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사장들에 퇴임 통보
전임 회장시절 영입인사 대부분
‘전격적인 일처리’ 안팎 화제
‘순혈주의 강화’ 우려 목소리도
전임 회장시절 영입인사 대부분
‘전격적인 일처리’ 안팎 화제
‘순혈주의 강화’ 우려 목소리도
취임 2주를 맞은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의 전격적인 일처리 방식이 회사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방만해진 조직을 추스르며 분위기를 일신해 내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케이티 순혈주의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4일 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케이티렌탈, 케이티네트웍스 등 핵심 계열사 사장들에게 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영·이창배 사장이 이미 사의를 밝힌 케이티샛·케이티에스테이트를 포함해 10여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가 비게 됐다. 50개를 웃도는 계열사들 가운데 일부이지만, 규모가 큰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포함돼 ‘강력한 물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조처는 지난달 28일 이뤄진 본사 임원 인사의 연장으로 읽힌다. 황 회장은 당시 인사에서 거의 모든 주요 보직을 케이티 내부 출신(‘원래 케이티’)들로 채우고, 전임 회장 시절 영입된 임원(‘올레 케이티’)들은 전원 퇴사시켰다. 내부에서는 “영입됐던 인사 중에 정치색이 옅고 전문성 있는 일부는 남겨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는데 의외다”, “정권 교체 뒤 일어나는 숙청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결국 강도 높은 ‘인적 청산’의 물결이 본사에서 시작돼 계열사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교체가 통보된 계열사 사장들도 전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동향(대구경북) 출신 인사 우대와 노조집행부 무연고지 발령 등 노조탄압 논란을 일으켰던 문재철 스카이라이프 사장, 이석채 전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이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석조 전 케냐 대사를 경영고문으로 영입해 ‘친인척 낙하산’ 논란을 자초한 바 있는 이희수 케이티렌탈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관심은 과거 낙하산들이 물러난 자리를 누구로 채우느냐다. 케이티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본사에서 내려가는 사람이 많지 않겠느냐. 일부 외부 인사가 있을 수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무실장으로 삼성전자 출신인 김인회 전무가 영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황창규식 낙하산’도 일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의 조처에 대해 내부에서는 일단 긍정적 평가가 많다. 케이티의 한 직원은 “화합을 위해 일부 외부 영입인사는 남겨두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의외로 케이티 내부 출신으로만 채우더라. ‘너희 요구 다 들어줄테니 한번 해봐라. 대신 성과가 없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겠다’는 황 회장의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직원은 “이석채 회장 시절 무분별한 낙하산 영입은 문제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케이티 출신 아니면 안 된다는 것도 문제다. 케이티 출신만 우대하는 순혈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