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삼성 기어S, LG G와치R, 모토360
[토요판] 뉴스분석 왜?
스마트워치 전쟁
스마트워치 전쟁
▶ “키트, 도와줘~” 30대 중반 이상이라면 어릴 때 손목시계에 대고 이 말을 외쳐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입니다. 미국 시리즈물인 <전격 Z작전>의 주인공은 인공지능을 갖춘 자신의 차량과 시계를 통해 소통합니다. 시계가 통신기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된 것입니다. 손목 위의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답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의 스마트워치도 공개됐습니다.
애플이 9일(현지시각) 미국 쿠퍼티노에서 열린 키노트에서 아이폰6, 아이폰6+와 함께 스마트워치 ‘애플 워치’를 발표했다.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의 스마트워치가 발표되면서, 일찍 선수를 쳐 출시됐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들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제 링에 올라올 선수들은 대충 다 올라온 셈이다. 과연 스마트워치는 성공할 것인가? 그리고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한발 늦은 애플
애플의 스마트워치 출시 소식은 지난해 초부터 무성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고민은 어디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가로 향했고, 거의 당연한 귀결처럼 ‘웨어러블’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몸에 걸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총칭하는 웨어러블은 안경(구글 글라스), 이어폰(인텔 자비스) 등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하지만, 개발하기도 쉽고 친숙하다는 점에서 시계, 이른바 스마트워치가 최선의 상품으로 손꼽혔다.
사실 스마트워치는 공상과학(SF)물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해왔다. 티브이 시리즈 <전격Z작전>, 애니메이션 <가제트 형사>, 영화 <스타트랙> 등에서 기본적인 전화 기능은 물론 여러가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송해주는 도구로 시계형 기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도 시계형 휴대전화가 여러 종 등장했다.
페블 등 벤처기업의 스마트워치를 제외하면, 스마트워치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소니였다. 소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스마트워치’를 2013년 봄 내놓았다. 시간을 표시하는 기본 기능 외에 문자메시지, 트위트, 이메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스마트 기능을 갖췄지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시장을 선점한 것은 삼성이었다. 2013년 9월 첫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내놓은 삼성은 지난해 말까지 80만대(출고 기준)를 팔아치우며 웨어러블 시장을 재편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스마트워치 시장점유율 73.6%(70만대)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거라는 말만 무성했던 애플은 그동안 침묵했고, 삼성은 그동안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핏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자체 통신이 가능한 기어S 출시도 발표했다. 소니도 스마트워치 2에 이어 최근 스마트워치 3를 발표하며 추격에 나섰다. 엘지(LG)는 G워치에 이어 새달 출시 예정인 G워치R로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고, 모토롤라는 최초의 원형 스마트워치라고 할 수 있는 모토360을 이미 출시했다. 애플이 내년 초 출시 예정으로 6개월 넘게 시간이 남은 애플 워치를 부랴부랴 발표한 것도 더이상 시장을 선점당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발로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의 스마트워치 발표가 늦어지는 동안 등장한 제품들은 사실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가장 많이 지적받은 것은 배터리 효율이다. 갤럭시 기어는 이틀 정도 사용하고 다시 충전해야 했고, 기어2도 큰 차이가 없었다. 막 시장에 풀린 모토360은 24시간 정도가 한계라는 사용기들이 나오고 있다. 엘지의 G워치R 또한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계를 이틀에 한번씩 충전해야 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보통 전자식 쿼츠시계는 2~3년에 한번, 기계식 오토매틱 시계는 평생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두번째 지적은 예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을 모든 사람이 들고 다니는 요즘, 시계의 역할은 손목 위의 액세서리로 바뀌었다.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소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는 디자인 면에서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네모난 화면에 플라스틱 줄을 가진 스마트워치가 번쩍거리는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대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장 통렬한 지적은 스마트워치를 딱히 무엇 때문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연결된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에 온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일 등을 조그만 시계 화면에서 볼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온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의 위성위치시스템(GPS)을 이용해 이동한 거리나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계이고,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 더 편하다. 초기에는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응용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이 활성화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특별히 새로운 쓸모는 개발되지 않았다.
기자는 기어2를 사용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아도 문자나 카카오톡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만으로도 만족하지만, 누가 “그걸 꼭 그걸로 봐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스마트워치는 이른바 긱(Geek), 요즘말로 스마트 기기 덕후(한 분야에 심하게 몰입한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 오타쿠를 우리말 식으로 부르는 인터넷 유행어)들이나 좋아할 물건이라는 뜻이다. 점점 줄고 있는 시계를 차는 사람들이나 시계를 차지 않는 사람 모두 특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제품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만큼 애플이 내놓을 스마트워치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대를 연 애플이라면 뭔가 한 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배터리에서든, 사용성에서든, 디자인에서든.
