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며 공중전화기 이용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공덕동 지하철역 들머리에 공중전화가 벽면에 설치돼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월매출 1만원 안되는 곳 절반 넘어
눈덩이 적자…업계 보전금으로 연명
정부, 통신기본권 위해 적정선 유지
‘ATM·심장제세동기 결합’ 자구책도
눈덩이 적자…업계 보전금으로 연명
정부, 통신기본권 위해 적정선 유지
‘ATM·심장제세동기 결합’ 자구책도
‘수백억 애물단지 공중전화, 대책 없는 정부.’(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매년 7000대씩 줄여도 0원 매출 공중전화 200여대.’(전병헌 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중전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중전화 도태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경제논리로만 보자면, 공중전화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통신기본권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 휴대전화에 밀려 애물단지로 1902년 처음 선보여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공중전화는 1990년대 후반 ‘삐삐’(무선호출서비스)의 대중화와 함께 전성기를 맞이했다. 대학가나 기차·지하철역 및 버스터미널 부근 공중전화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공중전화는 급속하게 쇠퇴기를 맞았다. 한때 15만대 이상이었던 공중전화기 대수는 현재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도 이용자가 없어 휑하니 인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달 매출액이 1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공중전화기가 9187대에 달했다. 1000원 이상~5000원 미만이 1만9177대, 5000원 이상~1만원 미만이 1만2664대였다. 월 매출액이 0원인 전화기도 100대가 넘는다.
■ 통신업계 전체에 유지 의무 부과 전체 국민보다도 이동전화 가입자(5420만명)가 많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공중전화를 쓸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이 어려울 때 공중전화는 대체 통신수단이고, 저소득층과 군인 등 통신 약자들에게는 필수적이다. 재난 등 긴급상황 때는 비상 통신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
‘쓰임새는 줄어가지만 없앨 수는 없는’ 현실 앞에서, 정부는 규모를 줄여가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구와 거리 등을 기준으로 적정 대수를 산정하는데, 그 기준을 완화해가는 추세다. 2㎞당 1대였던 거리 기준은 2012년부터 시 단위 이상은 2.5㎞당 1대로, 도농복합 시·군 지역은 3㎞당 1대로 완화됐다.
또 시내전화, 도서통신, 선박 무선과 함께 공중전화를 보편적 역무로 지정해, 일정 규모 이상 전기통신사업자에 손실보전금을 부담시키고 있다. 수입 대비 소요비용이 30% 이상 많은 지역의 손실에 한해, 손실액의 81%를 보전해준다.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 김경현 사무관은 “사업자는 공중전화로 광고나 공공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다, 경영효율화를 유도하기 위해 손실액 전체를 보전해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중전화 사업자인 케이티링커스는 2007년 517억원, 2008년 430억원, 2009년 356억원, 2010년 227억원, 2011년 171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업체들로부터 지급받았다. 2011년에 21개 기업이 손실보전금을 부담했는데, 케이티(KT) 계열이 66억원, 에스케이텔레콤(SKT) 계열이 71억원, 엘지유플러스(LGU+) 계열이 28억원을 내놓아 통신 3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 공중전화의 변신은 무죄? 손실보전금이 지급되지만 적자 규모는 이보다 크다.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최근 몇년 사이 공중전화 손익(영업수익-총괄원가)은 400억~800억원 적자다. 이에 따라 공중전화 사업자인 케이티링커스도 사업 다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금자동지급기(ATM)와 심장충격기(심장제세동기)를 결합한 ‘멀티 공중전화 부스’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가로등을 결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공중전화가 적자이긴 하지만, 국민의 통신기본권이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는 필수적인 서비스다. 또 이를 관리하는 인력들도 적지 않은 만큼, 최대한 유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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