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세상 보기
12월도 중반에 접어들며 각종 ‘연말용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올 한해 한국 또는 전 세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주제들은 무엇이었을까.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올해 가장 많이 언급된 토픽’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올해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가지수가 2포인트 하락하는 것은 뉴스가 되는데, 집없는 노인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것은 뉴스 거리도 안 될 수 있는가”, “경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낙수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잔인하고 순진한 믿음이다” 등의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야 ‘종북 좌빨’, ‘반체제 인사’라는 공격을 당했을 법한 말들이었지만, 세계적으로는 ‘낮은 곳으로 임하는’ 그의 모습이 적지 않은 감동을 준 듯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다음은 ‘선거’, ‘로열 베이비’, ‘태풍’, ‘할렘 셰이크’ 순이었다. 로열 베이비는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사이에 태어난 영국 왕위 계승서열 3위인 조지 왕자를 가리킨다. 로열 베이비는 미국 검색엔진 ‘빙’과 ‘애스크닷컴’이 이 달 초 각각 발표한 ‘올해의 검색어 톱10’에서 1위를 차지해, 왕족 또는 부유층의 삶에 대한 동경에는 국경이 따로 없음을 보여줬다. 6위 할렘 셰이크는 디제이(DJ) 바우어의 히트곡으로, 중독성 있는 ‘단체 막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내 페이스북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슈퍼볼’과 ‘(연방)정부 셧다운’, ‘보스턴 마라톤 (폭발사건)’이 1~3위를 차지했다. 최근 세상을 뜬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10위권에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이슈가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됐을까. 구글코리아가 9일 발표한 ‘2013년 대한민국 분야별 인기 검색어’ 종합 순위를 보면, 최고 인기 검색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인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가 거인에 맞서 싸우는 내용의 만화인데, 4월 일본에서 출시된 직후부터 국내 포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문화방송 <무한도전>에서 ‘진격의 준하’로 패러디되는 등 각종 매체와 누리꾼들에 의해 다양하게 응용되기도 했다. 진격의 거인은 씨제이헬로비전이 11일 발표한 ‘인기 주문형비디오(VOD) 순위’에서도 애니메이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구글 인기검색어 2~5위는 싸이의 ‘젠틀맨’, 미국 메이저리거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류현진’, 텔레비전 드라마 ‘주군의 태양’, 성추문에 휩싸였던 탤런트 ‘박시후’가 차지했다. 대통령 미국 순방을 수행하는 와중에 시간을 내어 교포 대학생을 성추행해 나라 망신을 시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정치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싸이의 ‘강남스타일’, 섹시 연예인 ‘클라라’, 직렬 5기통 춤과 ‘일베’ 논란을 일으켰던 신인 그룹 ‘크레용팝’ 등도 순위에 들었다.
가장 인기를 끈 노래는 싸이의 ‘젠틀맨’(유튜브 조회수 6억건)과 ‘강남스타일’(˝ 18억건)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가왕’ 조용필의 ‘바운스’와 개그맨 정형돈의 ‘강북멋쟁이’가 각각 3, 4위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인기 있었던 아이티(IT) 기기는 ‘갤럭시S4’, ‘갤럭시노트3’, ‘소니 노트북 태블릿, ‘갤럭시노트2’, ‘넥서스5’, ‘아이폰5S’, ‘G2’ 순이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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