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세금 내겠다” 입장에도
정부는 되레 ‘몇년째 검토중’ 소극적
정부는 되레 ‘몇년째 검토중’ 소극적
지난달 26일 현재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운영하는 앱장터 T스토어에서 유료앱 1위를 달리고 있는 ‘슬리핑 뷰티X-레전드 오브 테일즈’의 가격은 3900원이다. 구글의 앱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도 3900원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는 어디에서 구매하건 같은 값을 치르지만, 앱 개발사가 가져가는 몫은 차이가 난다. 티스토어에서 거래되는 앱에만 부가가치세(10%)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모바일 앱 장터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자 2010년 6월부터 앱에도 부가가치세(10%)를 물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애플)에서 판매되는 앱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현행 세법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공정한 현실은 국내 앱 장터 역차별과 해외 개발자들 탈세를 의미했기에, 지난해 초 여러 언론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5월에는 “구글 애플 등 해외 모바일 앱 장터에 대해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KT) 등 이동통신사를 통해 대리 과세하는 방안을 최근 기획재정부에 건의해 받아들여졌다”는 국세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2014년부터 구글과 애플이 판매하는 앱에도 부가세가 부과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변한 게 없다. 국세청 전자세원과 전종수 사무관은 “법 체계상 보완이 필요해 (플레이스토어 등 해외업체 앱 장터에서 판매되는 앱에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가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재부 박홍기 부가가치세과장은 “기술적 어려움도 있고, 해외 사례 검토 등 할 게 많다. 올해에는 연구용역을 통해 과세가 가능한지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제·세정 당국보다 세금을 내야하는 쪽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는 “부가세를 개발자로부터 받아 정부에 내도록 법에서 정해지면 우리는 그대로 따른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드로이드 개발자 지원·안내 홈페이지(support.google.com)를 보면, 구글은 앱 개발자들에게 나라별로 부가세를 내야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리고 그 절차도 안내하고 있다. 부가세를 포함한 금액으로 앱을 판매해야 하는 나라의 리스트도 공개돼 있다. 앱이 이용자에게 건네지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나라가 여럿이고, 이 경우 구글은 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금을 내는 쪽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물려야하는 쪽은 수년째 ‘검토 타령’만 하며 주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앱 장터 규모가 조 단위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거둬들일 수 있는데도 흘려보내는 세금은 한해 1000억원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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