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소재 우체국 226곳서 취급
이 달 27일부터 전국 226개 주요 우체국에서 알뜰폰(MVNO) 판매가 시작된다. 알뜰폰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지도와 빈약한 유통망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전국 망(네트워크)을 갖춘 우체국의 가세가 얼마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알뜰폰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래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27일부터 6개 알뜰폰 업체의 알뜰폰 단말기 판매를 시작한다. 전국 3600여곳에 달하는 우체국 점포(취급소 포함) 가운데 우선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급 우체국 226곳에서 에넥스텔레콤, 유니컴즈, 스페이스네트, 에버그린모바일, 아이즈비전, 머천드코리아 등 6개 업체의 상품을 판매한다.
우정사업본부 쪽은 “시·군·구청 소재지에 위치한 총괄우체국별로 전담 직원을 둬 알뜰폰을 상담·판매할 계획이다. 이달 초부터 이들 전담 직원들을 상대로 알뜰폰 상담법 및 가입신청서 접수와 처리 등 서류·전산작업 교육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앞서 알뜰폰협회 쪽과 조율을 거쳐 이들 중소업체 6곳과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가입자 추이를 봐가며 알뜰폰 취급 우체국과 알뜰폰 업체를 확대해 나갈 지 결정할 계획이다.
6개 알뜰폰 업체는 플립형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까지, 총 17개 단말기를 우체국에서 선뵐 계획이다. 또 일부 업체는 우체국 위탁판매를 계기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가입신청이 일반적인 알뜰폰 업계는 우체국 망 활용에 상당히 기대를 거는 눈치다. ‘알뜰폰에 가입하고 싶어도 어떻게 가입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 ‘우체국에 가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예금 또는 우편·택배 용무를 위해 우체국을 찾은 이들이 이동전화 상품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체국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중장년·노년층의 신뢰도가 높은 편인데, 알뜰폰을 다루게 될 대형 우체국들은 대개 대도시나 도심에 위치해 있어 이들 이용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시골 우체국들은 저소득층·노년층 이용자 비율이 높지만, 알뜰폰을 위탁 판매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
알뜰폰 업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에스25와 쎄븐일레븐 같은 편의점 및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같은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다. 전국 수천곳 편의점·양판점에서 알뜰폰을 전시·판매하면서 인지도를 어느 정도 높이긴 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우체국이 가진 공공 이미지와 지방 네트워크(읍 단위 우체국)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우체국을 통한 알뜰폰 활성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온세텔레콤은 이달 말부터 전국 새마을금고 100여곳에서 알뜰폰 판매에 나설 계획이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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