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삭제’ 플래피버드 아류 인기에
구글·애플, 유사제목 앱 등록거부
카카오는 ‘표절’ 애니팡2 수수방관
구글·애플, 유사제목 앱 등록거부
카카오는 ‘표절’ 애니팡2 수수방관
‘플래피 버드’(Flappy Bird)는 갔지만 ‘플래피 버드 현상’은 계속된다?
제작자가 “게임 중독이 우려된다”며 스스로 앱 장터에서 철수(삭제)시킨 모바일게임 ‘플래피 버드’를 흉내 낸 아류작들이 애플·구글의 앱 장터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애플·구글은 뒤늦게나마 ‘플래피’란 이름이 포함된 앱 등록을 거부하고 나섰는데, ‘애니팡2’ 표절 논란을 나 몰라라 하는 카카오의 태도와 비교된다.
미국 정보통신(IT) 분야 온라인미디어인 <테크크런치>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애플·구글이 이름에 ‘플래피’가 들어간 게임들(등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베트남 개발자인 응우옌동이 지난해 5월 출시한 플래피 버드는 90년대 8비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투박한 그래픽을 배경으로 새가 날아가는 높낮이를 조절해 파이프 사이를 통과하도록 하는 단순한 게임이다. 입소문만으로 1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는데, 정작 개발자는 게임의 중독성을 이유로 지난 10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을 철수시켰다.(<한겨레> 13일치 19면)
하지만 철수와 별개로 이용자들의 사랑은 계속됐다. 사라진 플래피 버드 대신, 이를 흉내 낸 아류작들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테크크런치>는 “플래피 버드가 앱 장터에서 삭제됐는데도 플래피 버드 현상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앱스토어 상위 차트가 플래피 버드 복제품(clone)들에 의해 훼손(점령)됐다”고 지적했다. 17일(현지시각) 기준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1위(스플래시 피시), 3위(시티 버드-플래피 플라이어), 5위(아이런팬츠)가 모두 플래피 버드의 아류작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앱 장터 관리자인 애플·구글은 이름에 ‘플래피’가 들어간 앱의 신규 등록을 거부하고 나섰다. 애플은 ‘플래피 드래건’이라는 게임을 개발한 밴쿠버의 게임 개발자 켄 카펜터에게 “당신의 앱 이름이 유명 앱을 이용하려 한다”(your app name attempt to leverage a popular app)며 등록 거부를 통보했다. 켄 카펜터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고 “FB(플래피 버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야”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앱 등록을 거부당한 경우는 켄 카펜터 말고도 여럿이며, 이런 조처를 취하기는 구글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의 이런 일련의 흐름은 국내의 ‘애니팡2’ 표절 논란과 비교된다. 지난달 출시된 애니팡2는 국내 앱 장터에서 ‘최다 다운로드 앱’과 ‘최고 매출 앱’ 자리를 석권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킹사의 모바일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를 완벽하게 베꼈다는 평가를 받았다.(<한겨레> 1월23일치 20면) 이에 ‘모바일게임의 표절 논란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국민게임(‘애니팡’)의 후속작까지 표절작이어야 했느냐?’라며 논란이 일었지만, 제작사인 선데이토즈는 별다른 대응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애니팡2를 입점시켜준 카카오를 두고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좀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는 표절 게임 입점 논란과 관련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상표권, 저작권 등 콘텐츠에 대한 지식재산권에 대해 현재 카카오는 어떠한 판단이나 중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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