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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캔디를 동물로 바꿨을 뿐
캔디크러쉬 대놓고 베낀 ‘국민게임’ 애니팡2

등록 2014-01-22 20:28수정 2014-01-22 21:42

영국 킹사 ‘캔디크러쉬사가’와
형태·운영방식·디자인 똑같아
업계서 모방은 흔히 있었지만
“한국 대표게임이 비도덕적” 입길 

모방게임 성공은 업계에도 악영향
“‘슈퍼갑’ 카카오 제역할 필요” 지적도
게임업계에 때 아닌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게임’이란 별칭까지 얻었던 ‘애니팡’의 후속작인 ‘애니팡2’가 주인공이다. 영국 킹사가 만들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캔디크러쉬사가’의 게임 형태와 운영방식을 표절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를 계기로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국내 게임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 이 달 14일 출시된 ‘애니팡2’는 같은 모양 블록(동물 얼굴)이 3개 이상 모이면 터지면서 사라지는 모바일 퍼즐 게임이다. 블록이 사라진 자리는 상단에서 다른 블록들이 내려와 메우게 되고, 또다시 같은 모양 블록을 모아 터트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3개 이상 모아 없애는 쓰리매치 게임인 ‘애니팡2’에서는 동물 4마리가 모이면 비행사 헬멧을 쓴 동물이 한 줄을 삭제해주고, 5마리가 모이면 같은 색 동물을 한꺼번에 터트려 없애준다. 또 가로 3칸과 세로 3칸을 한 종류로 채우면 고글을 쓴 동물이 등장해 주변 블록들을 모두 없앤다. 그런데 캔디크러쉬사가에서도 4개의 블럭(캔디)를 없애면 한 줄을 삭제해주는 ‘줄무늬 캔디’, 5개를 없애면 같은 색 캔디를 모두 삭제하는 ‘미러볼 캔디’, 가로와 세로 3칸씩을 모두 채우면 주변 캔디를 한꺼번에 터뜨려주는 ‘봉지캔디’ 기능이 있다. 이런 보너스 지급 형태는 물론, 친구들과 점수를 비교할 수 있는 점, 디자인, 시간 제한 없이 스테이지를 정리해나가는 방식 등도 캔디크러쉬사가와 동일하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

■ ‘국민 게임’이 이렇게까지 사실 게임이란 게 서로 모방하며 새로운 것을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기에, 비슷한 게임 방식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운영방식이 너무 똑같은데다, ‘국민 게임’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파문이 크다. 애니팡은 2012년 7월30일 출시 뒤 이용자 2200만명, 하루 사용자 1000만명, 동시 접속자 300만명 등을 달성한 ‘국민 게임’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12년 10대 히트 상품’에서 가수 ‘싸이’에 이어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게임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는 분위기가 강하다. 부산게임아카데미 김성완 교수는 “게임에서 베끼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게임 방식을 모방했다고 법적으로 문제를 삼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새롭게 추가된 게 없이) 고스란히 베끼다시피 해 도의적, 도덕적으로는 문제라는 의견이 (개발자들 사이에서) 많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니팡2는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출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앱 순위, 카카오 인기순위 1위 자리를 석권했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제작사(선데이토즈) 주가도 이 달 들어 30% 이상 뛰면서 시가 총액이 1900억원(22일 현재)을 넘어섰다.

■ 바닥 치고 있는 게임업계 문제는 이렇게 ‘대놓고 베낀 게임’의 성공이 업계에 끼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잘나가고 있는 게임을 베끼고 적당히 마케팅으로 뒷받침해 성공을 이어나간다면, 새로운 게임을 기획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발붙일 곳이 적어지면, 장기적으로는 게임업계 전체에도 화가 될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 등장한 뒤 국내 게임업계는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다. 대형 온라인게임은 수십~수백명 개발자가 몇년씩 매달려 개발하지만, 모바일게임은 그에 비해 훨씬 단순해 개발자 몇몇이 몇달 만에 새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개발이 쉬워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업체(개발자)들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도 심화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어 개발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모바일게임이 카카오에만 너무 편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실험 대신에 카카오플랫폼에 맞는 것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캔디크러쉬사가는 카카오가 지난해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한 게임이다. 똑같은 방식의 게임을 통과시켜준 카카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만약 중소게임사가 캔디크러쉬사가를 베껴 게임을 만들었더라도 카카오가 입점시켜줬을 지 의문이다”며 씁쓸해했다.
영국 킹사의 ‘캔디크러쉬사가’
영국 킹사의 ‘캔디크러쉬사가’
영국 킹사의 ‘캔디크러쉬사가’
영국 킹사의 ‘캔디크러쉬사가’

김 교수는 “미국에서도 1970~80년대 질 떨어지는 게임들을 방치한 결과 시장 전체가 공멸한 ‘아타리 쇼크’를 겪었다. 카카오 이외에 다양한 게임 플랫폼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또 카카오는 저작권과 다양성 등 가치를 평가해 입점되는 게임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더라도 게임업계의 ‘수퍼 갑’이 된 만큼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니팡2 제작사인 선데이토즈는 ‘베끼기 논란’과 관련한 견해 표명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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