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대기업 ‘공공정보 사업 금지’ 1년
※SI : 시스템통합
“중소업체 키운다고 대기업 공공입찰 막더니…171조원 해외시장 날릴 판” (한 경제지)
“중소업체 보호법, 외국계가 오히려 반사이익” (한 보도채널)
재벌(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공공부문 사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흔드는’ 주장을 담은 보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 법 시행 이전부터 제기됐던 주장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하거나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주장이라는 평가가 많다.
소프트웨어진흥법 흔들기 여전
“외국계 반사이익” 주장과 달리
시행 첫해 외국계 매출 변화없어
“대기업 수주 전무”도 사실 아냐
‘빅3’ 자리꿰찬 중견업체 과도기 ■ ‘외국기업 두각·대기업 수주 전무’ 사실 아냐 우선, 외국기업들의 시스템통합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징후가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일치된 분석이다. 예산·회계 쪽 시스템 구축 및 운용 분야에 특화된 중소 시스템통합 업체인 씨앤에프(C&F)시스템 박정수 대표는 “액센추어 등이 시장 진출을 위해 알아본다는 얘기는 업계에 많이 돌았지만 실제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 시스템통합 업체인 하성씨앤아이(CNI) 윤철한 대표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시스템통합 분야가 고부가가치가 아니라, 외국업체는 여전히 컨설팅이나 솔루션 쪽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보면, 외국기업이 설립한 국내법인의 공공정보화사업 수주액은 2011년 186억원(시장점유율 1.0%), 2012년 271억원(1.3%)이었는데, 대기업 참여제한 조치가 시행된 첫 해인 2013년에는 257억원(1.2%)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시스템통합 분야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엘지씨엔에스(LG CNS), 에스케이씨앤씨(SK C&C)를 일컫는 ‘빅3’ 등 대기업 계열업체들은 과도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분야 시장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헐값 수주도 적지 않았다. ‘빅3’ 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분야 사업은 큰 돈은 안되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나가며 사업수행 경력을 쌓는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태평양시멘트(32.37%)가 대주주인 쌍용양회(64.35%) 자회사 쌍용정보통신 사례를 들어 외국계의 약진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모기업 대주주가 일본계로 바뀌었을 뿐, 쌍용정보통신은 업계의 오랜 터줏대감이다. 또 외국계 기업은 보통 외국기업이 국내에 설립한 법인을 뜻하는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흔드는 언론들은 이 사안을 다룰 때는 외국인 지분투자 기업으로 확장해 다룬다. 이 법 때문에 대기업의 공공물량 수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미래부 자료를 보면, 대기업들의 공공분야 사업 수주액은 2011년 9747억원(50.7%), 2012년 9463억원(44.4%), 2013년 7046억원(33.4%)이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구축한 시스템의 유지·보수는 올해까지 참여할 수 있고,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예외분야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수 있다. 미래부는 “2013년 사업비에서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구축 사업비는 4108억원으로 전체 개발·구축 사업의 36.2%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 “새로운 ‘갑’ 중견업체들의 상생 의지가 중요” 다만, 대기업 계열사들의 공공시장 참여 제한 뒤 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은 많다. 쌍용정보통신과 대우정보시스템 등 중견업체들의 프로젝트 수행 역량이 기존 ‘빅3’ 등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정수 대표는 “사업마다 하청업체들과 조율하며 전체 사업을 총괄해나가는 프로젝트매니저(PM)가 있는데, 중견업체들은 이 인력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공공분야 사업을 수주하던 인력들이 중견기업 등으로 대거 이동한 만큼, 이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다. 정작 관심을 쏟을 대목은 새로 ‘갑’이 된 중견업체들의 태도다. 대기업들이 시장에서 나가면서 사업을 키울 기회를 얻게 됐는데, 이들이 중소업체들을 배려할 자세가 있는지가 문제란 얘기다. 박 대표는 “형이 동생을 아우르듯, 큰 회사는 작은 밥그릇은 좀 놔두고 작은 회사들은 그런 속에서 ‘맷집’을 키워가는 게 맞지 않겠나. 그런데 (중견기업들) 일부는 크건 작건 모두 다 가져가려고 한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밑에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들은 되레 더 가혹한 조건 아래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외국계 반사이익” 주장과 달리
