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선탑재돼 있는 구글 앱.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업체와는 달리 구글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는 제대로 조사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 정부, 제구실 하고 있나 2011년 4월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제소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플레이의 사용을 허락하면서 구글검색 앱의 위치를 지정하고 구글검색을 기본 검색제공자로 설정되도록 요구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사건 접수 2년3개월 뒤인 2013년 7월, 공정위는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는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네이버와 다음이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고 있던 때였다. 수사당국이 신고자(네이버·다음)를 별도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 신고자가 지목한 용의자(구글)에게 면죄부를 내준 셈이다. 국내 포털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할 말이 있어도 입밖에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필 그런 때 구글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다니 정부가 너무 비겁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우연일 뿐이라고 말한다. “국내 모바일 시장의 경쟁상황 변화를 살펴보는 게 중요한 쟁점이어서 2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구글 신고 사건 처리와 네이버·다음 현장조사는 같은 시기에 이뤄졌지만, 각각 별개로 진행된 사건이다.”(공정위 성경제 공보과장) ‘혐의없음’ 결정 자체도 석연치 않다. 공정위는 심사결과 통지문에서 “구글검색이 모바일 기기의 기본검색제공자로 설정되더라도 소비자가 기본검색제공자를 용이하게 바꿀 수 있고, 기본 검색제공자를 통한 검색이 다른 검색방식에 비해 사용률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본검색용으로 제공되는 앱(선탑재 앱)은 스마트폰 제조 단계에서 설치돼 이용자로서는 교체나 삭제가 불가능하다. 성 과장은 “선탑재 앱이 있더라도 이용자가 다른 검색 앱을 기본 사용 앱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잘못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문제의 핵심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검색 앱을 선탑재해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였다. 그런데 피시(PC)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3~4%정도지만, 모바일에서는 10% 전후로 다음과 2위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검색 창구가 다를 뿐 기본적인 검색 품질은 같은데 모바일에서의 점유율이 피시에서보다 2~3배 높은 이유는, 앱 선탑재를 빼고서는 설명이 어렵다. 피시와 모바일 모두에서 70%대 점유율을 보이는 네이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구글앱 선탑재가 공정 경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런 대목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나 설명 없이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선탑재 검색앱 불공정’ 제소되자
공정위, 2년여뒤 ‘혐의 없음’ 결정
교체나 삭제 불가능한데도
“소비자가 쉽게 바꿀 수 있어” 결론 ‘선탑재 앱 가이드라인’ 발표하면서
구글 앱엔 “협의해서 결정” 말뿐 가입자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보도
구글엔 아무런 조처 취하지 않아
네이버·다음에만 ‘과도한 족쇄’
‘국내 업체 역차별’ 논란 계속돼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집중 포격을 받던 국내 포털에는 직권조사라는 ‘칼’을 휘둘러 100억~1000억원씩을 내놓게 하더니, 유독 구글에는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을 대하는 공정위의 행태를 관대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인터넷 분야를 관할하는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대응은 무력감 또는 열패감이라고 할 수 있다. 만만한 국내 기업들은 수시로 불러들여 이런저런 주문을 하지만, 구글에는 ‘글로벌 기업이라는데 별 수 있냐’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미래부는 ‘과도한 선탑재 앱으로 인해 이용자 선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초 ‘스마트폰 선탑재 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6~25개인 통신사 선탑재 앱은 4개로, 31~39개인 제조사 선탑재 앱은 14~18개로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13~16개 수준인 구글 선탑재 앱과 관련해서는 ‘추후 구글이 제조사와 협의해 정한다’가 전부였다. 추후 논의는 진행되고 있을까? 삼성전자·엘지전자 등 제조업체는 “구글과 협의중인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통신사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중인 단계는 아니고, 구글 쪽에서 뭔가 내놓기를 기다리는 단계”라고 밝혔다. 구글 쪽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부 쪽은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어, 구글이 ‘따르지 않겠다’고 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미래부가 지난해 10월 마련해 발표한 ‘인터넷 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차별금지·이용자 권익증진·광고와의 구분·인터넷 생태계 상생협력 등 내용을 담은 권고안은 네이버와 다음에는 효력을 갖지만, ‘글로벌 기업’ 구글은 그렇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규제 수준의 차이다. 그런데 규제의 틀에서 보자면, 구글이 특혜를 받는다기보다는 국내 업체에 대한 규제가 과도한 대목이 많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인터넷실명제와 같은 규제들이 시행돼 국내 업체들만 이를 따라야 했던 게 대표적이다. 2008년 촛불시위 뒤 검·경이 국내 포털들에 가입자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해 받아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구글 지메일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이 일어났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글이 받는 대우가 정상이고, 네이버와 다음에 과도한 족쇄를 채웠다는 이야기다. 과도한 규제와 그에 따른 국내업체 역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면서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이용자수 100만명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1년에 한번씩 가입자 개인정보 이용내역을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은 일제히 가입자들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이 현황을 통보했다. 하지만 구글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관리·감독기관인 방통위는 3월 20일께 <한겨레>의 문의가 있기 전까지 구글의 미이행 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통위 반상권 개인정보보호과장은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지 제도는 제도 존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어, 미이행 기업에 대한 조사나 처벌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든 규제가 쓸데없이 국내 업체만 귀찮게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국제적 기준에 비춰 합리적이고 타당한 규제여야 하는데, 정부가 ‘일단 만들고 보자’고 나서며 국내 기업 역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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