종합하는 일만 하기 때문이다. 큰 틀을 만들어 다른 부처를 통해 이를 구현하지, 스스로의 필드(현장)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부처 사이에서) 형님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미래부는 정보통신·과학기술 등) 자기 분야가 있다. 다른 부처들로서는 이걸 팽창시키려는 것 아닌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또 미래부가 스테이플러(종합)만 찍겠다고 해도, 그런 일을 해본 적도 없고 별다른 수단도 없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니 다들 엎드려 눈치를 보고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료 조직은 인사·조직(안전행정부)과 예산(기재부)에 의해 통제되고 굴러간다. 그런데 미래부는 일부 연구개발(R&D) 예산 배분권만 있을 뿐, 다른 부처를 강제하거나 독려할 도구가 없다. 실세 참모(청와대)나 장차관이 유·무형의 힘을 동원해 의지를 관철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그런 인물은 없어 보인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그저 그런 ‘현상유지형 관리자’ 이미지가 강하고, ‘창조경제 전도사’라는 윤종록 2차관도 아이디어는 많지만 조직을 장악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일은 해본 적이 없다. 오랜 세월 외국에서 생활한 최순홍 미래전략수석도 존재감이 떨어지고, 갈수록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치인다는 평가가 많다.

미래부 고유 영역은 어떤가. 과학기술은 장기 투자가 필수여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데, 연구개발비 배분 등 일하는 방식도 과거 과기부에서 변한 게 없다. 최근엔 대구과학관 인사비리 의혹으로 부처 망신을 사기도 했다. 결국, 정보통신 쪽에서 뭔가 성과를 내야 하는데, 3·20 사이버테러와 엘티이(LTE) 주파수 할당 등 창조경제와 무관하다시피 한 주제들에 파묻혀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기대해볼 법한 아이티 벤처 쪽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미래부가 한창 언론 조망을 받고 있던 지난 4월, 가장 성공한 벤처라는 ‘카카오’는 미래부가 아닌 중소기업청과 손잡고 ‘청년창업펀드 300억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 지극히 관료적인 일처리, 희망 있을까? 미래부 한 국장급 간부는 미래부 업무 성과와 관련해 “너무 조급한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또 섣부르게 비관론에 빠질 이유도 없다.

하지만 미래부의 일하는 방식은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얘기하는데, 정작 이를 말하거나 추진하는 방식은 과거 관료주의적인 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대 김기창 교수(법학)가 제안한 ‘벅질라’ 프로그램을 통한 공유와 개방의 행정(<한겨레> 6월5일치 32면) 방식을 도입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텐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윤종록 차관은 내부 회의 때 ‘직접 뭘 하려기보다는 각 부처에 비타민을 공급해줘야 한다. 농업이나 복지, 스포츠 등 무관해 보이는 분야도 과학기술이나 정보통신과 융합을 통해 뭔가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이런 자세라면 부처간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 그런데 그 ‘비타민’을 제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 손에는 각 부처들과 밀당을 할 수 있는 정무적 능력을, 다른 한 손에는 민간 쪽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미래부가 그런 능력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다.

문제는 창조경제의 키워드인 ‘상상력과 창의력’,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은 창조경제나 미래부 운명과 별개로 한국 경제의 앞날에 필수적인 가치란 점이다. 때문에 창조경제의 좌초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넘어, 도약하려던 한국 경제의 좌절일 수밖에 없다. 과연 미래부는 어떤 길을 걷고, 어떤 운명을 맞을 것인가. 다음 정권에서 또 해체돼 “국민의 정부 시절 정책을 모방한 참조경제에 불과하다”(최재천 의원)는 혹평이 사실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할 것인가, 새로운 산업모델을 정착시킨 기수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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