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세상 보기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지됐다. 방사능 누출 우려에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2년6개월여가 흐른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바다로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국에서는 전체 어류 소비가 얼어붙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학적 근거 없는 괴담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우려가 있으면 아예 피하는 게 현명한 태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사고에 대해 각 나라의 관심도는 어떻게 다를까? 구글트렌드에 ‘방사능’(한국어), ‘radioactive’(영어), ‘放射能’(일본어), ‘放射性’(중국어)의 검색 흐름을 살펴봤다. 2011년 3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일본의 검색량이 가장 높았다. 한국이 그 다음이었고, 미국과 중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도는 낮아졌는데, 한국에서는 부산에서 있었던 방사능누출 사건(2011년 12월30일), 방사능 지렁이 사건(2012년 2월6일) 때 잠시 검색량이 출렁거렸다.
그러던 게 올해 7월25일 후쿠시마의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건물에서 잇따라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에서의 검색량이 폭증했다. 원자로 주변 방사능 수치 측정 결과, 사고 발발 2개월 뒤인 2011년 5월 측정치와 비슷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9월3일 일본원자력학회 사고조사위원회가 아오모리현에서 열린 추계학회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를 위해선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초안을 공개하자 검색량은 크게 치솟았다.
그런데 정작 피해 당사자인 일본에서의 검색량은 미국·중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미국이나 중국보다 일본과 가까운 만큼 이들 나라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야 이해가 될 법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본보다 관심도가 훨씬 높은 이유는 뭘까? 한국 사람들이 민감한 걸까, 아니면 일본 사람들이 둔감한 걸까.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