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상의 기업, 구글
(4) 혁신기업이 던지는 과제
창의력 바탕 기술·문화 혁신에
사회적 책임 활동도 활발하지만
독과점·사회적 불평등 야기 등
구글·혁신기업 행보 위험 신호
기술 혁신 성과 사회적 고민 필요
(4) 혁신기업이 던지는 과제
창의력 바탕 기술·문화 혁신에
사회적 책임 활동도 활발하지만
독과점·사회적 불평등 야기 등
구글·혁신기업 행보 위험 신호
기술 혁신 성과 사회적 고민 필요
재벌 위주의 폐쇄적인 체제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구글과 애플의 출현은 충격이었다. 이들은 기존 한국경제를 주도하던 세력에 드리워져 있는 ‘세습’, ‘밀어주기’, ‘횡령과 탈세’ 등 음습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잠식하지도 않았고, 창의력에 바탕해 전에 없던 새로운 세상과 제품·서비스를 선보였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구글은 돈을 버는 방식(혁신)뿐 아니라, 쓰는 방식도 국내 기업들과는 달랐다. 인터넷 개방·공유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오픈넷에 수억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했고, 미래창조부와 손잡고 국내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선발해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실리콘밸리 본사로 초대해 견문을 넓히도록 하는 ‘글로벌 케이(K)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성소수자들의 문화행사인 ‘2014년 퀴어문화축제’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고, 지난 2월 소치올림픽 때는 러시아 당국의 성소수자 탄압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홈페이지 로고를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로 바꾸기도 했다. “다양한 관점과 신념들을 존중할 때만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키르다나 모한 구글 아시아·태평양 다양성 책임자)에 따른 이런 행보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구글은 지상 수십㎞ 위에 애드벌룬을 띄워 두메산골 등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룬’을 진행 중이다. 더 많은 이들에 인터넷을 보급해 잠재 고객을 늘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 기반시설(인프라)을 구축하려는 사회적책임(CSR) 활동은 그 자체로 평가받을 만하다.
구글(을 필두로 한 혁신기업)의 혁신적인 서비스,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행보에 많은 이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냉철하게 생각해볼 부정적인 현실도 존재한다. 국산 서비스인 싸이월드와 네이트가 쇠퇴하면서 1000명이 넘던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직원 숫자는 불과 1~2년새 300~4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에 싸이월드를 대체해 국내에서 1000만명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한국지사 근무 인력은 20명가량에 불과하다. 구글은 그나마 구글코리아에 200명가량의 직원이 근무하지만, 애플과 트위터 등 유명 글로벌 아이티기업의 한국에서의 고용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중은 혁신적인 서비스에 환호하는데, 그 결과 주변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구글 꺼져버려(Fuck Off Google)”라는 현수막을 들고 구글 본사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가로막는 일이 일어났다. 첨단 기술 기업의 호황이 소수에게는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줬지만, 대다수 지역 주민들은 땅값 상승 여파로 정든 지역을 떠나 외곽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직원들에게 고급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의 정책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지역 식당에는 재앙이었다.
‘악마는 되지 말자. (Don’t be evil)’
1998년 스탠포드 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차고에서 출범시킨 구글의 모토다. ‘착하면서도 돈 벌 수 있음을 보여주자’는 그 의도의 순수성과 별개로, 구글의 행보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독과점과 정보 수집에 따른 ‘빅브라더’ 우려, 탈세 논란, 고용,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이 그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혁신적인 서비스에 열광만 할 게 아니라, 구글과 혁신기업이 던지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대처해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구글이 개발중인 무인자동차는 사고가 날 우려가 있을 때 운전자를 우선 보호해야 할까? 아니면 보행자 우선시해야 할까? 법적, 윤리적으로 고민해 볼 문제지만 구글 엔지니어가 정하는 대로 따라야 할 상황이다. 구글글래스의 녹화 범위를 어디까지 용인할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지만, 법적·윤리적 규범까지 혁신기업이 정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끝>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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