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철광 7억달러 투자실패 여파
SK네트, 작년 6040억 당기순손실
지난해 말 중국내 자산 매각 이어
텔레콤에 휴대폰유통 팔아 자금마련
계열사 ‘알짜 사업’ 싹쓸이 화불러
SK네트, 작년 6040억 당기순손실
지난해 말 중국내 자산 매각 이어
텔레콤에 휴대폰유통 팔아 자금마련
계열사 ‘알짜 사업’ 싹쓸이 화불러
에스케이(SK)그룹의 3대 주력사 가운데 하나인 에스케이네트웍스가 회사 주요 자산과 사업을 계열사에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관여한 브라질 철광석 투자사업 실패로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의 사업을 양도받아 쉽사리 덩치를 키워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꼴이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지난 21일 휴대전화 소매유통 부문을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자회사인 피에스앤마케팅(PS&마케팅)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휴대전화 소매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1조3600억원이며, 매각 금액은 1237억원이다. 같은 날 에스케이텔레콤은 피에스앤마케팅에 1000억원을 추가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기기 매장인 컨시어지 등을 운영해온 자회사(LCNC)도 109억원에 피에스앤마케팅으로 넘어간다.
네트웍스는 앞서 지난해 연말에도 에스케이㈜, 에스케이하이닉스, 에스케이종합화학 등에 베이징 에스케이빌딩과 에스케이차이나 지분 등을 넘기고 현금 2900억여원을 마련한 바 있다.(<한겨레> 2013년 12월23일치 19면)
네트웍스의 계속된 자산 매각은 2010년 10월 브라질 철광석업체 엠엠엑스(MMX)에 7억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한 게 실패한 결과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브라질 현지를 방문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사업이지만, 현재 투자지분의 장부가는 26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웍스는 투자금 7400억원가량을 손실처리하면서 지난해 60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해 영업이익이 2500억원 수준인 회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었고, 회사는 인력감축과 더불어 주요 자산 매각에 나섰다. 앞으로도 서울 대치동 신사옥(약 3000억원)과 중국 구리광산인 북방동업(약 2000억원) 지분, 인도네시아 고무플랜테이션 사업(약 200억원) 등을 추가로 팔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이번 사업부문 매각을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여지도 많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유통은 애초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서 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에스케이네트웍스는 2000년께 에스케이유통(옛 선경유통)을 인수한 뒤 에스케이텔레콤의 직영대리점 운영과 휴대전화 도·소매업을 통해 한 해 6조~7조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5조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휴대전화 도매유통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에스케이텔레콤 쪽이 소매유통만 가져간 것을 두고서도 업계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휴대전화 유통은 네트웍스 영업이익의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 사업이다.
네트웍스는 2000년 에스케이에너지판매를 합병하며 그룹의 또다른 주력인 석유제품 유통도 관할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12조원 수준인 이 사업 또한 에너지(이노베이션)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룹에서는 네트웍스가 맡도록 했다.
네트웍스가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해 사세를 키우고 현금을 조달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 두루넷 네트워크를 3470억원에 인수했다가 7년 뒤 에스케이텔레콤에 7030억원에 매각했고, 2009년에는 전용회선 사업을 8930억원(부채 6280억원 포함)에 에스케이텔레콤에 매각하기도 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망 운영·유지보수 사업도 네트웍스에 넘겼다. 2011년에는 이노베이션으로부터 석탄·광물사업부를 넘겨받아 자원사업 강화에 나섰는데, 여기서 탈이 나는 바람에 현재 각종 자산을 매각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네트웍스는 그룹의 뿌리와도 같은 회사다. 그룹의 시초인 선경직물의 후신으로 선경(1976년), 에스케이상사(1998년), 에스케이글로벌(2000년)을 거쳐, 최태원 회장의 첫 번째 구속을 불러왔던 분식회계 사건 뒤인 200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종합해 보면, 에스케이는 사실상 경쟁이 필요없는 계열사의 사업부문들을 모태 회사가 맡도록 밀어줬고, 그 결과 네트웍스는 자체 역량에 기반한 사업 확장 없이 쉽사리 덩치를 키워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렸고, 한 번의 투자 실패로 회사가 휘청거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자산 매각은 그에 따른 혹독한 수업료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또한 계열사들의 배려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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