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십수년째 ‘에스케이텔레콤 5 : 케이티 3 : 엘지유플러스 2’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변화는 의외로 진폭이 크다.
가장 극적인 변화의 주인공은 업계 막내인 엘지유플러스(LGU+)다. 2009년 말 엘지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2조4000억원이었는데, 3년여가 흐른 9월25일 현재 5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업 값어치가 갑절 이상 뛴 셈이다. 엘티이(LTE) 선도 투자 등 업계 이슈를 주도해온 게 시장에서 먹혀든 결과로 해석된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시가총액은 2009년 말 13조7000억원에서 2011년 말 11조400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5일 현재 17조400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케이티(KT)의 기업가치는 2009년 말 10조2000억원에서 2012년 한때 7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9조5000억원 수준이다.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뒷걸음질친 셈인데, 주가 부양을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펴온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결과다.
포털업계에서는 양극화가 심하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2009년 말 14조5000억원에서 현재는 18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분사된 엔에이치엔엔터테인먼트(한게임)의 시가총액(1조8000억원)까지 더하면 20조원이 넘는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분사 직후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14조원대였는데, 최근 3주 사이 시가총액이 20~30%(4조원가량) 늘었다. 다음은 2010년 1조원을 넘긴 뒤 1조원대 초반에서 정체돼 있는 상태다.
포털과 통신 업종을 각각 대표하는 네이버와 에스케이텔레콤의 대결도 관전거리다. 9년 전인 2004년 10월 네이버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으로 에스케이텔레콤(15조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의 몸값은 2007년 케이티를 능가하더니, 2012년 2월 말 11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에스케이텔레콤(11조3000억원)을 제압했다. 최근 분사로 시가총액이 에스케이텔레콤에 비해 2조~3조원 낮아졌지만,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성공 덕에 불과 20여일 만에 순위가 뒤집혀 현재는 네이버가 1조원가량 많다.
매출 2조원대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10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에스케이텔레콤을 제압한 것은, 아이티 업계의 주도권이 네트워크(망) 사업자인 통신사에서 콘텐츠·플랫폼 사업자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읽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