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사안서 차별성 뚜렷
아고라·한게임 서비스 영향에
2008년 촛불 이후 이미지 각인
‘다음 진보·’ ‘네이버 보수’ 인식 커져
‘댓글=이용자 평균’ 도식화 위험도
아고라·한게임 서비스 영향에
2008년 촛불 이후 이미지 각인
‘다음 진보·’ ‘네이버 보수’ 인식 커져
‘댓글=이용자 평균’ 도식화 위험도
같은 뉴스지만 네이버를 통해 노출됐을 경우와 다음을 통해 노출됐을 경우 댓글 분위기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네이버에서는 보수적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는다면, 다음에서는 진보적 댓글이 지지받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이용자 성향 차이인가, 혹은 ‘댓글 알바’들 때문인가?
■ 권은희·박근혜 평가 상반된 댓글들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튿날 김 전 청장의 외압 사실을 밝혔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을 반박했다.
이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 ‘권은희 수사과장 “예상치 못한 충격적 재판 결과”’ 기사는 네이버에서 댓글 5400여개가 달렸는데, ‘자랑스러운 광주의 딸 권은희 민주당 공천받겠네’(아이디 ‘laiz****’)가 3344건의 공감(비공감 1699)을 얻어 호감도 1위에 올랐다.(이하 클릭수는 12일 오후 6시 현재) ‘정말 지역색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가? 재판부의 판결문에 권은희 본인의 주장 중 객관적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조목조목 지적되어 있는데도 저렇게 적반하장 식으로 나올 수 있다니…’(아이디 ‘byun****’·공감 2395-비공감 843) 등 호감도 상위에 오른 다른 댓글들도 비슷했다.
다음에서는 ‘권은희 수사과장 “예상치 못한 충격적 재판 결과”(종합)’(연합뉴스) 기사에 댓글 1200여개가 달렸다. ‘권은희 수사과장님 항소하겠다는 기자회견~ 멋지다! 권은희 수사과장님 힘내세요!!’(아이디 ‘paula’·찬성 2795-반대 179)와 ‘법관 새끼들 고시공부하면서 아부하는 것만 배웠나’(아이디 ‘초록물감’·찬성 2487-반대 145)가 추천 1·2위에 올랐다.
주제어가 ‘박근혜’로 바뀌면 어떨까? 지난 10일 ‘박 대통령, 공기업 방만 경영·모럴해저드 ‘작심질타’’(연합뉴스) 기사를 두고 다음에서는 ‘낙하산이 첫째 원인인데’(아이디 ‘안단테’·찬성 2409-반대 253), ‘근데 공항공사 사장에 김석기는 왜 임명한 거니? 낙하산은 없다매?’(아이디 ‘jackyoon’·찬성 2168-반대 126) 등 박 대통령을 꼬집는 댓글들이 추천 상위에 올랐다.
같은 기사를 두고 네이버에서는 ‘도대체 공기업에서 헬스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수영장이 왜 필요하냐고…’(아이디 ‘chod****’·공감 872-비공감 102), ‘구구절절 옳은 말씀 적극 지지합니다.…’(아이디 ‘msk2****’·공감 768-비공감 170) 등 박 대통령 발언을 지지하는 댓글들이 호감도 상위를 차지했다.
차이는 정치적인 사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만화 <설희>의 강경옥 작가는 지난달 28일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를 다룬 ‘‘설희’ 작가, ‘별그대’와 법정싸움 간다…“사회적 책임 느껴”’(OSEN) 기사를 두고 네이버에서는 댓글 2400여개 가운데 ‘잠잠하더니 갑자기 이러네?’(아이디 ‘dksl****’·공감 4951-비공감 636), ‘내가 <설희> 봤는데 설정상 비슷한 면이 있긴 하지만, 법정공방까지 해서 양쪽 다 좋을 건 없을 것 같은데…’(아이디 ‘sinb****’·공감 4141-비공감 325) 등 ‘별그대’를 옹호하는 댓글들이 공감 1·2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다음에서는 같은 기사 댓글 400여개 가운데 ‘<설희>를 먼저 보고 <별그대>를 본 사람입니다. 누가 봐도 표절 의혹을 제기할 만큼의 유사성이 있습니다. <별그대>가 재밌다고 표절한 사실이 묻힐 수 없다 생각합니다. 강 작가님을 응원합니다!’(아이디 ‘하늘비’·찬성 2509-반대 269) 등 강 작가를 지지하는 내용들이 추천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 이미지 차이가 실제 차이로?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우선 이용자들의 연령대 차이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네이버는 10대 후반, 다음은 30~40대 이용자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코리안클릭’ 자료 등을 보면, 두 포털 이용자의 연령대별 비율 차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다음의 ‘아고라’, 네이버의 ‘한게임’ 등 서로 차별적인 서비스가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은 좀더 설득력이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주장과 청원 등이 모인 아고라는 ‘진보파들의 여론 장터’와도 같고, 현재는 분사했지만 네이버는 정치·사회적 의제와 무관한 한게임과 연동해 운영돼왔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치며 아고라를 운영하는 다음은 진보적, 네이버는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기도 했다.
다음에서 주로 뉴스를 본다는 한 여성 누리꾼(34)은 “예전 싸이월드가 활성화돼 있을 때는 (함께 연동하는) 네이트가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댓글 분위기가 진보적이고 자유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종북’ ‘좌빨’ 얘기가 너무 많아져 다음으로 옮겨왔다. 주변에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지 차이가 실제 이용자 선호에 일부 영향을 끼친 셈이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지식인’에는 “저도 우파 성향이긴 한데 네이버 댓글에는 우파 성향 글밖에 못 봤다”며 ‘네이버 뉴스가 우파 성향이 짙은지?’를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에 한 누리꾼(아이디 ‘phosarang’)은 답글에서 “인터넷에서도 이지메(왕따)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진보 성향의 댓글을 네이버에 달 경우 비추(천)만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인신공격도 심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네이버에 주로 보수 성향의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으로 보이고, 다음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댓글 주도층 사이에 일종의 진영논리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류 댓글의 분위기를 가지고 전체 이용자 성향을 추론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이용자들의 뉴스플랫폼 선택 기준이나 성향 등과 관련된 제대로 된 조사나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연구위원(언론학 박사)은 “아고라 등으로 인해 다음은 진보적이고 네이버는 무색무취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취향이나 선택 기준은 물론 포털 브랜드 이미지에 관한 연구도 없는 상태다. 교차 사용자 등 때문에 실제 조사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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