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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커녕 기본 업무 파악도 안 된 미래부 장관

등록 2013-10-14 17:30

“통신 원가 자료” 묻는 야당 의원 질문에 ‘모르쇠’ 일관
법률 조항 들이면서 추궁하자 “가지고 있다”고 말바꿔
미래부 직원도 “왜 저렇게 답변하는지 모르겠다” 갸우뚱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기본적인 업무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답변을 해 빈축을 샀다.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직원들 사이에서도 한숨과 함께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14일 과천 미래창조과학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통신 원가 자료를 미래부에서 보관하고 있죠?’라는 유성엽 의원(민주당)의 의사 진행 발언에, 최 장관은 “원가에 대한 자료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유 의원이 “(요금) 인가할 때 기초 심의 자료가 되기 때문에 통신사로부터 (원가 관련) 자료를 제출받지 않느냐?”라고 묻자, “통신요금 인가는 원가 부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유 의원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계속하자, 최 장관은 ‘뭐가 문제냐’며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통신 원가를 아셔야 요금이 적정한 수준인지 인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자료 가지고 있어야 정상인데요. 안가지고 있으세요?” (유 의원)

“원가는 알 수 없지만, 영업보고서는 받고 있습니다.” (최 장관)

“전기통신사업법 28조4항을 보면 ‘인가 받으려는 자는 요금 산정 근거 자료를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미래부는 원가 관련 자료를) 제출받지 않고, 심의하지 않고 통신요금을 인가해준 겁니까?” (유 의원)

“인가 부분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통신요금을 인상할 때 인가를 받습니다. 그때 자료는 가지고 있습니다.” (최 장관)

“변경할 때도 받지만 처음에 인가할 때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누가 담당인가요? 2차관이세요? 답변해보세요” (유 의원)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이 증언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최초에 인가받을 때 자료를 제출받습니다. 요금 관련해서는 장관 말씀처럼 유선은 케이티, 무선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 때에만 인가를 해주고, 인하할 때는 신고만 하도록 돼 있어서, 세부적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요금 상향 조정은 당연히 인가 받아야 되는데, 원래 요금 결정할 때도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유 의원)

“그건 아닙니다. 인상할 때만 하고 있습니다” (김 국장)

결국, 최문기 장관과 김주한 국장 모두 원가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미래부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통신사)로부터 원가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을 한 뒤 요금 인가를 해준다. 발신-수신자 가입 통신사가 다를 경우 요금을 징수하는 발신자 가입 통신사가 수신자 가입 통신사에 지급하는 상호접속료 또한, 원가 분석을 거쳐 결정이 된다.

또 참여연대가 통신 원가 자료를 비공개하는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각각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가 ‘대부분 자료를 공개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통신요금 인가와 원가는 관련이 없다’ ‘요금 인상 때만 당국 인가를 받는다’는 최 장관과 김 국장의 답변은 기초적인 통신정책 역사나 현실조차 모르고 내놓은 엉뚱한 얘기였던 셈이다.

한시간 쯤 뒤 논쟁이 재개됐다. 자신의 질의 시간에 유성엽 의원은 “아까 (통신 원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기상천외한 답변 들었다. 지금 미방위 전체회의 아니라 국정감사다. 위증하면 벌 받는다. (원가 자료를) 가지고 있나, 안 가지고 있나?”라고 질문했고, 최 장관은 “영업보고서는 가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낮에는 열심히 일하시고, 밤에는 미래부 소관 법률 좀 읽으시라.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4항에 보면, 이용약관을 신고하거나 인가 받으려 하는 자는 가입비, 기본료, 사용료, 부가서비스료, 실비 등을 포함한 요금 산정 근거 자료, 변경의 경우 신고 내용 대비표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 자료를) 제출 안받았습니까”고 되묻자, 최 장관은 “받았습니다”고 말을 바꿨다. 유 의원은 “아까 안 받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담당) 국장도 안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왜 이러한 혼선 빚는 겁니까”라고 추궁했다. 국정감사를 주재하던 한선교 미방위 위원장(새누리당)은 “장관이 (통신 원가 자료가) 있다고 하니까, 담당 국장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국장 나와서 대답해보라”고 말했다.

이에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아까 답변드린 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니까, (통신요금) 총괄 원가를 가지고 있고, 개별 원가는 안가지고 있다”며 “총괄 원가는 제출 할 수 있는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좀 곤란하다”고 답했다.

장관과 주무 국장이 황당한 답변을 내놓고 이를 뒤집자,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미래부 직원들도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소송을 벌이기까지 했고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는데, 아예 없다고 답하거나 요금 인가와 무관하다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미래부의 한 직원은 “개별 요금제별 원가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왜 저렇게 답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사실, 장관은 물론 주무 국장까지 엉뚱한 대답을 한 데에는 미래부의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더해 미래부가 발족됐지만, 내부적으로 인사와 업무는 여전히 나뉘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 장관은 10월1일부로 이동형 통신정책국장과 김주한 과학기술정책국장을 맞바꾸는 인사발령을 냈다. 미래부 한 직원은 “미래부가 출범했다지만 과학기술 쪽은 기존 과학기술 쪽 일을하고, 정보통신 쪽은 기존 정보통신 쪽에서 업무를 했다. 국감을 앞두고 (내부 융합도 안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 같으니까, 몇몇 보직을 섞는 시늉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융합시키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양쪽의 상징적인 보직을 바꿨는데, 예기치 못하게 기본적인 업무 파악조차 안된 국장이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통신원가 자료는 이날 오후 국정감사 파행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총괄 원가를 가지고 있지만,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하자, 유성엽·최재천 의원 등 야당 쪽에서 반발하면서 국정감사가 정회됐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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