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와 통신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스마트홈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하지만 스마트홈의 생태계가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달 에스케이텔레콤(SKT)이 현대리바트와 함께 선보인 ‘스마트 가구’ 시연회 모습.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LGU+ 어플리케이션 ‘가스락’ 출시
스마트폰으로 가스밸브 원격 제어
SKT도 내년 3월 시범 서비스 계획
이용요금·구축 비용 놓고 고민중
스마트폰으로 가스밸브 원격 제어
SKT도 내년 3월 시범 서비스 계획
이용요금·구축 비용 놓고 고민중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엌의 가스밸브를 잠그기 위해 매달 1000원을 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엘지유플러스(LGU+)는 지난 15일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인 ‘유플러스 가스락’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집 안의 가스밸브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스밸브를 잠그라는 명령을 내리면, 엘지유플러스의 홈기가와이파이(Wi-Fi G) 공유기가 따로 돈이 들지 않는 무선통신 기술인 지-웨이브 기술로 가스밸브와 통신을 해 명령을 전달한다. 이 서비스의 이용요금은 3년 약정 기준 월 3000원(부가세 별도)이다. 이중 2000원은 가스밸브 장비에 대한 할부금이고, 1000원이 순수한 서비스 이용요금이다. 엘지유플러스는 이 돈이 최초 가스밸브를 설치하고 이후 네트워크를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집밖에서 가스밸브를 잠그기 위해 과연 소비자들이 매달 1000원씩 낼 용의가 있을까? 이는 엘지유플러스만의 고민이 아니라 스마트홈 서비스를 준비중인 모든 기업들의 고민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보일러, 도어락, 로봇청소기, 제습기, 조명 등 10여개 제조업체와 제휴해 더 본격적인 스마트홈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내년 3월 이전에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게 내부 목표다. 하나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가스밸브뿐만 아니라 훨씬 많은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스마트홈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월 1000원 이상 받을 수 있을까?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이용 요금은 정해지지 않았다. 요금을 받을지 말지도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아직 요금전략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여전히 스마트홈 시장의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불분명하고, 수익모델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에스케이텔레콤이 소비자들로부터 스마트홈 서비스 이용요금을 받는다면, 이를 누가 가져갈 것인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거꾸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에스케이텔레콤과 제조업체 중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경동나비엔의 경우 이미 독자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원격제어할 수 있는 보일러를 출시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사용자들은 각각의 가전제품마다 별개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사용이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당장 수익을 낼 것인지, 이용자 확보에 주력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전략이 바뀔 수 있다. 수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서비스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이용요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이용자 확보에 주력한다면 이용요금을 받지 않고 플랫폼을 개방해 어떤 가전업체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의 스마트홈 전략도 중요한 변수다. 이들은 일단 각자 자사의 다양한 제품군들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들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스마트홈 서비스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습관과의 싸움이다. ‘있으면 괜찮은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으로 인정받느냐가 관건이다. 누가 먼저 소비자의 습관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스마트홈 생태계가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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