시행 첫해 외국계 매출 변화없어
“대기업 수주 전무”도 사실 아냐
‘빅3’ 자리꿰찬 중견업체 과도기 ■ ‘외국기업 두각·대기업 수주 전무’ 사실 아냐 우선, 외국기업들의 시스템통합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징후가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일치된 분석이다. 예산·회계 쪽 시스템 구축 및 운용 분야에 특화된 중소 시스템통합 업체인 씨앤에프(C&F)시스템 박정수 대표는 “액센추어 등이 시장 진출을 위해 알아본다는 얘기는 업계에 많이 돌았지만 실제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 시스템통합 업체인 하성씨앤아이(CNI) 윤철한 대표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시스템통합 분야가 고부가가치가 아니라, 외국업체는 여전히 컨설팅이나 솔루션 쪽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보면, 외국기업이 설립한 국내법인의 공공정보화사업 수주액은 2011년 186억원(시장점유율 1.0%), 2012년 271억원(1.3%)이었는데, 대기업 참여제한 조치가 시행된 첫 해인 2013년에는 257억원(1.2%)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시스템통합 분야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엘지씨엔에스(LG CNS), 에스케이씨앤씨(SK C&C)를 일컫는 ‘빅3’ 등 대기업 계열업체들은 과도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분야 시장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헐값 수주도 적지 않았다. ‘빅3’ 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분야 사업은 큰 돈은 안되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나가며 사업수행 경력을 쌓는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태평양시멘트(32.37%)가 대주주인 쌍용양회(64.35%) 자회사 쌍용정보통신 사례를 들어 외국계의 약진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모기업 대주주가 일본계로 바뀌었을 뿐, 쌍용정보통신은 업계의 오랜 터줏대감이다. 또 외국계 기업은 보통 외국기업이 국내에 설립한 법인을 뜻하는데,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흔드는 언론들은 이 사안을 다룰 때는 외국인 지분투자 기업으로 확장해 다룬다. 이 법 때문에 대기업의 공공물량 수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 미래부 자료를 보면, 대기업들의 공공분야 사업 수주액은 2011년 9747억원(50.7%), 2012년 9463억원(44.4%), 2013년 7046억원(33.4%)이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구축한 시스템의 유지·보수는 올해까지 참여할 수 있고,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예외분야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수 있다. 미래부는 “2013년 사업비에서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구축 사업비는 4108억원으로 전체 개발·구축 사업의 36.2%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 “새로운 ‘갑’ 중견업체들의 상생 의지가 중요” 다만, 대기업 계열사들의 공공시장 참여 제한 뒤 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은 많다. 쌍용정보통신과 대우정보시스템 등 중견업체들의 프로젝트 수행 역량이 기존 ‘빅3’ 등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정수 대표는 “사업마다 하청업체들과 조율하며 전체 사업을 총괄해나가는 프로젝트매니저(PM)가 있는데, 중견업체들은 이 인력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공공분야 사업을 수주하던 인력들이 중견기업 등으로 대거 이동한 만큼, 이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다. 정작 관심을 쏟을 대목은 새로 ‘갑’이 된 중견업체들의 태도다. 대기업들이 시장에서 나가면서 사업을 키울 기회를 얻게 됐는데, 이들이 중소업체들을 배려할 자세가 있는지가 문제란 얘기다. 박 대표는 “형이 동생을 아우르듯, 큰 회사는 작은 밥그릇은 좀 놔두고 작은 회사들은 그런 속에서 ‘맷집’을 키워가는 게 맞지 않겠나. 그런데 (중견기업들) 일부는 크건 작건 모두 다 가져가려고 한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밑에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들은 되레 더 가혹한 조건 아래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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