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넷 요구 버티다 뒤늦게 공개
소송 취하하자 “소송비 내라”
소송 취하하자 “소송비 내라”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소송비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보공개를 거부하다가 소송이 제기되자 뒤늦게 자료를 공개해 놓고서는,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셈이다.
정보인권운동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소송비용 납부와 관련한 최고장(알림장)을 받았다. 지난 10일자로 작성된 최고장은 진보네트워크가 원고로 참여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의 피고인 미래부가 소송비용 150만8006원(변호사 선임료 150만6원, 인지대 및 송달료 8000원)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한 의견을 통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는 1년여 전인 201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진보네트워크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망중립성 이용자포럼’은 2012년 11월 망중립성 논의와 관련한 자료를 공개해달라며 방통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내부 검토 자료와 위원회 보고 자료 등을 비공개했다.
이의신청도 거부당하자 진보네트워크는 지난해 4월 망중립성 관련 업무를 이관받은 미래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에서 3~4차례 재판이 진행됐는데, 미래부는 지난해 12월4일 ‘통신사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발표하면서 비공개했던 자료들을 함께 공개했다.
소송을 진행할 이유(실익)가 없어지자 진보네트워크는 지난해 12월5일 소송을 취하했다. 미래부도 소 취하에 동의해 재판은 판결 없이 종결됐다. 그런데 미래부는 뒤늦게 법원에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냈다. 재판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보통 판결 때 함께 정해지는데, 소가 취하된 경우는 어느 한쪽이 소송비용을 달라고 요구(소송비용 확정 신청)하면 상대편 의견을 들어 재판부에서 결정하게 된다.
진보네트워크 쪽은 ‘어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오병일 활동가는 “우리 요구를 뒤늦게 수용해 정보를 공개해놓고, 이제 와서 소송 비용을 내놓으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규정대로 일처리를 했을 뿐이라는 태도다. 류제명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검찰청의 관련 지침에 따라 서울고검에 지휘를 요청했고, 검찰에서 소송비용 회수를 위해 법원에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내도록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고검 민영선 검사는 “소송 수행청에서 소송비용을 청구할지 의견을 내면 검찰에서는 법리적인 문제만 없다면 그렇게 하도록 지휘한다”고 설명했다. 소송비용 청구 계획은 미래부가 세웠고, 검찰은 이를 승인해줬을 뿐이라는 얘기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은 “어느 한쪽이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결국엔 공개할 자료를 비공개해 소송을 내게 한 미래부가 부담하는 게 맞다. 이런 적반하장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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