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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을지로에 웬 디제잉 바람?

등록 2015-02-16 20:18

지난 10일 JD사운드가 연 디제잉스쿨에 참석한 SK텔레콤 직원들이 휴대용 디제이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지난 10일 JD사운드가 연 디제잉스쿨에 참석한 SK텔레콤 직원들이 휴대용 디제이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휴대용 DJ 장비 제조 JD사운드
SKT 직원 상대로 ‘디제잉 스쿨’
직장인들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
“20·30대 취미생활에 활용 깨달아”
퇴근시간이 지난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사무용 건물 회의실 문틈으로 ‘쿵, 쿵’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소리가 새어나온다. 20~30대 직장인 15명 앞에 선 강사가 스마트폰 2대를 이어붙인 것 만한 기계를 만지는 시범을 보인다. “디제잉은 기본적으로 한 곡을 페이드아웃(소리를 줄여가는 것)시키는 것과 동시에 다른 곡을 페이드인시키는 것”이란다. ‘비트’란 무엇인지, 서로 다른 음악의 비트를 어떻게 맞추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큐잉, 이펙터, 루프 등 아직 생소하기만 한 디제잉 기술들에 대한 강의도 앞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10일 열린 이 강의는 휴대용 디제이 장비 제조사 제이디(JD)사운드가 에스케이텔레콤(SKT)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 ‘디제잉스쿨’ 첫 수업이었다. 지난달 말 에스케이텔레콤 사내게시판에 수강생 15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리자마자 30명이 신청했다. 하루 만에 공고를 내렸지만, 수강인원을 늘려달라는 댓글이 100개 넘게 달렸다. 이달 초 15명을 추가로 모집했고, 역시 곧바로 마감됐다. 제이디사운드 김희찬 대표는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정말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휴대전화나 엠피(MP)3 플레이어 등에 들어가는 오디오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반도체 디자인하우스에서 일하다 지난 2011년 동료 2명과 함께 제이디사운드를 창업했다. 모든 오디오 제품이 최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유독 디제이 장비만 20년도 더 지난 기술에 정체돼있다는 게 김 대표의 눈길을 끌었다. 홍대 등에서 활동하는 여러 디제이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들어가며 ‘몬스터 고디제이’라는 제품을 완성한 제이디사운드는 지난 연말 에스케이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에 선정됐다.

김 대표가 애초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동기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 엔지니어와 서비스 전문가들로부터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디제잉 스쿨에 대한 반응을 통해 김 대표는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제품을 만드는 것만 생각했다. 누구를 타깃으로 판매할 것인지 마케팅 관점이 없었다. 댄스뮤직에 빠져있는 10~20대만 바라봤는데 그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하다. 에스케이텔레콤 직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디제잉이 20~30대 직장인의 취미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자금이나 기술지원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수천명의 직원을 둔 대기업과 만난 것 자체가 일종의 시장조사가 된 셈이다.

제이디사운드의 디제잉스쿨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에스케이텔레콤 본사 길건너에 자리한 하나은행 본점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쪽에서도 디제잉스쿨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최근 들어왔다. 김 대표는 “제품만 팔 게 아니라 문화를 함께 팔아야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제이디사운드는 앞으로 디제잉스쿨을 이어가면서 정기적으로 파티를 열어 수강생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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