베일에 싸였던 애플워치 발표
본격적인 손목 위 쟁탈전 시작
삼성·소니 등이 선점한 시장에
애플이 한수 보여줄 것 기대
뚜껑 열어보니 평가 엇갈려 시계로 문자·이메일 확인하고
지도도 보고 전화도 된다지만
꼭 스마트워치여야만 되는
핵심적인 방향성은 제시 못해
기술적 한계 여전해 갈길 멀어 디자인은 괜찮은 거 같은데… 9일 애플이 공개한 애플 워치는 과연 한 수를 보여줬을까. 우선 간단히 애플 워치의 객관적인 특징을 나열하자면 사각형의 아몰레드 화면을 채택했고,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나눈 듯 38㎜와 42㎜ 두 가지 크기에 무광 알루미늄, 유광 스테인리스, 도금 등 본체의 소재도 세 가지로 다양화했다. 시곗줄은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으며, 벌써 10여가지의 디자인이 발표됐다. 시계에서 틀려진 시간을 맞출 때 쓰는 다이얼인 용두 모양의 다이얼을 이용해 스크롤, 확대·축소 등에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외의 사양은 모두 불명이다. 확실히 발표된 것은 가격으로, 최저 349달러(36만원)이다. 배터리의 용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하루 정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서 운동량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실기기가 나오지 않아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애플이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등에 상당한 고심을 한 흔적은 느껴진다. 디자인 면에서는 조금 두껍긴 하지만 미려한 마감이 눈에 띄었고, 시곗줄을 교체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용두를 돌려서 조작하는 것도 기존 스마트워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꼭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드웨어는 기존 스마트워치와 별다를 것이 없었고, 소프트웨어도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간과 여러가지 알림을 확인하고, 운동량을 측정하고, 지도를 보고 하는 등의 일은 이미 대부분의 스마트워치에서 구현되는 기능이다. 애플 생태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꼭 사용해야만 하는 핵심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애플이 키노트를 통해 선보인 그림을 그려서 소통하는 방식은 실소마저 나온다. 친구에게 손가락으로 물고기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 친구가 ‘초밥 먹으러 가자고? 오케이’라고 응답하는 방식인데, 그냥 문자를 보내는 게 천배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플 워치에 대한 반응은 양극단을 달리지만 예전 제품들에 쏟아졌던 ‘혁신’이라는 찬사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정보통신(IT) 전문지 <매셔블>의 보도를 보면, 번스타인 리서치의 분석가 토니 사코나기는 “가격이 비싼 편인데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아이폰과 함께 써야만 하는 이 기기가 얼마나 유용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대답했다.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 케이티 휴버티도 애플 워치의 디자인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칭찬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나열했을 뿐 어떤 킬러 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코나기 분석가는 제품 공개 전에 애플 워치가 한 해에 30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했으나 공개 뒤 “상당히 더 낮을 것 같다”고 수정했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스마트워치치고는 괜찮지만 고급 시계 시장에 위협을 주기는 힘들다는 예측이 대부분이다. 스위스 최대 시계제조업체인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에크 회장은 스위스 언론에 “스마트워치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태그호이어, 위블로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뷔통 시계부문의 장클로드 비버 회장도 독일 <디벨트>에 “시장에 이미 출시돼 있는 기존의 스마트워치들과 모양새가 너무 흡사하다. 솔직히 디자인학교의 학생이 1학기 동안 과제로 작업한 수준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이들이 잠재적 경쟁자인 애플을 평가절하했을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고급 기계식 시계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다만 세이코 등 중저가형 쿼츠 시계 회사들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ABC 다 갖춰야 시장 폭발적 성장할 것 국내에서도 애플 워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동부증권의 권성률 분석가는 “획기적인 패션 아이템이 나오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무너졌으며 디자인 시계를 모토로 내세웠던 애플의 의도를 별로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다. 가격도 너무 비싸다”며 “기대 이하”라고 평했다. 반면 삼성증권의 조성은 애널리스트는 “가격은 안드로이드와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보다 높지만, 애플 워치를 위한 운영체제(OS) 리뉴얼과 앱, 디자인을 보면 판매량은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 이상”으로 평했다. 전반적으로 애플 워치는 기존 스마트워치에 비해 여러모로 진일보한 면을 보였지만 판을 바꿀 정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 초 애플 워치가 출시될 즈음까지 다른 회사들의 스마트워치가 얼마나 더 많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삼성이나 엘지의 제품들도 한 단계 진일보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스마트워치는 정보통신 분야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걸음 수나 이동 거리 등을 알려주는 핏비트나 조본 등 스마트밴드, 나침반·온도계·고도계·심박측정기 등을 탑재한 아웃도어 스포츠시계 시장까지 스마트워치가 빠르게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 엘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다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할 경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형태로 스마트폰의 필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10일 내년 스마트밴드(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를 2820만대, 베이식밴드 시장 규모는 1500만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의 가세 덕분에 시장이 올해 700만대에서 3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애플 워치를 비롯해 대부분의 제품이 당분간은 작은 디스플레이와 짧은 배터리 시간 등 기술 한계에 따른 태생적인 약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에 에이비시(ABC)가 갖춰져야 제대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 생태계(A), 충분한 배터리(B), 뛰어난 연결성(C)을 말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본격적인 손목 위 쟁탈전 시작
