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발표 뒤 라인 가입자 되레 급증
와츠앱 오류난 날엔 200만명 늘기도
개인정보 민감한 이용자들 몰린 듯
라인 쪽 “잠깐 기회일뿐…방심못해”
와츠앱 오류난 날엔 200만명 늘기도
개인정보 민감한 이용자들 몰린 듯
라인 쪽 “잠깐 기회일뿐…방심못해”
‘1·4위 업체 합병 소식에 3위 업체가 약진, 왜?’
지난달 페이스북이 190억달러(약 20조원)에 글로벌 1위 모바일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경쟁 서비스인 ‘라인’의 가입자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경쟁자가 강력해진 게 되레 ‘약’이 된 셈인데,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옛 네이버재팬)의 이데자와 다케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12일 일본 도쿄 본사에서 <한겨레>와 만나 “(미국 현지시각 2월19일)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인수한다고 밝힌 뒤 전세계에서 라인 가입자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가입자가 올린 온갖 정보가 담겨 있는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와 연동하는 와츠앱의 결합 소식이 프라이버시(개인정보)에 민감해하는 (서구)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버 다운으로 와츠앱 서비스가 3~4시간 동안 중지됐던 지난달 22일에만 라인 가입자가 200만명 넘게 늘어났다고 한다. 회사 쪽은 “요즘 추세를 보면 하루 신규 가입자가 100만명 넘게 느는 날도 있고, 그에 조금 못 미치는 날도 있다. 지역적으로도 고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월6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라인 가입자가 하루 평균 60만명씩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자료를 보면, 라인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25일 3억명을 돌파한 뒤 12월25일께 3억2000만명, 올해 1월23일께 3억4000만명까지 늘었다. 다달이 2000만명가량씩 늘어난 셈이다. 2월26일께 3억7000만명을 돌파해 한달 남짓 사이에 또다시 3000만명가량 늘었다.
애초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는 라인에 큰 악재로 해석됐다.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1위인 와츠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위 업체인 페이스북이라는 든든한 뒷배경까지 얻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이스북 메신저는 와츠앱·위챗(중국)·라인에 이은 글로벌 메신저 4위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 소식에 라인의 모회사(지분 100%)인 네이버는 주가가 8% 넘게 빠지며 시가총액 2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네이버 쪽은 “비상경영이라도 선언해야 할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의 우려와는 달리 합병 소식 뒤 라인 가입자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이데자와 최고운영책임자가 언급한, 자신의 개인정보 이용에 민감해하는 이용자들의 등장이라는, ‘빅데이터’ 이슈를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폭로를 계기로 인터넷상의 사찰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됐고,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종 정보가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빅데이터 이슈만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고, 인수 발표 2~3일 뒤에 일어난 와츠앱의 서비스 장애에 따른 반사 효과,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에 따라 모바일메신저 시장이 커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메신저 서비스가 관심을 모으면서, 인수합병의 당사자인 와츠앱은 물론 다른 메신저들도 함께 가입자가 늘어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입자 증가세에 더 힘이 실렸다지만, 라인 쪽이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데자와 최고운영책임자는 “애초 우리가 우위에 있는데 상대방이 치고 올라온 게 아니라, 원래 우리가 그쪽(와츠앱)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오던 일(도전)을 우리 스타일대로 계속 해나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더욱 강력해졌으니 우리로서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다만 어떤 회사든 인수합병 뒤 이질적인 조직과 문화가 합쳐지(고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 1~2년은 필요하다. ‘잠깐 기회가 주어졌다’는 마음으로 라인 성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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