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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번만큼 세금 내면 바보’
구글, 국경 허점 노려 ‘쥐꼬리’ 법인세

등록 2014-03-31 20:05수정 2014-04-01 13:38

기업 이상의 기업, 구글
(2) 외국기업의 세금은 성역?

지난해 유럽 여러 나라에서 구글의 절세(또는 탈세)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구글은 국경이 별 의미가 없는 인터넷에서 검색과 광고 등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회사다. 그런데 세금은 국가 단위에서 부과된다. 구글은 이런 불일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최대한 세금을 적게 냈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유럽에서 구글은 모든 광고 판매(sales)를 구글아일랜드가, 나머지 나라의 지사에서는 판촉(marketing)을 맡는 것으로 회계처리한다. 따라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각 나라에서 기업들이 지급한 광고대금은 구글아일랜드 매출로 잡힌다. 아일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법인세율(12.5%)을 부과한다. 게다가 주주배당금을 지급하고 남은 이익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한다. 구글아일랜드는 네덜란드의 모기업에 거액의 배당금과 특허료을 지급해 아일랜드에서 내는 법인세도 최소화한다. 네덜란드 모기업에 송금된 돈은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의 또다른 모기업을 거쳐 미국 본사로 흘러들어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지난해 이런 방식으로 버뮤다 지역에 송금한 금액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이고, 이는 3년 전의 두배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이 법규상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번 만큰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건전한 상식에는 어긋난다. 유럽에서는 몇년 전부터 이런 문제들이 지적돼 왔고, 프랑스 정부는 구글아일랜드로 이전하는 가격의 조작 등을 이유로 2012년 말 구글에 1조4000억원 추징을 통보하기도 했다. 구글프랑스는 2011년만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70억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도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됐고, 지난해 5월 영국 하원에서 구글의 역외탈세 청문회가 열렸다. 구글은 2006~2011년 영국에서 180억 달러(약 19조원)의 광고매출을 올렸지만, 네덜란드를 거쳐 버뮤다로 수익을 송금하는 절세 기법을 동원해 영국 정부에 납부한 세금은 1600만달러(약 170억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럽 광고 판매를 총괄한다는 구글아일랜드 직원 숫자가 200명(2011년 기준)인데, 반해 구글영국의 직원은 1300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700여명이 광고 판촉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글의 매트 브리틴 부사장에게 이런 점을 추궁했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국가 단위에서 세금 부과 세법 이용
유럽 광고대금 세율낮은 곳에 몰고
버뮤다로 수익 이전해 조세 회피

한국도 구글아일랜드와 광고 계약
국내지사 아니라서 세금 못 물려
국외 인터넷업체 과세체계 바꿔야

그즈음 영국 <로이터통신>은 구글의 세금과 관련한 탐사보도를 내보냈다. 보도는 전직 구글영국 직원과 광고대행사 관계자 등을 두루 인터뷰해 영국에서의 광고 영업이 전적으로 구글영국의 소관이고, 실제 광고판매 계약을 런던의 구글 직원이 체결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구글영국은 광고주를 물색하고 판매 협상과 거래 체결까지 담당하는 판매 담당 직원을 채용한다는 구인광고를 내기도 했다. ‘구글영국은 판매가 아닌 판촉만 한다’는 구글의 해명은 거짓이라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구글은 한국에서 얼마만큼의 세금을 낼까? 안타깝게도(?) 구글의 세금과 관련해서는 알려진 게 전혀 없다. 국세청은 ‘개별 기업의 과세 정보는 비공개’라며 구글 세금과 관련해 아무런 말이 없고, 정치권과 언론 등도 외국기업 탈세 문제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밝혀진 게 없으니, 절세 또는 탈세 논란은 아예 불가능하다.

분명한 사실은 구글이 한국에서만 ‘선량한 납세자’일 리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이 구글 홈페이지(www.google.co.kr)에서 꽃배달 등 검색어 광고를 할 경우, 법적인 계약 상대방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아일랜드다. 구글아일랜드의 소득에 한국 국세청이 세금을 물릴 수는 없다. 현행 세법에서는 한국에 고정사업장(지사)을 두고, 여기서 주된 광고관련 활동을 해야만 과세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는데 과세는 못하는 게 현실이란 얘기인데, 어떻게 해야할까?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세법을 개정해 인터넷 회사의 경우에는 광고행위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지역(국가)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만들면 된다. 유럽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이 논리로 과세를 했고, 현재 프랑스와 독일 등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세를 하고 있다. 한국도 기획재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 세법 과세체계를 분석해, 우리나라 세법 체계에 필요한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유럽과 한국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에서는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에 밀려 피시(PC)에서의 구글 검색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은 모바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모바일에서 구글 점유율은 10%를 넘겨 이미 다음을 추월했다. 또 포털(항구)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로 이동하는 피시에서와 달리 모바일에서는 바로 해당 서비스(앱)로 접속하고, 앱 장터(플레이스토어)와 앱 상품 시장(유튜브·지메일·구글지도·구글플러스·구글플레이무비)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앱 생태계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놓치는 세금 액수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외국기업의 세금 문제는 비단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과 애플, 트위터 등 국내시장에서 고속성장중인 또다른 혁신기업들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안창남 교수는 “한국 과세당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구글의 편일 뿐 절대 한국 편이 아니다. 유럽에서 프랑스가 엄격하게 과세하기 시작했고, 독일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외국기업 과세에 너무 미온적인 한국 정부도 자세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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