삼성·소니 등이 선점한 시장에
애플이 한수 보여줄 것 기대
뚜껑 열어보니 평가 엇갈려 시계로 문자·이메일 확인하고
지도도 보고 전화도 된다지만
꼭 스마트워치여야만 되는
핵심적인 방향성은 제시 못해
기술적 한계 여전해 갈길 멀어 디자인은 괜찮은 거 같은데… 9일 애플이 공개한 애플 워치는 과연 한 수를 보여줬을까. 우선 간단히 애플 워치의 객관적인 특징을 나열하자면 사각형의 아몰레드 화면을 채택했고,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나눈 듯 38㎜와 42㎜ 두 가지 크기에 무광 알루미늄, 유광 스테인리스, 도금 등 본체의 소재도 세 가지로 다양화했다. 시곗줄은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으며, 벌써 10여가지의 디자인이 발표됐다. 시계에서 틀려진 시간을 맞출 때 쓰는 다이얼인 용두 모양의 다이얼을 이용해 스크롤, 확대·축소 등에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외의 사양은 모두 불명이다. 확실히 발표된 것은 가격으로, 최저 349달러(36만원)이다. 배터리의 용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하루 정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서 운동량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실기기가 나오지 않아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애플이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 등에 상당한 고심을 한 흔적은 느껴진다. 디자인 면에서는 조금 두껍긴 하지만 미려한 마감이 눈에 띄었고, 시곗줄을 교체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용두를 돌려서 조작하는 것도 기존 스마트워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꼭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드웨어는 기존 스마트워치와 별다를 것이 없었고, 소프트웨어도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간과 여러가지 알림을 확인하고, 운동량을 측정하고, 지도를 보고 하는 등의 일은 이미 대부분의 스마트워치에서 구현되는 기능이다. 애플 생태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꼭 사용해야만 하는 핵심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애플이 키노트를 통해 선보인 그림을 그려서 소통하는 방식은 실소마저 나온다. 친구에게 손가락으로 물고기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 친구가 ‘초밥 먹으러 가자고? 오케이’라고 응답하는 방식인데, 그냥 문자를 보내는 게 천배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플 워치에 대한 반응은 양극단을 달리지만 예전 제품들에 쏟아졌던 ‘혁신’이라는 찬사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정보통신(IT) 전문지 <매셔블>의 보도를 보면, 번스타인 리서치의 분석가 토니 사코나기는 “가격이 비싼 편인데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아이폰과 함께 써야만 하는 이 기기가 얼마나 유용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대답했다.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 케이티 휴버티도 애플 워치의 디자인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칭찬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나열했을 뿐 어떤 킬러 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코나기 분석가는 제품 공개 전에 애플 워치가 한 해에 30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했으나 공개 뒤 “상당히 더 낮을 것 같다”고 수정했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스마트워치치고는 괜찮지만 고급 시계 시장에 위협을 주기는 힘들다는 예측이 대부분이다. 스위스 최대 시계제조업체인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에크 회장은 스위스 언론에 “스마트워치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태그호이어, 위블로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뷔통 시계부문의 장클로드 비버 회장도 독일 <디벨트>에 “시장에 이미 출시돼 있는 기존의 스마트워치들과 모양새가 너무 흡사하다. 솔직히 디자인학교의 학생이 1학기 동안 과제로 작업한 수준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이들이 잠재적 경쟁자인 애플을 평가절하했을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고급 기계식 시계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다만 세이코 등 중저가형 쿼츠 시계 회사들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ABC 다 갖춰야 시장 폭발적 성장할 것 국내에서도 애플 워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동부증권의 권성률 분석가는 “획기적인 패션 아이템이 나오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무너졌으며 디자인 시계를 모토로 내세웠던 애플의 의도를 별로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다. 가격도 너무 비싸다”며 “기대 이하”라고 평했다. 반면 삼성증권의 조성은 애널리스트는 “가격은 안드로이드와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보다 높지만, 애플 워치를 위한 운영체제(OS) 리뉴얼과 앱, 디자인을 보면 판매량은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 이상”으로 평했다. 전반적으로 애플 워치는 기존 스마트워치에 비해 여러모로 진일보한 면을 보였지만 판을 바꿀 정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 초 애플 워치가 출시될 즈음까지 다른 회사들의 스마트워치가 얼마나 더 많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삼성이나 엘지의 제품들도 한 단계 진일보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스마트워치는 정보통신 분야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걸음 수나 이동 거리 등을 알려주는 핏비트나 조본 등 스마트밴드, 나침반·온도계·고도계·심박측정기 등을 탑재한 아웃도어 스포츠시계 시장까지 스마트워치가 빠르게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 엘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다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할 경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형태로 스마트폰의 필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10일 내년 스마트밴드(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를 2820만대, 베이식밴드 시장 규모는 1500만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의 가세 덕분에 시장이 올해 700만대에서 3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애플 워치를 비롯해 대부분의 제품이 당분간은 작은 디스플레이와 짧은 배터리 시간 등 기술 한계에 따른 태생적인 약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에 에이비시(ABC)가 갖춰져야 제대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 생태계(A), 충분한 배터리(B), 뛰어난 연결성(C)을 말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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