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텔레콤은 6월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LTE보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에스케이텔레콤 광고 모델 김연아도 참석했다.
전지현이 물었다. “정재오빠, 오빠 광대역은 어디서나 잘 돼?”
이정재가 되물었다. “광대역이 뭐니?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전지현이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나도 몰라”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불과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전지현과 이정재가 등장하는 방송 광고를 통해 광대역에 신경을 끄라고 했다. 지난달부터는 김연아에게 ‘3배 빠른 광대역 엘티이 에이(LTE-A)’ 노래를 부르게 했다. 광대역이 뭐길래 언제는 신경 끄라고 했다가 다시 3배 빠르다고 노래하는 것일까?
지난해 8월까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사들은 폭이 10㎒인 일반대역 주파수만 가지고 있었다. 10㎒ 폭 주파수 하나를 이용한 통신기술이 최대속도 75Mbps의 ‘엘티이(LTE)’이다. 이통사들은 엘티이 상용화 약 2년 만인 지난해 6월 10㎒ 폭 일반대역 주파수 2개를 묶어 속도를 2배(최대 150Mbps)로 끌어올린 ‘엘티이 에이(LTE-A)’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이동통신 3사는 경매를 통해 정부로부터 광대역 주파수 할당을 받았다. 여기서 광대역이란 20㎒ 폭 주파수를 말하고, 이 주파수를 통한 통신 기술이 최대속도 150Mbps의 ‘광대역 엘티이(LTE)’ 기술이다. 이제 통신사들은 20㎒ 폭 주파수를 사용하는 ‘광대역 엘티이’와 기존 10㎒ 폭 주파수를 사용하는 ‘엘티이’를 묶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것이 기존 ‘엘티이’보다 3배 빠른 최대속도 225Mbps의 ‘광대역 엘티이 에이’다.
전지현·이정재 광고의 발단이 된 것은 케이티(KT)였다. 지난해 8월 이후 이통사들은 새로 받은 광대역 주파수와 기존 일반대역 주파수를 결합한 ‘광대역 엘티이 에이’ 서비스를 먼저 내놓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올초 케이티가 난데없이 ‘광대역 엘티이 에이’를 서비스중이라고 홍보했다. 실제 ‘광대역 엘티이 에이’ 서비스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었다. 케이티는 ‘광대역 엘티이’와 ‘엘티이 에이’를 합쳐서 부른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경쟁사들은 분노했다. 그래서 에스케이텔레콤은 전지현과 이정재를 통해 ‘케이티가 말하는 광대역 엘티이 에이는 거짓말이니 신경쓸 것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지난 6월 에스케이텔레콤은 가장 먼저 진짜 ‘광대역 엘티이 에이’를 상용화했다. 하지만 케이티가 먼저 써버린 용어를 앞세우는 건 김새는 일이고,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김연아를 통해 ‘3배 빠른’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LGU+)도 곧이어 광대역 엘티이 에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광대역 엘티이 에이 기지국 수는 에스케이텔레콤이 17만3219개로 가장 많았다. 엘지유플러스가 14만6524개로 2위, 케이티가 12만6096개로 꼴찌였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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